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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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 현대 서점 점장이 회귀해 버린다면?

# 우유부단한 철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다면?

# 역사 인물과 현대 베스트셀러가 만나는 즐거움


책 소개부터 흥미로웠습니다.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서점'과 '책'!

지금의 베스트셀러가 그 시대에도 먹힐까? 란 의문과 함께 읽기 시작한 이 소설.

과연 조선시대에 현대 서점이 잘 운영될 수 있을까...?!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습니다


조선책방



"전하, 신 어득강! 소신이 불민하여 전하께 누가 되었사옵니다.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 - page 8 ~ 9


몇 달간 대사간 '어득강'은 중종에게 민간 서점(지금의 서점) 설치에 관한 건을 얘기하며 의견을 교환하였지만 의외로 서늘한 반응에 그는 편전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그에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홍문관의 수찬으로 있던 첫째 '어기선'은 기묘사화의 부당함을 발견하게 된 후 훈구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아들 '어기남'은 기선의 죽음을 애도하고 출사의 길을 택해 훗일을 기약하게 됩니다.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20년 넘게 일했지만 '출판 대박'의 헛된 꿈을 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박선우'.

춘천의 강원문고 점장이자 수시로 관공서 도서 납품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오늘, 화천과 철원 경계에 위치한 군부대로 도서 납품을 하러 김연희 대리와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어를 1단에 놓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더 천천히 내려갔다. 창을 열어 삼각뿔 모양으로 깎인 웅덩이를 살피며 앞바퀴를 굴렸다. 크르륵 크르륵 자잘한 돌들이 차저에 부딪히며 소리가 났고 김 대리는 연신 반대쪽 배수로를 보며 "OK! OK!"를 외쳤다. 조각난 길을 반쯤 넘어오자 다소 안정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선우는 좀 더 서둘러 내려가고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쿵 쾅! - page 31


정신을 차려보니 이 자리는 1521년의 조선, 춘천 그 어딘가였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었는지 아님 필연인지 어기남과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 박 점장과 연희는 납품하고자 했던 책들-베스트셀러-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자 하였고 한편 출사하고자 마음잡은 어기남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다가 연희가 읽는 <군주론>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되고

'왕은 어떻게 신의를 지켜야 하는가?'

란 시제에 당당히 아원(대과 시험의 차석, 2등)을 차지하게 됩니다.


"맞아요. 맹자의 왕도 정치의 입장에서 보면 소인배로 보일지 모르지요. 하지만 '백성'이라는 중심된 사상이 있잖아요. 왕도든 소인배든 백성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백성과 강건한 나라를 위해서라면 왕이 군자가 되든 소인배가 되든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안 그래요, 연희 낭자?"

"아...... 네. 그래도 왕이 너무 줏대가 없으면 좀...... 아무튼 축하드려요! 합격, 아니 급제하신 거!"

"고맙소, 하하하. 급제는 제가 한 게 아니고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 한 겁니다." - page 71


승정원의 주사를 제수받은 어기남은 중종을 설득하여 자신의 아버지의 소원이었던 '서사의 확대'를 관철시키지만 집권 세력들의 반대로 국가가 운영하는 곳과 민간이 운영하는 서점, 각 1곳씩 시범 삼아 설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은 본격적인 이야기인 민간이 운영하는 서점, 박선우와 어기남의 친구들이 <조선책방>이라는 서점이 종로 한복판에 개점해 훈구파가 운영하는 <백록동> 서점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과연 <조선책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박점장과 연희는 돌아갈 수 있을까?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지금의 베스트셀러가 과거의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아야...... 오늘 무슨 좋은 일이도 있었느냐? 표정이 무척 밝구나!"

"그렇죠, 아버님! 놀라셨나요?"

"아...... 아니다. 너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구나......"

"맞아요, 아버님. 소녀는 늘 아버님이나 오라버니께 짐이 된 것 같아 편치 않았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짐이라니, 그 뭐 당치도 않은 말이냐! 우린 가족이 아니더냐!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녕 아무 일 없었느냐? 이런 밝은 모습을 보니 이 아비마저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구나! 어떻게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게냐?"

...

"《죽고 싶지만 병자는 먹고 싶어》예요!"

"《죽고 싶지만 병자는 먹고 싶어》거, 서책 이름 하나 재밌구나!" - page 107 ~ 108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책'과 '서점'의 중요성을 일러주었던 기남으로부터였습니다.


'미래에는 일반 백성 누구든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정보가 독점되지 않는다.'

'또한 어디든 책을 파는 서점이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아버지 어득강이 꾸준히 제기한 '서사'의 필요성을 증명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집권 세력인 훈구대신들의 반대로 서사의 확대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기남은 생각했다.

'지금 조정의 상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를 지지해 줄 세력 또한 많지 않았다. 기묘사화로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이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서책의 보급을 확대하여 다양한 사고를 고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적이고 소수이며 특정 세력에 기대고 있는 조선의 권력을 다수의 백성들에게 분배하고자 한 것이다. - page 92 ~ 93


나는 참으로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책, 서점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함을, 우선 나부터 가끔 서점을 찾아가서 책을 찾아보고 구입할 것을 다가오는 주말에 한 번 실천을 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드라마화해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너무 재밌게 읽어서...)

타임슬립,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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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빼고 다 바꿔라 - AI도 꼼짝 못할 대한민국 육아전문작가의 육아 비법
김영희 지음 / 작가교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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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마냥 '아기'로 느껴졌는데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커버린 아이의 모습에 그만 울컥해버린...

그리고...

저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유치원 보낼 때까지는 그리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한 둘이 교육열에 열변을 토할 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을 했었는데 '학교'에 들어가게 되니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벌써 우리 아이가 뒤처진 건 아닐까?'


그래서 저도 아이에게 하나 둘 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아이가 저에게 조심스레 다가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나 하기 싫어!"

순간 멘붕이 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육아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서울대 보낸 '끝끝내엄마 김영희'의

현명한 부모, 행복한 이로 성장할 9개 키워드


아이만 빼고 다 바꿔라



라떼는...이란 말을 쓰기 싫지만 남보다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취직해 돈도 많이 벌고 잘 나가야 성공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세계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학력 파괴의 바람이 불며 학력이 아닌 실력을 중요시 여기며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대기업에서도 스펙을 보지 않고 인성을 보겠다고 선포한 요즘.

이 변화의 물결에 변해야 하는 건 아이를 기르는 '부모'였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적성과 소질이 있는 아이.

하지만 왜 남들과 다르게 키우는데 주저하는가?

바로 불안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가능성을 묻어둘 것인가?


그래서 저자는 부모가 진정으로 아이의 성공적 삶을 돕고자 한다면 9가지 핵심 능력을 개발해 주어야 한다며 다음의 키워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육아의 초점의 '내 아이'였습니다.

정해진 틀이 아닌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부모의 역할은 안내자이자 코치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아이가 마음 놓고 뭔가를 시도해보며 실수도 해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해본 일에 대한 실수와 성공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성장하고 싶다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저술가 워런 베니스 교수는 '실수는 실천의 또 다른 방법일 뿐'으로 보았다. 성장하려면 실수를 당연시하고 그때마다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며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에 대해 염려하지 말고 이제 우리 아이들 생각의 굴레를 마음껏 풀어주자. 그들은 지혜의 보물을 차곡차곡 쌓아 필요할 때 소중하게 꺼내 쓸 수 있으리라. - page 140


한 아이의 하루하루가 바로 인생의 마디마디를 만드는 과정이기에 마디마디 성장통과 성취를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새겨봅니다.


그리고 아이의 지대한 꿈과 헌신적 삶, 그리고 성공을 돕기 위해 부모에게도 3심이 필요했습니다.

초심, 열심, 뒷심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과 뒷심이 가동되어 부모와 아이 모두 찬란히 빛날 수 있도록...


술술 읽혔습니다.

하지만 가르침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데 실천하지 못했음을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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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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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골격을 이루는 가장 단단한 조직 중 하나인 '뼈'.

이 뼈를 읽어내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법의인류학자'입니다.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주로 '신원 확인'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과도 같았습니다.

수많은 시신들 속에서 고인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며 그들을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편안히 잠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세계적인 법의학자 '수 블랙'이 전하는 실제 사건에서 마주했던 죽은 자의 뼈에 새겨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이름을 붙이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고요히 잠든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성인을 기준으로 인간의 골격은 200개가 넘는 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발판이며, 피부와 지방, 근육 및 장기가 다 썩어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오랫동안 살아남는 '뼈'.

이 뼈는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삶에서 우리가 살았던 방식을 증언할 마지막 파수꾼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삶이라는 사운드트랙에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음악으로 새긴다고 하였습니다.

그 음악의 대부분은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법의인류학자'였습니다.

그들의 일을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 중 그 단편들을 찾아내고, 오래전에 기록된 선율의 단장을 이끌어내어 골격의 뼈를 읽으려고 애쓰는 것이라는 표현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억울한 죽음 앞에 뼈를 통해 뼈 주인의 삶이 어떠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과정을 수 블랙이 상세히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책은 머리, 몸통, 사지로 나누어 해부학적 지식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사건들을 예시로 들었기에 충격적이면서도 추적해가는 과정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개골로는 인종, 성별, 나이 등을 알아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디지털 몽타주를 만들어 얼굴 생김새를 재현해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척추는 주로 시신 절단 사건과 관련이 많으며 흉부는 다양한 무기와 방법을 쓴 사건과 관련이 많았습니다.

특히 갈비뼈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때 가장 많이 노리는 부위로 갈비뼈 사이로 도구를 찔러 넣은 흔적이나 총알이 박힌 흔적을 찾아 수사에 도움을 줍니다.

갈비연골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밝혀낼 수도 있고 목 부위는 교살, 교수형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다리이음뼈는 성별과 사망 당시의 나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팔과 다리 뼈인 긴뼈로는 해리스선으로 정신적 충격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발뼈로는 보행 분석을 통해 범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삶에 대한 기억을 새겨놓은 뼈로부터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나간다는 점이 경이로우면서 뼈는 단순히 인체의 일부가 아닌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아동 학대 범죄'에 눈길이 가곤 하였습니다.

어린아이가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하면 골절 외에 다른 부상도 있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학대가 있었다는 것이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잠재적 용의자가 한 명 이상일 경우 누구의 책임인지 입증하기 힘들 때 법의인류학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면 잠시 성장이 멈춰 다리뼈에 가느다란 흰 선이 남게 되는데, 이 해리스선(harris line)이 아동학대 범죄를 밝힐 때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소년의 끔찍한 이야기는 너무 늦게 밝혀졌다. X-레이 사진에서 나타난 긴뼈의 작은 흰색 선들의 증거 덕분에 명백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내가 그 사건에 관계했다면, 해리스선의 원인이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였다고 증언할 수 있었을까? 아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존재로 경찰은 특정한 수사 경로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해명, 자백, 유죄 판결 및 가정 파괴가 일어났다. 때때로 진실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진실의 영향은 굉장히 강하며 광범위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떻게 어릴 때의 외상기억이 뼈에 남을 수 있는지, 보다 냉정하고 숙고하는 시각을 갖게 된다. 생물학적 치유와 개조에는 물리적으로 증거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는 지우기가 훨씬 더 어렵다. - page 290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름'을, '존재'와 '인생'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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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스선 이라는 게 있군요. 미드 중에 뼈의학을 다룬 본즈가 떠오르네요 ~
 
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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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배움'의 의미를 되찾고 싶어서였을까...

어느덧 3월인데 야심 찼던 계획들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기 전에 마음을 다 잡고 싶어서였을까...

이 모든 건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 책이 궁금하였습니다.

 

나의 아버지, 1만 권의 책, 그리고 길바닥에서의 탈출에 관하여

"막다른 벽을 마주할 때마다

답은 항상 아버지의 서재에 있었다."


그의 배움의 연대기를 통해 저도 성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진흙탕 한가운데 외딴섬처럼 떠 있던 아버지의 서재,

그곳은 '진짜' 세계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배움의 기쁨



어머니 백인이고 아버지는 흑인인 부모님으로부터 혼혈이지만 '흑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했던 '토머스 윌리엄스'.

어릴 적 그는 모종의 '흑인다움'을 표출하는 법을 배우면서 추악하고 무도한 것이지만 야생의 공간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1980 ~ 90년대에 걸쳐 거친 힙합 문화가 군림하던 시대였기에 갱스터랩을 들으며 지식과 호기심을 금기시하고 힙합만을 유일한 진리로 떠받들던 또래 흑인 사이에서 몸짓과 말투로 깡패를 흉내내는 것이 삶의 필수 요소였습니다.

힙합이 지배하는 문화 속 거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어쩌면 한없이 삐뚤어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그가 있게 된 건 특별한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클래런스 리언 윌리엄스'.

아버지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왔었습니다.

흑인이 교육을 받으려면 죽을 각오를 하라는 말이 오가던 시대에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고 끝내 사회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아버지.

무엇보다 이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던 점은 아들에게 권위적이지 않게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며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찾아가게 하는 조언을 들려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는 밖에서는 또래들과 거칠게 행동했다면 집에서는 아버지 앞에 앉아 얌전히 공부하는 이중생활을 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열여덟 살 때는 진짜처럼 보이는 동시에 아버지를 만족시키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고 배움의 희열을 느끼는 철학도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실 그에게 '책'이란 슈퍼맨에게 크립토나이트와도 같았습니다.

심한 발진과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알레르기원이었는데 책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 건 어떤 숭고한 깨달음이나 정신적인 갈증이 아닌 순전히 또래의 압력이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그것이 고등학교 때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힘이었지만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때서야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에게 건넨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책만 있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너희 어머니와 네 형을 빼면 여기 이 책들이 유일한 친구다. 아들아, 책과 대화하면 천재들과 대화할 수 있어." - page 195


무엇보다 저 역시도 찡했던 건 책을 열심히도 읽으셨던 아버지가 정작 책의 즐거움보단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사실이...


"나는 소설을 읽을 때도 무조건 펜을 쥐고 밑줄을 그어 가면서 읽었다, 아들아. 밑줄 긋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게 아냐. 뭐라도 지식을 건져서, 뭐라도 실용적인 지식을 건져서 내 인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였지.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나한테 뭐라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필요한 지식은 모두 책 속에 있을 테니까 책만 열심히 읽으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래, 책이란 걸 그냥 예술 작품으로 취급할 수가 없었지."

나중에 다시 그 말을 생각하자 원래는 재미있어야 할 경기에 죽기 살기로 임하면서 즐거움은 남의 이야기로 미뤄두었던 세인트앤서니의 선수들이 불현듯 떠올랐다.(그것이 진짜든 허상이든 간에) 거기에 걸린 것이 워낙 크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겐 신나서 하는 운동이 그들에겐 일종의 노동이 되어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파피가 내 나이 때 똑같은 책을 즐겁게 읽지 못했기 때문임을. 그러자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시대를 잘 타고났을 뿐이란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파피에게 독서에 대하나 칭찬을 받았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 돌연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아버지에게 갚아야 할 큰 빚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225 ~ 226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

왼손잡이로 태어나 고되게 훈련해서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 법을 터득했고 체스도...


하루도 체스를 두지 않는 날이 없었다. 파피는 항상 흑을 잡았다. 백이 먼저 움직이는 체스에서 흑은 항상 한 수 뒤에서 방어해야 하는 처지로, 테니스로 치면 서브를 받는 쪽인 리시버에 해당한다. 체스도 테니스처럼 고수끼리의 승부에서는 리시버, 그러니까 후순위 선수에겐 승산이 별로 없다고 본다 .그래서 흑이 승리하거나 비기면 테니스에서 리시버가 승리한 것과 같은 이변으로 여겨진다.

"왜 항상 흑으로 하세요? 먼저 하고 싶지 않으세요?"

내가 물을 때마다 파피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나는 흑이 좋다, 아들아. 흑이 인생의 현실을 더 잘 보여주거든. 후순위는 아주 불리해. 그래서 더 영리하게 경기해야 하지. 머리를 써야 한단 말이야." - page 114 ~ 115 


자신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탓하기 전 자신을 발전시키며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한 명의 나'로 우뚝설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아버지로부터 한 수 배웠습니다.


배움의 기쁨.

그 기쁨의 중심에 있던 가족의 사랑이, 믿음이, 그리고 책이 있었음을 다시금 되짚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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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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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코믹극'이라는 색다른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이끌리듯이 읽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추리소설이 선사하는 은밀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기대하며.


아가사 크리스티 이후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장식한

'후더닛'(who done it)의 계보를 잇는 여성 작가,

아니타 블랙몬의 색다른 추리소설.


리슐리외 호텔 살인



그 모든 일은 그날 아침 독신녀인 나, 애들레이드 애덤스가 리슐리외 호텔 로비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그때 시작되었다. - page 5


화창한 4월.

작은 레지던스 호텔의 로비보다 더 평온해 보이는 이름만 거창한 호텔 '리슐리외 호텔'에 몇 년째 같은 객실에 묵고 있는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 방에 양쪽 귀밑까지 목이 베인 채 샹들리에 십자 가지에 매여 있는 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이 살해된 남자는 바로 호텔 투숙객 중 한 명이 고용한 사설탐정으로 밝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들 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범행 시간에 이들 모두가 알리바이가 없는 상태.

수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추리 재미가 선사되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젊은 미망인과 그녀의 조카 폴리.

폴리의 전 애인 엘리트 은행원 호워드.

술독에 빠진 단 모스비와 그의 아내 로티.

바람기 넘치는 화장품 영업사원 스티븐 랜싱.

이혼 위자료로 한몫 잡은 요부 앤서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데어 모녀.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등장인물이 많기에 이들의 사연과 비밀도 많았고 그만큼 이야기가 풍성했음에 읽으면서 여러 요소들이 선사하는 쏠쏠한 재미, 요게 클래식 추리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그리고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우연찮게도 살인 현장마다 애들레이드가 휘말리게 되면서 엘리트 경위 호머 버니언은 그녀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되고 결국 그녀 스스로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애들레이드 애덤스가 마지막에 알게 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제가 전에 범죄자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습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요. 그건 여전히 사실입니다. - page 350


리슐리외 호텔에서 일어난 흉악한 살인 사건을 둘러싼 사랑과 우정, 신파와 풍자를 버무린, 좌충우돌 잔혹함 속에서도 피식할 수 있었던 그렇다고 코믹극까지는 아니었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느낌이 딱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도 닮아있기에 아니타 블랙몬도 계속 작품 활동을 했다면 미스 마플과 같은 이가 등장하여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즐겁게 해 주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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