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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평점 :
# 조선시대에 현대 서점 점장이 회귀해 버린다면?
# 우유부단한 철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다면?
# 역사 인물과 현대 베스트셀러가 만나는 즐거움
책 소개부터 흥미로웠습니다.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서점'과 '책'!
지금의 베스트셀러가 그 시대에도 먹힐까? 란 의문과 함께 읽기 시작한 이 소설.
과연 조선시대에 현대 서점이 잘 운영될 수 있을까...?!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습니다
『조선책방』

"전하, 신 어득강! 소신이 불민하여 전하께 누가 되었사옵니다.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 - page 8 ~ 9
몇 달간 대사간 '어득강'은 중종에게 민간 서점(지금의 서점) 설치에 관한 건을 얘기하며 의견을 교환하였지만 의외로 서늘한 반응에 그는 편전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그에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홍문관의 수찬으로 있던 첫째 '어기선'은 기묘사화의 부당함을 발견하게 된 후 훈구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아들 '어기남'은 기선의 죽음을 애도하고 출사의 길을 택해 훗일을 기약하게 됩니다.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20년 넘게 일했지만 '출판 대박'의 헛된 꿈을 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박선우'.
춘천의 강원문고 점장이자 수시로 관공서 도서 납품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오늘, 화천과 철원 경계에 위치한 군부대로 도서 납품을 하러 김연희 대리와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어를 1단에 놓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더 천천히 내려갔다. 창을 열어 삼각뿔 모양으로 깎인 웅덩이를 살피며 앞바퀴를 굴렸다. 크르륵 크르륵 자잘한 돌들이 차저에 부딪히며 소리가 났고 김 대리는 연신 반대쪽 배수로를 보며 "OK! OK!"를 외쳤다. 조각난 길을 반쯤 넘어오자 다소 안정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선우는 좀 더 서둘러 내려가고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쿵 쾅! - page 31
정신을 차려보니 이 자리는 1521년의 조선, 춘천 그 어딘가였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었는지 아님 필연인지 어기남과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 박 점장과 연희는 납품하고자 했던 책들-베스트셀러-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자 하였고 한편 출사하고자 마음잡은 어기남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다가 연희가 읽는 <군주론>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되고
'왕은 어떻게 신의를 지켜야 하는가?'
란 시제에 당당히 아원(대과 시험의 차석, 2등)을 차지하게 됩니다.
"맞아요. 맹자의 왕도 정치의 입장에서 보면 소인배로 보일지 모르지요. 하지만 '백성'이라는 중심된 사상이 있잖아요. 왕도든 소인배든 백성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백성과 강건한 나라를 위해서라면 왕이 군자가 되든 소인배가 되든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안 그래요, 연희 낭자?"
"아...... 네. 그래도 왕이 너무 줏대가 없으면 좀...... 아무튼 축하드려요! 합격, 아니 급제하신 거!"
"고맙소, 하하하. 급제는 제가 한 게 아니고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 한 겁니다." - page 71
승정원의 주사를 제수받은 어기남은 중종을 설득하여 자신의 아버지의 소원이었던 '서사의 확대'를 관철시키지만 집권 세력들의 반대로 국가가 운영하는 곳과 민간이 운영하는 서점, 각 1곳씩 시범 삼아 설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은 본격적인 이야기인 민간이 운영하는 서점, 박선우와 어기남의 친구들이 <조선책방>이라는 서점이 종로 한복판에 개점해 훈구파가 운영하는 <백록동> 서점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과연 <조선책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박점장과 연희는 돌아갈 수 있을까?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지금의 베스트셀러가 과거의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아야...... 오늘 무슨 좋은 일이도 있었느냐? 표정이 무척 밝구나!"
"그렇죠, 아버님! 놀라셨나요?"
"아...... 아니다. 너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구나......"
"맞아요, 아버님. 소녀는 늘 아버님이나 오라버니께 짐이 된 것 같아 편치 않았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짐이라니, 그 뭐 당치도 않은 말이냐! 우린 가족이 아니더냐!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녕 아무 일 없었느냐? 이런 밝은 모습을 보니 이 아비마저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구나! 어떻게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게냐?"
...
"《죽고 싶지만 병자는 먹고 싶어》예요!"
"《죽고 싶지만 병자는 먹고 싶어》거, 서책 이름 하나 재밌구나!" - page 107 ~ 108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책'과 '서점'의 중요성을 일러주었던 기남으로부터였습니다.
'미래에는 일반 백성 누구든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정보가 독점되지 않는다.'
'또한 어디든 책을 파는 서점이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아버지 어득강이 꾸준히 제기한 '서사'의 필요성을 증명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집권 세력인 훈구대신들의 반대로 서사의 확대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기남은 생각했다.
'지금 조정의 상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를 지지해 줄 세력 또한 많지 않았다. 기묘사화로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이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서책의 보급을 확대하여 다양한 사고를 고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적이고 소수이며 특정 세력에 기대고 있는 조선의 권력을 다수의 백성들에게 분배하고자 한 것이다. - page 92 ~ 93
나는 참으로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책, 서점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함을, 우선 나부터 가끔 서점을 찾아가서 책을 찾아보고 구입할 것을 다가오는 주말에 한 번 실천을 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드라마화해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너무 재밌게 읽어서...)
타임슬립,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