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도 아이들에게 먹였던 '해열제'가 첫 장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족구로 인해, 감기로 인해 정말이지 한 달 사이에 아이들은 고열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에게 수호천사처럼 다가온 해열제는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란 끔찍한 상상도 하게 됩니다.
사실 열이 나는 건 우리 스스로 몸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방어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활동을 잘 못하는 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랑 싸워야 하는 우리 몸ㅇ의 항체나 백혈구는 체내의 열이 올라가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에 적군이 더워서 기절하거나 혹은 행동이 느려지는 타이밍을 기똥차게 잡아서 백혈구가 싸워 이기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열이 나는 것을 방치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올바를까?
아이가 고열일 때 해열제 복용을 고민하는 것은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일까?
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연 치유가 중요하고, 모든 병을 자연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사람들입니다.
과거엔 아프면 버텼고, 열이 나도 버텼기에.
하지만...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을 무턱대로 피하는 것.
과연 옳은 일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실 해열제, 정확히 말해 해열진통제는 억울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성은 마약성 진통제에 한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나 해열제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는 제품군으로 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처방되는 진통제 역시 성인이 먹는 것과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이다. 즉, 먹으면 열도 잡고 통증도 잡아서 아이들의 상태도 빨리 회복된다. - page 26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온갖 항바이러스 제품이 쏟아져 나왔었는데 저 역시도 궁금했던 엘리베이터 숫자판에 붙어 있는 '구리 항균 필름'.
필름에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는 표시가 있지만 한 달 넘게 교체되지 않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붙어있는ㄷ 진짜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었습니다.
그 궁금증.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구리는 살균제의 레전드라 할 정도로 인간의 역사와 오래도록 함께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식수 살균과 환자 치료에 사용되었고, 19세기 식기의 재료로 쓰이면서 식중독 예방에 기여했다는 여러 기록이 남아 있는데 가격이 비싼 은에 비해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구리'.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건 구리가 아닌 폴리에틸렌 같은 필름 소재에 '구리 입자'를 첨가하거나 혹은 코팅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리 필름에서 바이러스가 언제 사멸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적게나마 효과가 있는 것인지...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엘리베이터 항균 필름의 효과를 나는 아직 믿지 못하므로, 또 누가 만졌는지도 모르니 그냥 손을 자주 씻는다. 식약처 허가 제품들은 대개 전성분표시제를 따르고 있다. 제품에 사용된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질들은 검색으로 쉽게 물질안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을 고를 때 되도록 전성분이 표기된 제품을 고르고, '항바이러스, 살균, 항균 등에 완벽하게 효과가 좋다'고 홍보하는 제품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page 55
책 속에는 해열제, 방부제, 자외선 차단제, 불소 치약, 계면활성제, 플라스틱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에 대해 보다 쉽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님을, 천연 물질이건 합성 물질이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는 독성과 유효성이 있으며 물질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장점이 유효성이 두드러지지만, 뛰어난 유효성 뒤에는 반드시 부작용 또는 독성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화학물질 역시 모두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가 올바른 정보만 잘 선별할 수 있다면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잘 판단하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 page 12
그동안 긴가민가하면서 오해를 가졌던 화학제품을 더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령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벼운 실천으로 나를, 내 가족을, 지구를 지킬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화학'과 '안전'.
이제 이 두 단어가 서로 공존할 수 있게 저 또한 제대로 알고 실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