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설지 않은... 익숙한 이 그림체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제 옷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땐 유니크한 그림에 끌려서 옷을 구입해 입었었는데 막상 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할까...

그러다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뉴욕 미술계의 주요 인물인 그, '키스 해링'이라는 것을.

두꺼운 검은 윤곽선, 밝은 색조, 역동적인 인물상, 공적인(때로는 불법적인) 개입, 조각상, 그리고 캔버스와 종이에 그린 작품들이 즉시 20세기 시각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를 만큼 유명한 그.

왜 그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까...

나의 무관심이 문제였을 겁니다.

아무튼.

이제라도 그에 대해, 작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이 그릴 것이다."

키스 해링



펜실베이니아의 리딩에서 1남 3녀 중 맏이로 태어난 해링.

그의 예술적 기질은 일찍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아버지 알렌의 후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저를 위해 카툰의 캐릭터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캐릭터들은 하나의 선과 카툰의 윤곽선에서 제가 그림을 그렸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월트 디즈니와 닥터 세우스의 카툰에 나오는 인물이거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영웅들은 해링의 열정을 일깨워주었고 그의 작품세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이미 동료 화가와 비평가들에게 인정받고 있었으며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축복받은 예술가였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해링은 자신의 개성과 예술을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는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면

''

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선은 대상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형식적으로 축약된 것으로, 화면의 한정된 공간 안에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항상 연속적이며, 우연의 법칙을 따르고, 외곽선이 되어 형상을 이루고 결국에는 상징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관람자는 작가가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짧은 순간의 응시만으로 충분히 인식하게 된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연상시키는 이 그림.

빛나는 후광 속에서 기는 아기와 주둥이가 모난 개가 짖고 있는 그림.



역시나 이 그림을 보자마자 아! 하고 아는체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해링의 작품이 보이는 밝음 뒤에 위험이 숨어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많은 작품이 폭력, 위협, 죽음, 성에 대한 중압감과 관련되어 있었고 관람자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만 어두운 측면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의 많은 친구와 지인을 에이즈로 잃고 자신 역시도 이 병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결국 이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1985년 대형 작품<에이즈>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같은 운명으로부터 구하려는 목적으로 제작, 그들의 충동을 억제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중앙에는 죽은 자를 데려가는 괴물의 머리가 있다. 그 괴물은 부정적인 빨간색의 십자 표시가 몸에 그려져 있는데, 희생자들의 다양한 성적 욕망에게 그 자신을 제공하며 그들을 손으로 더듬고, 껴안고, 핥으면서 선동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죽음 속에서 절정에 달한 희열로 자신을 이끈다. 눈이 십자 표시로 지워진 두 인물은 자신들의 성기에 의지해 거꾸로 매달려서 튀어나온 혀를 무기력하게 땅에 끌고 있다. 위쪽에 그려진 날개 달린 죽은 이의 머리가 전체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 page 76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과 능력을 항상 믿었던 키스 해링.

스스로를 예술과 뉴욕의 거리를 (그리고 그가 항상 접촉했던 거리의 젊은이들을) 이어주는 중개자라 여긴 그.

그의 작품은 회화로 표현된 동시대의 역사로서, 몇몇 작품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우리 시대의 도상, 즉 현대 문명사회의 기호를 창조해냈습니다.

"작품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이다. 예술은 나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

그의 작품은 그렇게 꾸준히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으로 접했던 뮤지컬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동생이 보여주었던 <킹키부츠>였습니다.

그동안 '뮤지컬'이라 하면 왠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 뮤지컬을 접하고 그 흥분과 여운은...

며칠 동안 헤어 나오질 못하였었습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보러 다니리라! 다짐을 했지만...

막상 현실적 문제로(출산과 육아... 등) 찾아보지는 못했기에...

나름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감동과 희열을 주는 명작 뮤지컬 30편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힐링 에세이 여행서'라 하였습니다.

어멋!

그야말로 나를 위한 책이 아닐까!

비록 방구석에서 즐기겠지만...

그래도 뮤지컬의 세상 속으로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시대와 운명이 배반하더라도

언제나 고민하고, 사랑하고, 도전하는

뮤지컬 속의 인물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보세요.

방구석 뮤지컬



내가, 아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만약 「방구석 뮤지컬」을 읽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뮤지컬이 있었다면, 호시탐탐 공연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극장에 앉아 공연 시작 전 떠들썩한 관객석의 소음과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만나는 순간의 설렘을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그 순간은 무엇과 바꿀 수 없으니까요. - page 7

사실 다른 이에게 아무리 좋은 뮤지컬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그리고 조금이라도 알고 보는 재미는 무시할 수 없기에.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그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그 황홀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음을, 그래서 읽어야 함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나의 취향에 맞는 뮤지컬은 무엇일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장부터 너무나도 강력한 한 방을 날렸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 <대성당의 시대>도 귓가에 맴돌면서, 아니 이미 책 속 QR코드를 찍으면 친절하게도 오리지널 내한공연에서 모습과 더불어 볼 수 있기에 저같은 경우엔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전 영상을 보고 음악을 틀어놓고 읽었습니다.

그렇게하니 그 감동이!

와!!

비록 몸은 방구석에 있어도 이미 내 마음은 공연장에 있음에!

황홀감에 젖어들었습니다.



에스메랄다의 안타까운 인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다른 세 주인공의 감정, 고뇌, 인생이 대성당의 시대와 얽혀 비극을 빚어냅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운명에 저항하기도 하고, 운명을 원망하기도 하고,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을 빛나게 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지켜내고자 분투하면서 말이죠.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운명과 비극의 시대 속에서 몰아치는 감정을 웅장한 노래와 세밀한 연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page 24

저의 위시리스트 1번으로 저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킹키부츠>.

'롤라'라는 인물이 '드랙퀸'이라는-'드랙(drag)'은 사회의 성 고정관념을 깨거나 자신의 당당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그저 하고 싶어서' 과장된 여장, 남장으로 퍼포먼스하는 이들-생소한 개념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어느 날, 신사화 공장의 사장 '찰리'가 롤라의 공연을 보게 되면서 드랙퀸들을 위한 구두, '킹키부츠'를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찰리와 롤라의 우정, 공장 직원들과 롤라의 갈등 등을 그리며 결국 밀라노 슈즈 패션쇼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는 내용으로 그려집니다.

이 뮤지컬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소수자, 남성성과 여성성, 사회적인 권력, 편견, 가족 관계, 인간의 본질과 인생의 소중함 등.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이 작품.

<Raise You Up>

이 노래가 가슴을 찡하게 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지킬 앤 하이드>.

이 뮤지컬은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노래가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 중

고전으로 읽었기에 더 궁금한 이 뮤지컬.

워낙 압도적인 흥행작이기에 이 작품.

사랑하는 이와 반! 드! 시!! 보러 갈 것입니다.

지킬은 결국 다른 이들과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더 나은 순간을 향해 나아가며 미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과 그에 비해 미약한 인간의 능력, 그리고 만연한 악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함에 보내는 안타까운 찬사와 응원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아름답고 깊이 있는 가사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 page 286

각자의 뮤지컬마다 품고 있는 배경과 서사부터 아름다운 가사와 무대 영상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이 책을 읽는 곳이 뮤지컬 공연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뮤지컬 속의 인물들을 보며 비로소 '나'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지 그 용기를,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저자가 뮤지컬의 '회전문'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하는지 이제야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창작 뮤지컬도 많이 나오고 사랑을 받는 요즘.

유명세를 가진 뮤지컬도 좋지만 우리의 뮤지컬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며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찬란한 순간을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게 된 나...

하아...

뭔가 재미난 책이 읽고 싶었습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도 가미된 그런 책을...

그러다 이 책을 딱!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상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전설의 데뷔작!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에 힘입어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작가만으로도 믿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 속 잔혹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

어떤 이야기가 우리의 일 년, 열두 달을 채우고 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일 년

열두 편의 추리소설

... 어쩌면 이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인지도 모른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기업 사내보를 내라'

연 12회에 특집호 1회를 합쳐 총 13회, 분량은 48쪽, 전국 지점과 영업소, 거래처 등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나 훈화 같은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오락성을 강조해달라는 의견.

바로 소설을 좀 실어보라는 특명을 받은 '와카타케 나나미'.

그래서 선배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부탁을 합니다.

한 달에 한 편씩, 원고지 30매에서 40매쯤 되는 단편을 써줄 수 없을까요?

선배는 괜히 덥석 맡았다가 되레 폐를 끼칠 것 같아 자신의 친구 중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는 녀석을 소개해 줍니다.

자기가 체험했거나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부여하는 묘한 재능을 갖고 있는, 단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조건인 '익명 작가'를 소개해 줍니다.

그 익명 작가로부터 매달 한 편씩 단편소설을 사내보에 싣게 되는데...

책 속에는 매달 기업 사내보가 실리게 됩니다.

이렇게...



그리고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의 비밀과 한여름의 나팔꽃 살인 사건, 마물이 나타나는 가을의 황혼녘을 지나 수상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받기까지.

열두 편의 흥미로우면서도 오싹한 내용은 결국 하나의 수수께끼를 담고 있었고 그 사실을 와카타케는 익명 작가에게 풀어내는데...

"그런데 읽다 보니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아, 작가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이상한 점은 아니에요. 읽는 사람의 고정관념 때문에 이상하다고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죠. 저도, 독자도 4월호부터 매달 헨리 씨의 이야기를 읽었잖아요. 매달 한 번씩 '나'라는 익명의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를요. 독자는 '나'의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읽게 되죠. 그래서 저는 무심코 이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했어요." - page 359

과연 익명의 작가로부터 그간 써 내려간 소설들의 진실은 무엇일지...

추리 속 추리를 파헤쳐 보는 재미에 한 번 빠져보는 건 어떨지!

짧지만 강렬했던 이야기들.

그야말로 일상 속에서 일어날법한, 실화를 바탕으로 익명의 작가가 써 내려갔다고 하니 저 역시도 좀 더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고 할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이야기해 볼 '괴담'도 흥미로웠고 누군가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너무 아기자기(?) 하게 다가온 6월의 <눈 깜짝할 새에> 이야기.

이는 상가 야구팀이 옆 동네 야구팀과 오랜 라이벌 관계인데 어느 날 작전 사인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되게 됩니다.

의심이 가는 용의자가 있지만 심증뿐인 상황.

이 상황을 파헤치는데...



읽다가 풉! 하고 웃음이 났었던 이 이야기.

여느 이야기와 달리 경쾌하고도 아기자기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그야말로 계절에 맞춰 '제철 소재'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점이 역시 이 작가분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이 모든 미스터리가 하나로 연결될 때의 전율과 짜릿함!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일상도 저마다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을 위하여 - 나의 안녕, 너의 안녕, 우리의 안녕을 위한 영화와 책 읽기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고받는 인사말 '안녕'.

그동안엔 단순한 인사말인 줄 알았던 이 '안녕'이란 두 글자가 알고보니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극히 걱정하며 나아가 인류의 행복한 내일을 염원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이 단어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개글에서 보았던

안녕(peace)을 위해 안녕(good-bye)을,

우리 모두 이전처럼 얼굴을 마주보며 반갑게 안녕(hello) 할 수 있도록

너와 나, 우리의 모든 안녕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동요되었습니다.

팬데믹이 바꿔버린 우리의 삶.

부디 모두 안녕하길 바라며...

팬데믹이 바꿔버린 우리의 삶, 타인에게 무심하지 않기를

깊이 사유하는 스무 편의 영화와 책 읽기

안녕을 위하여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일상의 의미에 대해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이 책은 우리가 닥친 상황을 영화에서 찾아 총 스무 개의 키워드로 분류해 그 이해를 돕는 책과 함께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영화와 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을 위한 고민을 하며 앞으로 우리가 바꾸어 가야 할 것에 관해 깊이 사유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불안, 혐오, 분노, 상실, 이별, 죽음.

우리 모두 겪을 일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아니 익숙하고 싶지 않은 주제들.

이에 대해

《살아남은 자의 아픔》의 유일한 생존 유대인이었던 작가와 영화 <프란츠> 주인공 안나와의 만남으로 진정한 공포는 살아남은 이후의 생존이라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작가와 영화 <러브레터>의 히로코처럼 함께했던 기억을 '여기, 지금'으로 소환하는 '초시간적 경험' 공유를 통해 상실의 감정을 살아갈 용기로 치환할 수 있음을

이렇듯 저자는 우리에게 이별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2부와 3부에서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팬데믹으로 일상이 바뀌면서 다가온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일일시호일>과 《안도현의 발견》에서였습니다.

마음의 단비가 필요할 때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싶은 어여쁜 것들 찾아보는 나태주 시인처럼

가만히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주는 김춘수 시인처럼

안도현 시인이 쓴 산문집 《안도현의 발견》에서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다시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다 보면 일일시호일!

하루하루가 좋은 날임을 새삼 깨닫고 삶의 비의 도 환희로 바뀌는 영화 <일일시호일>의 주인공의 모습은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되면서 그야말로 '안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그 안녕의 의미가 이 영화와 책이 참 와닿았다고 할까.

조만간 영화와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작고 나직한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기다릴 줄 아는 진정한 삶을 알아가기 위해.

4부에서는 무너진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 말해주었습니다.



알랭 바디우의 《사랑 예찬》과 <내 사랑>을 통해 저자가 건넨 이야기.

힘겨운 시기가 지나갔으니 이제 사랑, 다시 잘할 수 있을까요? 모드와 에버렛을 봤고 바디우의 얘기도 들었으니 그러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사랑에 대한 부단한 사유 속에서 삶의 가치를 높이고 마침내 영원한 사랑을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다시 사랑, 오직 사랑! - page 264

그동안엔 책이면 책, 영화면 영화 이렇게 따로 주제를 정해서 소개되는 책들은 많이 보았는데 책과 영화의 콜라보를 통해 보다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책에서 전한 이야기.

보다 입체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고 안개에 가려졌던 지금의 내 삶이 조금씩 개어진 느낌...

덕분에 책으로만 그쳤던, 영화로만 그쳤던 나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요즘.

나의 안녕을 위해, 너의 안녕을 위해,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반갑게 미소 지으며

안녕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학'은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게도 해 주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특히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여전히 그 해답이 나오지 않기에 안타까움만 더할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 대쯤은 가지고 있는 가습기를.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이 내려졌음에도 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에도 진행 중인 화학 재해.

아...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갑갑하기만 하고...

이런 사건 사고들을 접하면 '화학'이란 단어만 공포로 다가오곤 합니다.

그런 저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저자는 더 안심하고, 더 편리하게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고 하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당연히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제품들.

이제라도 안심하고 제대로 쓰는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첫 장을 펼쳐보았습니다.

해열제, 방부제, 자외선 차단제, 불소 치약, 계면활성제, 플라스틱...

"그래서 무슨 제품 써야 해?"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불과 며칠 전까지도 아이들에게 먹였던 '해열제'가 첫 장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족구로 인해, 감기로 인해 정말이지 한 달 사이에 아이들은 고열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에게 수호천사처럼 다가온 해열제는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란 끔찍한 상상도 하게 됩니다.

사실 열이 나는 건 우리 스스로 몸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방어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활동을 잘 못하는 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랑 싸워야 하는 우리 몸ㅇ의 항체나 백혈구는 체내의 열이 올라가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에 적군이 더워서 기절하거나 혹은 행동이 느려지는 타이밍을 기똥차게 잡아서 백혈구가 싸워 이기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열이 나는 것을 방치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올바를까?

아이가 고열일 때 해열제 복용을 고민하는 것은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일까?

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연 치유가 중요하고, 모든 병을 자연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사람들입니다.

과거엔 아프면 버텼고, 열이 나도 버텼기에.

하지만...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을 무턱대로 피하는 것.

과연 옳은 일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실 해열제, 정확히 말해 해열진통제는 억울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성은 마약성 진통제에 한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나 해열제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는 제품군으로 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처방되는 진통제 역시 성인이 먹는 것과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이다. 즉, 먹으면 열도 잡고 통증도 잡아서 아이들의 상태도 빨리 회복된다. - page 26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온갖 항바이러스 제품이 쏟아져 나왔었는데 저 역시도 궁금했던 엘리베이터 숫자판에 붙어 있는 '구리 항균 필름'.

필름에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는 표시가 있지만 한 달 넘게 교체되지 않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붙어있는ㄷ 진짜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었습니다.

그 궁금증.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구리는 살균제의 레전드라 할 정도로 인간의 역사와 오래도록 함께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식수 살균과 환자 치료에 사용되었고, 19세기 식기의 재료로 쓰이면서 식중독 예방에 기여했다는 여러 기록이 남아 있는데 가격이 비싼 은에 비해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구리'.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건 구리가 아닌 폴리에틸렌 같은 필름 소재에 '구리 입자'를 첨가하거나 혹은 코팅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리 필름에서 바이러스가 언제 사멸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적게나마 효과가 있는 것인지...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엘리베이터 항균 필름의 효과를 나는 아직 믿지 못하므로, 또 누가 만졌는지도 모르니 그냥 손을 자주 씻는다. 식약처 허가 제품들은 대개 전성분표시제를 따르고 있다. 제품에 사용된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질들은 검색으로 쉽게 물질안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을 고를 때 되도록 전성분이 표기된 제품을 고르고, '항바이러스, 살균, 항균 등에 완벽하게 효과가 좋다'고 홍보하는 제품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page 55

책 속에는 해열제, 방부제, 자외선 차단제, 불소 치약, 계면활성제, 플라스틱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에 대해 보다 쉽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님을, 천연 물질이건 합성 물질이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는 독성과 유효성이 있으며 물질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장점이 유효성이 두드러지지만, 뛰어난 유효성 뒤에는 반드시 부작용 또는 독성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화학물질 역시 모두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가 올바른 정보만 잘 선별할 수 있다면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잘 판단하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 page 12

그동안 긴가민가하면서 오해를 가졌던 화학제품을 더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령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벼운 실천으로 나를, 내 가족을, 지구를 지킬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화학'과 '안전'.

이제 이 두 단어가 서로 공존할 수 있게 저 또한 제대로 알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