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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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다른 출판사로 읽어보았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련히 남아있었는데...

또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엔 <첫사랑>을 시작으로 <귀족의 보금자리>, <무무> 총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사랑의 가수' 혹은 '여성 심리의 명수'라는 칭호를 받는 '이반 투르게네프'가 그려낼 사랑의 모습.

파스텔처럼 또다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투르게네프

사랑의 가수 투르게네프가 전하는 첫사랑을 위한 불멸의 서사시

피할 수 없는 사랑의 행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 「첫사랑」외 2편

첫사랑



손님들은 이미 오래전에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다. 시계가 12시 30분을 쳤다. 방 안에 남은 사람은 주인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그리고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뿐이었다.

주인은 벨을 눌러, 밤참을 먹고 남은 것을 치우라고 일렀다.

"자, 그럼 결정됐군요." 주인은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우리는 제각기 자기의 첫사랑 얘기를 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당신부터." - page 9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는 흥미롭지 않다며 두어 마디로 끝나는 이야기라며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에게 이야기를 넘깁니다.

그러자 블라지미르는

"내 첫사랑은 정말로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 page 10

라며 자신의 열여섯 살로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젊고 멋있었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열 살이나 연상이었던 어머니와 결혼했습니다.

엄격하고 냉정하고 무관심한 아버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질투와 우울함 속에 사는 어머니.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와 함께 그럭저럭 보내게 되는데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된 1833년 여름.

별장에서 보낸 첫 주간은 그에게 결코 잊지 못한 기억을 남겨주게 됩니다..

별채에 이사 들어온 자세키나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

표정이 풍부한 활기찬 얼굴에서 빛나는 커다란 회색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 얼굴 전체가 갑자기 떨리면서 웃음을 띠었다. 하얀 이가 반짝 빛났고 눈썹은 약간 야릇하게 위로 치켜 올라갔다. 나는 얼굴ㅇ이 빨개져서 땅바닥에 떨어진 엽총을 주워 들고는, 커다란 그러나 짓궂은 데는 없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내 방으로 도망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 쳤다. 나는 몹시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즐겁기도 했다. 나는 지금껏 경험해 본 일이 없는 흥분을 느꼈던 것이다. - page 17

스물한 살 처녀인 지나이다에게 집으로 초대를 받게 되고 그녀를 추종하는 네 남자- 말레프스키 백작, 의사 선생인 루쉰, 시인인 마이다노프, 예비역 대위 니르마츠키, 경기병 벨로브조로프- 와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을 하며 그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지나이다 역시 블라지미르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나이다의 낌새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 블라지미르.

그녀의 마음을 뺏어간 자를 찾아 처단하고자 했더니.... 다름 아닌 자신의 아! 버! 지!!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의 싸움이 잦았던 이유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블라지미르는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분노하기보다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게 됩니다.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그날 밤 노트와 책들이 펼쳐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다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 열정이다! ...... 어떤 사람한테서, 비록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도 그렇게 맞으면! ......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도 있는가 보다...... 그러면 나는...... 나는 상상했다......" - page 116

블라지미르는 대학에 입학하고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돌아가면서 그에게 편지를 남기게 되는데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 page 117

사 년쯤 세월이 흘러 지나이다의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해산하다가 갑자기 죽었음을 듣고 그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첫사랑의 환영을 한 가닥 한숨과 어떤 쓸쓸한 감정으로 간신히 더듬으면서, 내가 무엇을 바랐고, 내가 어찌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했겠는가?

내가 소망했던 모든 것 중에서 과연 무엇이 실현되었는가? 그리고 벌써 내 인생에 황혼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하는 지금,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봄날 아침의 뇌우에 대한 추억보다 더 신선하고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page 120 ~ 121

지아니다를 위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졌다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쳐졌습니다.

하아...

그리고 이어진 <귀족의 보금자리>는 <첫사랑>처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1842년 도청 소재지인 O시 변두리에 있는 아름다운 집에 아내가 바람핀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라브레츠키 표도르 이바느이치로부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가끔 칼리틴의 집을 방문하면서 마리야 드므트리예브나의 맏딸 리자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전 무서워요.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요?" 그녀가 되뇌었다.

"난 당신을 사랑하오."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난 당신에게 내 온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녀는 마치 무엇에 쏘이기라도 한 듯이 다시 한번 몸을 흠칫 떨고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모든 게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어요."

"그러나 당신은 날 사랑하죠, 리자? 우린 행복할까요?"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 그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그는 약간 옆으로 머리를 기울여 그녀의 창백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page 304 ~ 305

그래서 리자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의 집에선 라브레츠키를 반대하고 다시 아내와 화해를 하게 되면서 떠나게 됩니다.

"오, 리자, 리자!" 라브레츠키가 소리쳤다. "우린 정말로 행복할 수 있었는데!"

리자는 다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표도르 이바느이치, 이제 당신도 아실 거예요. 행복은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걸."

"그래요. 그건 당신이......" - page 362

그 후 리자는 그 누구와도 사랑하지 않은 채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녀가 되고 라브레츠키는 훌륭한 지주가 되어 그녀를 추억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 누가 알랴? 그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인생에는 그러한 순간이, 그러한 감정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냥 언급하기만 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 - page 396

<무무>는 과부 여지주의 농노로 일하는 벙어리 게라심의 이야기였습니다.

언제나 말이 없는 그의 모습은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노동에 장엄한 위엄을 부여한 훌륭한 농부였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인, 이 불행만 아니었다면 어떤 여자든 흔쾌히 그에게 시집갔을 테지만...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여주인은 그를 마당쇠로 만들었습니다.

게라심은 세탁부 타티야나를 좋아하지만 여지주가 타티야나의 짝으로 제화공 카피톤과 결혼시키려 합니다.

시집가는 타티야나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게라심.

모든 준비가 끝나고 농부들이 '안녕히!'라는 말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게라심이 자기 방에서 나와 타티야나에게로 다가가 일 년 전쯤에 사두었던 붉은 목면 스카프를 기념으로 선물했다. 그 순간까지 생활의 온갖 우여곡절을 묵묵히 견뎌냈던 타티야나는 이제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 page 409

그러던 중 불쌍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 강아지 이름을 '무무'라 짓고 정성스럽게 돌보게 됩니다.

하지만 밤마다 짖는 무무가 못마땅했던 여지주는 무무를 치워버리라고 명하게 되고 여지주에게 저항도 해보고 몰래 키워도 보지만 송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마침내 게라심은 몸을 쭉 펴고는 어떤 병적인 분노의 표정으로 자기가 가져온 벽돌을 노끈으로 서둘러 묶고, 올가미를 만들어서 무무의 목에 걸고 무무를 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무를 바라보았다...... 무무는 무서워하지 않고 신뢰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작은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게라심은 얼굴을 돌리고 나서 실눈을 뜨고는 두 손을 폈다...... 게라심은 물에 떨어지면서 무무가 낸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철썩' 하고 튀어 오른 둔탁한 물소리도, 다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에게는 가장 소랑스러웠던 하루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지나간 것이다. 마치 가장 고요한 어떤 밤이 우리에게는 전혀 고요하지 않을 수 있듯이.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작은 파도가 서로서로를 뒤쫓듯 전처럼 강을 따라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전처럼 쪽배의 측면에 철썩거리며 물을 끼얹고 있었다. 다만 강기슭 쪽 저 멀리에서 어떤 커다란 물결 무늬가 동그랗게 퍼지고 있었다. - page 437 ~ 438

그리곤 그는 자신의 외딴 농가에 와 절대로 여자들과 어울리지 않고 심지어 여자들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자기 집에서 한 마리의 개도 기르지 않았다 합니다.

첫사랑

- 첫사랑의 환희와 고통

귀족의 보금자리

-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의 비극, 혹은 사랑의 비극

무무

-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

특히 <무무>라는 작품은 '죽을 때까지 농노 제도의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농노 제도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투르게네프의 이른바 '한니발의 맹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비인간적인 농노 제도에 대한 증오와 게라심 같은 농노를 향한 따스한 휴머니즘.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차마 마침표는 찍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찍을 수 있을까나...

여운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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