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렇게나 다양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그 맛이 감히 상상되지 않아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아...
한 잔의 유혹이...
이 시기와 딱 어울릴, 한국의 여름을 품은 와인 '그랑꼬또'가 왜 이리도 마시고 싶었는지...
달콤한 향과 드라이한 목 넘김이 만들어 내는 반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모든 와인에 오크통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을 써야 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있는 거죠. 오크는 도토리과의 열매를 맺는 참나무 종류잖아요. 열매뿐만 아니라 나무 자체에 떫은맛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와인을 떫게 만들고, 나무 향의 풍미를 더해주죠. 외부와 숨을 쉬면서 다양한 부케(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더해지는 향)가 생기게 해주기도 합니다. 스테인리스는 그런 작용은 없는 반면에 밀폐 용기이기 때문에 과인의 특성이 지속적으로 와인에 흡수되도록 해줍니다. 저희는 캠벨얼리나 청수처럼 껍질을 먹어도 씨앗을 먹어도 떫은맛이 없는 품종으로 만들기 때문에, 오크통을 써서 떫은맛을 내는 것보다는 과일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page 208
여름에 맥주처럼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가볍고 편한 와인이라 하니 이번 여름에 마셔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3대를 이어온 막걸리 '양촌 생막걸리'를 만드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자리 잡은 양촌양조.
1923년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1931년에 지금의 자리에 양조장을 차려 계속 같은 곳에서 술을 빚어오고 있는, 양촌양조의 역사가 곧 우리술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서 빚은 술엔 '진심'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동중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중에는 비싼 술 많잖아요. 저희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가격을 많이 올릴 수가 없죠. 좋은 원료로 만들고도 저렴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술 만드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 page 255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술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맛있는 술을 잘 만들기로 주변 나라에 소문이 자자했던 삼국시대, 증류한 술인 소주가 시작된 고려시대와 우리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체계적으로 기록된 조선시대까지 우리술은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주세령이 시작되고 조선의 청주를 '약주'로 규정해 버리고 세법상의 '청주' 카테고리는 오로지 흩임누룩과 정제효모를 사용하는 일본식 청주에만 허용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혼란의 씨앗을 잉태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때 만들어진 분류법은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건재하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습니다.
우리술에서 고급주의 위치를 점하고 있던 청주를 약주라는 카테고리 안에 가둬놓은 사이에 그 빈틈을 일본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만든 일본식 청주(사케)와 맥주 등의 외래 주류에 의해 빠르게 잠식됐다는...
술을 만들 곡식은커녕 당장 씨니를 때울 양식도 모자랐던 가난과 고난을 거쳐 해방이 되고 오늘날까지 롤러코스터처럼 굴곡 있는 역사를 지닌 우리술.
긴 세월을 버텨온 전통주, 의욕과 열정으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조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술을 더 오래 마시기 위해 우리는 우리술을 더 마시고, 더 찾고, 더 가까이 두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대화와 사색을 더 짙게 만들어주는 친구로 우리술만큼 좋은 이가 없으니 말입니다.
좋은 이와 함께 우리술 한 잔.
인생의 맛을 이 한 잔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