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익스프레스 - 와인, 위스키, 사케 못지않은 K-술의 매력
탁재형 지음 / EBS 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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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비가 오거나 유독 고된 하루를 보냈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그럼 매일인데?!)

그럴 때면 술을 곁들여(?) 마시곤 합니다.

잘 마시는 편이 아니라 주로 맥주를 마시고 아주 가끔 와인을 마시곤 하는데...

요즘 들어 우리의 술도 다양하게 나오면서 궁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주는 도수가 세서 잘 마시지 못했고 막걸리는 마시고 난 뒤 다음날이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런데 주변에서도 이제는 맥주나 와인보단 우리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곤 하였습니다.

우선 그전에!

우리술에 대해 알고 마시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와인이나 맥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종종 만날 수 있었지만 K-술에 대한 이야기는 보기가 드물었었습니다.(저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똭!

제 손안에 있는 이 책.

우리술의 매력을 얼마나 알려줄지!!

우리술의 시간과 역사,

그리고 맛있는 글이 담긴 한잔

우리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풍성한 한잔을 들이켜보자.

우리술 익스프레스



우리의 술이 '전통주'라는 이름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박재범의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 시작 26분 만에 6만 병 판매하는 기록을 남기는가 하면 MZ세대가 즐기는 힙한 막걸리, 고급 쌀로 만든 맑은 청주, 연예인들도 사랑하는 증류식 소주, 우리 재료로 만든 와인과 시드르까지 수많은 양조장이 각각의 개성으로 우리 앞에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리술의 세계.

제대로 알고 마시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누구나 궁금해할 우리술 Q&A, 우리술의 구분, 우리술의 심장인 누룩, 청주와 약주의 차이,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 그리고 증류기까지 술술 풀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술은 크게 건더기가 있는 탁한 술인 '탁주', 건더기를 거른 맑은 술인 '청주', 그리고 증류한 술인 '소주'로 나누어집니다.



이 세 개의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술의 세계는 발전해 왔습니다.



솔직히 이렇게나 다양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그 맛이 감히 상상되지 않아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아...

한 잔의 유혹이...

이 시기와 딱 어울릴, 한국의 여름을 품은 와인 '그랑꼬또'가 왜 이리도 마시고 싶었는지...

달콤한 향과 드라이한 목 넘김이 만들어 내는 반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모든 와인에 오크통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을 써야 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있는 거죠. 오크는 도토리과의 열매를 맺는 참나무 종류잖아요. 열매뿐만 아니라 나무 자체에 떫은맛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와인을 떫게 만들고, 나무 향의 풍미를 더해주죠. 외부와 숨을 쉬면서 다양한 부케(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더해지는 향)가 생기게 해주기도 합니다. 스테인리스는 그런 작용은 없는 반면에 밀폐 용기이기 때문에 과인의 특성이 지속적으로 와인에 흡수되도록 해줍니다. 저희는 캠벨얼리나 청수처럼 껍질을 먹어도 씨앗을 먹어도 떫은맛이 없는 품종으로 만들기 때문에, 오크통을 써서 떫은맛을 내는 것보다는 과일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page 208

여름에 맥주처럼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가볍고 편한 와인이라 하니 이번 여름에 마셔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3대를 이어온 막걸리 '양촌 생막걸리'를 만드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자리 잡은 양촌양조.

1923년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1931년에 지금의 자리에 양조장을 차려 계속 같은 곳에서 술을 빚어오고 있는, 양촌양조의 역사가 곧 우리술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서 빚은 술엔 '진심'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동중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중에는 비싼 술 많잖아요. 저희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가격을 많이 올릴 수가 없죠. 좋은 원료로 만들고도 저렴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술 만드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 page 255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술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맛있는 술을 잘 만들기로 주변 나라에 소문이 자자했던 삼국시대, 증류한 술인 소주가 시작된 고려시대와 우리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체계적으로 기록된 조선시대까지 우리술은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주세령이 시작되고 조선의 청주를 '약주'로 규정해 버리고 세법상의 '청주' 카테고리는 오로지 흩임누룩과 정제효모를 사용하는 일본식 청주에만 허용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혼란의 씨앗을 잉태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때 만들어진 분류법은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건재하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습니다.

우리술에서 고급주의 위치를 점하고 있던 청주를 약주라는 카테고리 안에 가둬놓은 사이에 그 빈틈을 일본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만든 일본식 청주(사케)와 맥주 등의 외래 주류에 의해 빠르게 잠식됐다는...

술을 만들 곡식은커녕 당장 씨니를 때울 양식도 모자랐던 가난과 고난을 거쳐 해방이 되고 오늘날까지 롤러코스터처럼 굴곡 있는 역사를 지닌 우리술.

긴 세월을 버텨온 전통주, 의욕과 열정으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조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술을 더 오래 마시기 위해 우리는 우리술을 더 마시고, 더 찾고, 더 가까이 두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대화와 사색을 더 짙게 만들어주는 친구로 우리술만큼 좋은 이가 없으니 말입니다.

좋은 이와 함께 우리술 한 잔.

인생의 맛을 이 한 잔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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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7-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께서도 한잔의 술을 즐기셨다니 의외였어요○_○ 저는 가끔 편의점 캔맥주만 홀짝홀짝 합니다.
지금 페이퍼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술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어요! 저는 예전에 영동와인은 먹어봤는데 ‘그랑꼬또‘의 맛도 궁금해집니다.
 
우리술 익스프레스 - 와인, 위스키, 사케 못지않은 K-술의 매력
탁재형 지음 / EBS 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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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에 담긴 역사를 되새기고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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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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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다른 출판사로 읽어보았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련히 남아있었는데...

또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엔 <첫사랑>을 시작으로 <귀족의 보금자리>, <무무> 총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사랑의 가수' 혹은 '여성 심리의 명수'라는 칭호를 받는 '이반 투르게네프'가 그려낼 사랑의 모습.

파스텔처럼 또다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투르게네프

사랑의 가수 투르게네프가 전하는 첫사랑을 위한 불멸의 서사시

피할 수 없는 사랑의 행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 「첫사랑」외 2편

첫사랑



손님들은 이미 오래전에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다. 시계가 12시 30분을 쳤다. 방 안에 남은 사람은 주인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그리고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뿐이었다.

주인은 벨을 눌러, 밤참을 먹고 남은 것을 치우라고 일렀다.

"자, 그럼 결정됐군요." 주인은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우리는 제각기 자기의 첫사랑 얘기를 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당신부터." - page 9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는 흥미롭지 않다며 두어 마디로 끝나는 이야기라며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에게 이야기를 넘깁니다.

그러자 블라지미르는

"내 첫사랑은 정말로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 page 10

라며 자신의 열여섯 살로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젊고 멋있었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열 살이나 연상이었던 어머니와 결혼했습니다.

엄격하고 냉정하고 무관심한 아버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질투와 우울함 속에 사는 어머니.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와 함께 그럭저럭 보내게 되는데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된 1833년 여름.

별장에서 보낸 첫 주간은 그에게 결코 잊지 못한 기억을 남겨주게 됩니다..

별채에 이사 들어온 자세키나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

표정이 풍부한 활기찬 얼굴에서 빛나는 커다란 회색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 얼굴 전체가 갑자기 떨리면서 웃음을 띠었다. 하얀 이가 반짝 빛났고 눈썹은 약간 야릇하게 위로 치켜 올라갔다. 나는 얼굴ㅇ이 빨개져서 땅바닥에 떨어진 엽총을 주워 들고는, 커다란 그러나 짓궂은 데는 없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내 방으로 도망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 쳤다. 나는 몹시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즐겁기도 했다. 나는 지금껏 경험해 본 일이 없는 흥분을 느꼈던 것이다. - page 17

스물한 살 처녀인 지나이다에게 집으로 초대를 받게 되고 그녀를 추종하는 네 남자- 말레프스키 백작, 의사 선생인 루쉰, 시인인 마이다노프, 예비역 대위 니르마츠키, 경기병 벨로브조로프- 와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을 하며 그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지나이다 역시 블라지미르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나이다의 낌새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 블라지미르.

그녀의 마음을 뺏어간 자를 찾아 처단하고자 했더니.... 다름 아닌 자신의 아! 버! 지!!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의 싸움이 잦았던 이유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블라지미르는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분노하기보다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게 됩니다.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그날 밤 노트와 책들이 펼쳐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다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 열정이다! ...... 어떤 사람한테서, 비록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도 그렇게 맞으면! ......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도 있는가 보다...... 그러면 나는...... 나는 상상했다......" - page 116

블라지미르는 대학에 입학하고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돌아가면서 그에게 편지를 남기게 되는데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 page 117

사 년쯤 세월이 흘러 지나이다의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해산하다가 갑자기 죽었음을 듣고 그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첫사랑의 환영을 한 가닥 한숨과 어떤 쓸쓸한 감정으로 간신히 더듬으면서, 내가 무엇을 바랐고, 내가 어찌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했겠는가?

내가 소망했던 모든 것 중에서 과연 무엇이 실현되었는가? 그리고 벌써 내 인생에 황혼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하는 지금,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봄날 아침의 뇌우에 대한 추억보다 더 신선하고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page 120 ~ 121

지아니다를 위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졌다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쳐졌습니다.

하아...

그리고 이어진 <귀족의 보금자리>는 <첫사랑>처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1842년 도청 소재지인 O시 변두리에 있는 아름다운 집에 아내가 바람핀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라브레츠키 표도르 이바느이치로부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가끔 칼리틴의 집을 방문하면서 마리야 드므트리예브나의 맏딸 리자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전 무서워요.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요?" 그녀가 되뇌었다.

"난 당신을 사랑하오."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난 당신에게 내 온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녀는 마치 무엇에 쏘이기라도 한 듯이 다시 한번 몸을 흠칫 떨고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모든 게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어요."

"그러나 당신은 날 사랑하죠, 리자? 우린 행복할까요?"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 그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그는 약간 옆으로 머리를 기울여 그녀의 창백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page 304 ~ 305

그래서 리자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의 집에선 라브레츠키를 반대하고 다시 아내와 화해를 하게 되면서 떠나게 됩니다.

"오, 리자, 리자!" 라브레츠키가 소리쳤다. "우린 정말로 행복할 수 있었는데!"

리자는 다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표도르 이바느이치, 이제 당신도 아실 거예요. 행복은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걸."

"그래요. 그건 당신이......" - page 362

그 후 리자는 그 누구와도 사랑하지 않은 채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녀가 되고 라브레츠키는 훌륭한 지주가 되어 그녀를 추억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 누가 알랴? 그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인생에는 그러한 순간이, 그러한 감정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냥 언급하기만 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 - page 396

<무무>는 과부 여지주의 농노로 일하는 벙어리 게라심의 이야기였습니다.

언제나 말이 없는 그의 모습은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노동에 장엄한 위엄을 부여한 훌륭한 농부였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인, 이 불행만 아니었다면 어떤 여자든 흔쾌히 그에게 시집갔을 테지만...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여주인은 그를 마당쇠로 만들었습니다.

게라심은 세탁부 타티야나를 좋아하지만 여지주가 타티야나의 짝으로 제화공 카피톤과 결혼시키려 합니다.

시집가는 타티야나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게라심.

모든 준비가 끝나고 농부들이 '안녕히!'라는 말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게라심이 자기 방에서 나와 타티야나에게로 다가가 일 년 전쯤에 사두었던 붉은 목면 스카프를 기념으로 선물했다. 그 순간까지 생활의 온갖 우여곡절을 묵묵히 견뎌냈던 타티야나는 이제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 page 409

그러던 중 불쌍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 강아지 이름을 '무무'라 짓고 정성스럽게 돌보게 됩니다.

하지만 밤마다 짖는 무무가 못마땅했던 여지주는 무무를 치워버리라고 명하게 되고 여지주에게 저항도 해보고 몰래 키워도 보지만 송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마침내 게라심은 몸을 쭉 펴고는 어떤 병적인 분노의 표정으로 자기가 가져온 벽돌을 노끈으로 서둘러 묶고, 올가미를 만들어서 무무의 목에 걸고 무무를 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무를 바라보았다...... 무무는 무서워하지 않고 신뢰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작은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게라심은 얼굴을 돌리고 나서 실눈을 뜨고는 두 손을 폈다...... 게라심은 물에 떨어지면서 무무가 낸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철썩' 하고 튀어 오른 둔탁한 물소리도, 다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에게는 가장 소랑스러웠던 하루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지나간 것이다. 마치 가장 고요한 어떤 밤이 우리에게는 전혀 고요하지 않을 수 있듯이.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작은 파도가 서로서로를 뒤쫓듯 전처럼 강을 따라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전처럼 쪽배의 측면에 철썩거리며 물을 끼얹고 있었다. 다만 강기슭 쪽 저 멀리에서 어떤 커다란 물결 무늬가 동그랗게 퍼지고 있었다. - page 437 ~ 438

그리곤 그는 자신의 외딴 농가에 와 절대로 여자들과 어울리지 않고 심지어 여자들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자기 집에서 한 마리의 개도 기르지 않았다 합니다.

첫사랑

- 첫사랑의 환희와 고통

귀족의 보금자리

-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의 비극, 혹은 사랑의 비극

무무

-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

특히 <무무>라는 작품은 '죽을 때까지 농노 제도의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농노 제도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투르게네프의 이른바 '한니발의 맹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비인간적인 농노 제도에 대한 증오와 게라심 같은 농노를 향한 따스한 휴머니즘.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차마 마침표는 찍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찍을 수 있을까나...

여운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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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코드 - 나를 명품으로 만드는 시크릿 코드
이윤경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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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추세는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딩'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이란 개념 자체도 생소하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롤모델'을 찾아야 했고 바로 이 책이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명품이 되기까지.

그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들의 설립 과정과 운영방식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그 브랜드가 가진 '시크릿 코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루이비통, 클라랑스, 크리스챤 디올, 펜디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진 시크릿 코드는 무엇일지...

모두를 꿈꾸게 만드는 럭셔리 브랜딩 이야기

전통과 혁신 그리고 애티튜드

그 속에 담긴 시크릿 코드를 말한다!

럭셔리 코드



솔직히 '럭셔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명품, 화려함과 고가, 사치스러움 등.

화려한 진열대 위에 놓인 아름다움 제품.

하지만 이들을 럭셔리, 명품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건 내면의 럭셔리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그 힘은 무엇일까...?

럭셔리 브랜드는 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필요가 아닌 열망을.

이 말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요!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내가 꿈꾸고 열망했던 놀라운 제품을 탐닉하고 그것을 만들어 온 브랜드의 '존재'에 대한 즐거움이 훨씬 오래간다.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스토리와 장인들의 열정, 탄성을 자아내는 혁신과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럭셔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것을 경험하고 즐기는 감성이 진정한 럭셔리다. - page 14 ~ 15

그래서 저자는 한 줄로 표현했습니다.

'럭셔리는 감성이다'

사람들을 열망하게 하고 감성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 기적 같은 전략이 무엇일지 본격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CODE 1 전통과 혁신 그리고 혁명 - 진정한 명품은 죽어야 산다

CODE 2 헤리티지와 스토리텔링 - 럭셔리 아카이브 옷장에서 스토리텔링하라

CODE 3 장인정신과 우수함 - 시간의 회전문 안에 있는 장인들

CODE 4 럭셔리 애티튜드 - 자신에게 엄격하기

럭셔리 코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는 '반복'으로 스승의 창작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스승에게서 배운 원형의 기술에서 자기만의 창작의 혼을 불어 넣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진화'하며 또 다른 얼굴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지만 그것을 스토리텔링하는 데는 '연결'이 중요한데 그 연결점에서 브랜드의 의미를 찾아 이야기의 재미와 가치를 만드는 것.

브랜드의 정신을 장인 그 자체로 생각해 그들을 최고로 인정할 것.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간절함을 간직한 초심을 유지할 것.

이 코드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오랜 기간 성공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저에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샤넬 핸드백의 포켓의 의미였는데 가방 뒷면에 작은 포켓을 만들어 여성이 직접 팁을 주게 함으로써 경제적인 작은 힘을 실어준다는데 의미를 두었고 안에는 연인에게 받은 연애편지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핸드백에 비밀 공간을 만들며 가방을 사용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을 담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명품이 가진 하나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라웠던 점으로는 세계적인 명품 핸드백 전문 제조업체인 '시몬느'가 이탈리아가 아닌 우리나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다는 사실, 아시아 최초로 럭셔리 핸드백 제조시장에 진출하여 33년간 브랜드의 디자인 생산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디자인을 제안하여 소재 개발, 설계, 생산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세계적 제조회사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설립할 당시 품질이 뛰어난 샘플백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공방 같은 헤리티지와 문화유산이 없어서 거절당했던 설립자 박은관 회장.

그는 그들에게 럭셔리 브랜드도 처음이 있지 않았느냐며 단 1%만이라도 제작하게 해달라고 끈질기게 제안한 후 이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피렌체의 그것을 이긴 그.

그런 그가 한 이야기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늘도 박은관 회장은 "내 재킷에서는 기름 냄새가 난다. 진정성이며 정체성이 우리 성공의 열쇠이고, 400명이 넘는 디자이너와 장인이 바로 우리 회사의 자산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럭셔리의 가장 강력한 핵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진정한 럭셔리 정신을 바로 이곳에서 찾았다. 대를 잇는 브랜드의 첫날은 어느 브랜드나 작고 미약한 공방에서 시작했으나 늘 초심을 잃지 않는 장인들의 손끝에서 끝없이 길이 이어질 것이다. - page 185

지금은 '명품'이라 불리는 이 브랜드들의 진정한 내면을 확인하니 그야말로 '럭셔리하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들의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만들어놓은 브랜드를 통해 나의 겉모습을 럭셔리하게 했다면 그들이 알려준 시크릿 코드를 통해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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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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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1997년 12월 30일을 끝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사형제도폐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생명을 법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뭐라 단정하진 못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면서 '사형 제도'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파헤친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사법 제도가 흡사한 일본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음에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사형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일본 추리 문학계를 뒤흔든 문제작!

기대가 되었습니다.

"도저히 신인 작가라고 믿을 수 없다. 주도면밀한 구성과 탄탄하고

이지적인 문장에 읽을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 미야베 미유키

13계단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사카키바라 료는 딱 한 번, 그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철문을 여는 중저음이었다. 땅이 울리는 것같은 그 공기의 흔들림이 멎자, 감방 전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옥을 향한 문이 열리고, 미동조차 허용되지 않는 완전한 공포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이윽고 잠잠해진 복도를 일렬종대의 발자국 소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와 속도로 돌진해 왔다.

멈추지 마! - page 9

사형수 감방에 수감된 이후 7년.

죽음의 공포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놓인 '사카키바라 료'.

사실 사건 당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던 그는 어렴풋이 떠오른 영상이라 하기엔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기에...

손님의 뒷모습. 무거운 봉투.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는 다리.

아니야, 사카키바라는 고개를 쳐들었다.

계단이다.

희미한 기억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렇다. 그때 본인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지금처럼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 page 13 ~ 14

탄원서를 쓰고 변호사에게 보낼 편지를 열심히 써 내려갑니다.

상해 치사 전과자인 '미카이 준이치'는 2년간 복역한 후 가석방 허가를 받게 됩니다.

출소한 준이치는 자신으로인해 부모님이 피해자에게 위자료와 손해 배상 지불로 엄청난 빚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는 아들이 범한 죄의 무게에 전율하며, 행복했을 무렵의 단란한 가족상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소리 죽여 울어 왔던 것이다.

"울긴 왜 울어."

아키오가 형을 힐난했다.

"다 네 탓이잖아. 울면 용서받을 수 있기라도 할까 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준이치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동생 방을 나섰다. 어두워진 아파트 복도를 걸으며 오로지 부모 얼굴을 다시 보기 전에 눈물을 그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 page 36

그러던 중 교도관 '난고 쇼지'가 준이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아무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3개월이 기한이야. 즉 보호 관찰이 끝날 때까지의 기간이지. 내용은 변호사 사무실의 일을 돕는 것이라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사형수의 누명을 벗기는 거야." - page 50

바로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인데 그렇지않아도 사카키바라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에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계단'을 단서로 진범을 추적해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 그 어디에도 계단의 흔적은 없었고 난고와 준이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사형 집행까지 불과 3개월, 과연 그는 무죄일까?

솔직히 사건이 진행될수록 설마... 설마... 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이...

그러면서 사형 제도 및 현대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였기에 강하게 뇌리에 남게 되었습니다.

먼저 책 제목이었던 '13계단'의 의미가

공소권을 독점한다는 강대한 권력을 쥔 검찰관은 동시에 형 집행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책무가 있다. 특히 극형까지 가게 되면 엄정한 심사를 해야 하며, 그가 작성 중인 사형 집행 기안서는 앞으로 5개 부서, 13명의 관료 결재를 받을 예정이었다.

13명.

그 숫자에 눈살을 찌푸린 검사는, 사형 판결 선고 이후 집행까지 절차가 몇이나 되는지를 세어 보았다. 13가지였다.

13계단. - page 37

사카키바라의 유일한 기억인 '계단'과 사형 판결 선고 이후 집행까지의 절차 '13계단'.

묘한 우연...

무엇보다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었습니다.

만약 자기 자식이 살해당하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범인이 눈앞에 있었다면 난고는 상대에게 똑같이 갚아 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적인 보복을 인정하면 사회는 완전한 무질서 상태가 된다. 국가라는 제삼자가 형벌권을 발동시켜 대신해 줘야 한다. 인간의 마음에 복수심이 있고, 그 복수심이 이 세상을 떠난 타인에 대한 애정이며, 그리고 법이라는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한 사형을 포함한 응보형 사상은 용인되지 않을까. - page 180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 page 367

이 외침이 메아리로 남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심판대에 오른 '사형 제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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