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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여자
리지 스튜어트 지음, 하얀콩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월
평점 :
그냥 이끌려서 읽게 된 이 책.
단숨에 읽을 수도 있었을 법한 이 책은 쉬이 한 장 한 장 천천히 곱씹으면서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기를 통해 자기 성찰의 길과
삶의 고민들을 호젓하게 풀어 가는
그림 에세이
『걷는 여자』

저자 '리지 스튜어트'는 도시를 걷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을 좋아합니다.
특히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걷는 장면을 좋아하는 그녀.
느슨하게 걸쳐 입은 1980년대의 오버 사이즈 옷들이 그들의 걸음에 무게를 더하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걸어가는 듯한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느낍니다.
영화 속 여성은 그런 길들을 걸으며 지나가는 남성들의 위협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평범한 삶을 살아갈 뿐이고 삶의 현실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 나는 도시에서 홀로 지내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 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직접 거리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나 상황에 대해 정리하고 고민을 풀어가면서 사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러 거리를 걸으며 성찰하고 사색한 경험을 그린 에세이가 바로 『걷는 여자』였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부터 주거, 나이, 성별, 인종, 여성, 임신 등에 대해 특히나 자신이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제를 풀어가고자 걷고 또 걷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묻고 답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담담하지만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내가 엄마가 서른한 살 때 입던 옷을 입는 것은 엄마가 당시 느꼈던 감정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자 해서일까? 아니, 아마도 그런 건 아닐 거다. 나는 그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게으르게 반복되는 패션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천 조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집을 나서면서 엄마와의 어떤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나는 우리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를 들이대거나 유전학과 가족사의 광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전히 친구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임신부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임신부를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생산 능력이 있는 신체를 지닌 지위 높은 슈퍼우먼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어떻게 엄밀히 같은 존재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당신 몸속에서 한 인간이 성장하고 있는 느낌과 아이를 키우는 느낌을 당신은 알고 있을 수도 혹은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을 알면서 우리가 에전과 같을 수 있을까? 당신은 상상 속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다. 나는 그들이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또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사람들의 확신에 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누가 그들이 확신을 갖는다고 했지?라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다. 그들이 일주일 후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 고군분투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선뜻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걷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걷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차, 집, 승진과 관계없이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서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저 역시도 밖으로 나가 걸어보아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온전한 '나'와 마주하지 않을까요.
나는 걷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걷는 것이 왜 나를 분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나는 그것이 불확실한 사람인 나를 확고하고 능력을 갖추고 전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걷는 것이 나를 머릿속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에 좋아한다. 걷기는 내가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