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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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심도 많고 좋아하기에(그렇다고 키우는 건 할 수 없는...) 관련 책이 있다면 되도록 읽는 편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읽게 된 순간 기대감이란...

책을 읽는 내내 감탄과 함께 경이로웠다고 할까.

너무 좋았고 또 좋았습니다.

그리고 꼭 한번 읽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기이하고 신기한 식물의 생활사.

그 놀라운 세계로의 초대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식물은 어떻게 싸우고, 번식하고, 협업하는가?"

가장 조용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극적인 사건들

식물을 위한 변론



솔직히 '식물'에 대해선 여느 생명체만큼의 관심은 없었습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고정적이기에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역으로 해석하자면...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 식물은 동물이 바다 밖으로 기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육지를 정복한 대단한 생물이 아닌가. 식물도 다른 생물처럼 똑같이 생존을 위해 투쟁해 왔고,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으로 지금까지 번성했을 만큼 놀라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존재다. - page 4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한 거지?!

그 무엇보다도 움직일 수 없다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의 치열함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음을!

식물 역시 서로 다른 필요와 고유한 생존 전략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다른 식물과 상호작용하며 보통은 경쟁하지만 때로는 협동한다는 것을 배웠다. 식물도 모두 제각각이다. 겉으로는 모두 똑같은 것들이 모인 초록 바다처럼 보여도, 사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개별 종이 어우러진 것이다. 무엇보다 식물은 매력이 넘쳤고, 특히 나처럼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생 밝혀내도 부족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 page 31

우리가 그동안 식물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저자는 채석장 복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서 공식적인 '녹색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식물은 기겁할 속도로 움직여 사냥감을 붙잡기도 하고, 땅속에서 치열한 화학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꽃가루를 수분하는 곤충으로 '벌'과 '나비'가 전부라 여겼던 저에게 나방, 초파리, 톡토기, 딱정벌레 등 수많은 곤충이, 심지어는 박쥐와 새, 도마뱀도 수분에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네스코돈 마우리티아누스와 함께 사는 생물 중 마다가스카르도마뱀붙이속 파충류.



이 도마뱀붙이들은 모리셔스의 고유종이고 도마뱀붙이가 일단 꽃 안에 들어가면 그들의 먹이 습성 덕분에 식물의 생식기관과 직접 접촉한다는 점.

여기서 우리가 꼭 집어볼 사실.

루피너스 잎만 먹고 사는 카너 블루 나비 유충처럼 곤충 종 대부분이 특정 식물군에 대한 전문종이다. 유충이든 성충이든, 곤충은 생존의 진화적 역사를 공유해 온 식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생하던 식물이 사라지면 그 식물이 부양하던 곤충도 사라진다. 곤충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곤충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무서운 재앙이다. - page 39

또한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1밀리미터 크기의 초소형 식물부터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까지, 빛과 물, 영양분을 얻기 위해 끝없는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토양 깊숙이 있는 중금속을 이용해 독성 물질을 만들고 이를 분비하여 주변 식물을 모조리 독살하는 누벨칼레도니 고유종인 피크난드라 아쿠미나타.

자신의 몸체에 텅 빈 주머니를 만들고 개미에게 살 집을 제공하고 개미군단은 근처에 다른 묘목이 자랄 때마다 관다발을 물어뜯고 개미산을 주입해 초토화시키는 꼭두서니과의 두로이아속, 야모란과의 토코카속과 클리데미아속 식물 등.

식물과 살아 있는 세상과의 관계가 섹스, 경쟁, 방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이 있기에...

전체 식물의 40퍼센트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예를 들어 보면 미나리과의 에링기움 이우키폴리움이 자라는 곳에서만 서식하는 작은 갈색 나방 파파이페마 에링기이.



인간이 일으킨 교란에 취약해 대초원에 쟁기를 꽂아 넣거나 가축 떼를 풀어놓자마자 서서히 사라진 방울뱀주인이라는 일반명으로 불리는 에링기움 이우키폴리움.

이는 나방에게 좋지 못한 소식인데, 그 애벌레는 오로지 방울뱀주인의 줄기만 먹고살고, 따라서 경관에서 방울뱀주인을 없애는 순간, 이 식물에 삶을 의탁한 나방까지 제거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즉,

식물이 자라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식물은 미생물과 곰팡이에서부터 곤충과 새까지 모든 유기체의 근간이 되므로, 식물 군집을 파괴하는 행위는 지구의 전 생물권에 파물을 일으키는 연쇄효과를 낳는다. - page 232

그 무엇보다 각성해야 할 사실은

기후 변화를 둘러싼 문제를 전달하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 page 247

낙담스럽긴 하지만, 분명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습니다.

전 세계의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일을 할 때까지는 시민이 나서는 길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당부하였습니다.

이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서 주변 식물을 살펴라. 무엇이 그 식물을 남다르게 하는지 배워라. 무엇보다 그 식물의 이름을 익혀라. 식물의 이름은 발견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이름과 함께 그 식물이 어떻게 기능하고, 어디서 살고 싶어 하고, 어떤 다른 생물을 부양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구를 알게 되듯 식물을 알게 되고 매년 그 식물이 돌아오길 기다릴 것이다. 이런 기대와 흥분이 자신을 둘러싼 더 큰 세상을 인식하게 하고, 기후 변화가 저 식물의 생장과 번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식물이 차지하는 다양한 생태적 위치를 알게 되면, 인간이 그 땅을 빼앗아 차지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도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사는 곳에 진정한 뿌리를 내리며 다른 생명체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 page 255

정치적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문제가 삶이 달린 문제이기에 우리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던

"식물은 생태계의 토대라는 사실"

"식물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정하는 것"

무심코 지나쳤던 내 주변의 식물부터 관심을 가져야 함을 저자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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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0-19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통해 식물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인간 때문에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침묵의 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 공감, 치유, 성장의 가치를 함께하는 독서모임 만들기
신화라 지음 / 보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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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엔 소설과 에세이만 주로 읽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계의 벽에 부딪쳤다고 할까...

조금은 더 성장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렇게 독서모임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이라 '모임' 자체도 주저하게 되었었는데...

온라인 독서모임이 있다는 사실에 저로서는 큰 용기를 내어 가입을 하게 되었고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의 용기에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독서모임을 하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었고 하나의 책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접할 수 있어 사고의 확장이 되었다고 할까...

여전히 미숙한 저에겐 매번 자극을 주어 제 나름으론 열심히 하고 있지만... 다른 회원들도 그렇게 봐 주실지...

아무튼 이 책을 마주하자마자 '제 이야기'와도 같지 않을까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공감, 치유, 성장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였기에 그 느낌 아니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첫 장을 펼쳤습니다.

생각을 나누고 함께 걸어가는 성장의 동반자

'책친구'가 있으신가요?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첫 장부터 공감이!

혼자 읽기 주저되는 책이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면 회원들과 읽고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좀 더 찬찬히 읽게 된다.

어려운 책, 벽돌책, 남들이 좋다고 칭찬하는 책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을 빨리 읽는 방법 중의 하나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일이 즐거워지고,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을 나눌 사람이 있고, 그 감동을 나누는 일이 기대되는 것이 바로 독서모임의 장점이다. - page 15

저도 책장에만 고이 모셔두었던, 언젠간 읽겠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책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벽돌책 3종 세트인 『코스모스』 『사피엔스』 『총 균 쇠』.

그런 저도 독서모임을 통해 『코스모스』를 읽게 되었고 『사피엔스』는 필사를 했다는 사실.

또다시 생각하니 이 뿌듯함이란.

이렇게 읽으면서 '벽돌책'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되었고 혼자 읽었다면 이해가 되지 않았을 부분은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이해하게 되는 과정까지.

독서모임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을 더해보자면

혼자 읽던 책을 다른 사람들의 입으로 듣게 되면서 한 번 더 읽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모임의 인원만큼 나오는 생각은 한 권의 책을 여러 시선으로 읽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은 책을 다시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독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독서모임은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 page 26

독서모임!

아직도 주저하시나요?!

책은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만나고 책친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독서모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독서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겐 많은 조언을 얻어 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독서모임을 주체할 만큼의 역량이 되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저에겐 <분야별 추천 도서 리스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읽어보지 않았던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이 설렘!



책을 읽고 조금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른 독서모임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 읽기 좋은 요즘.

생각을 나누고 함께 걸어가는 성장의 동반자 '책친구'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지요.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고, 또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하며 활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책친구'는 삶에서 너무나 소중한 가치입니다. - page 1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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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 공감, 치유, 성장의 가치를 함께하는 독서모임 만들기
신화라 지음 / 보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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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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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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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저에겐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표현되는 그녀, '한나 아렌트'.

이걸로 충분하지 않음에...

궁금했습니다.

철학 작가이자 독일 한나아렌트센터 선임연구원인 저자 '사만다 로즈 힐'은 한나 아렌트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아렌트가 '어떤 저작'을 '왜 그 시기'에 쓰게 되었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곤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존재 '한나 아렌트'.

이제 그 첫 장을 펼쳐봅니다.

사유하는 삶을 회복하기 위하여

한나 아렌트 평전



솔직히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철학자'라는 인식에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

술술 읽혀졌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일대기를 읽고서야 왜 그녀가 위대한지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는 그녀의 모습.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습니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세상은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 속에서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직접 목격했던 그녀는 훗날 유대인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유대인 연대를 추구하였고 유럽식 연방제를 지지합니다.

한나의 유대인에게 고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유대 민족 국가 건립은 반대했다. 《아우프바우》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나는 모든 유대인이 고향을 가질 수 있는 유럽식 연방제를 지지했다. 그래야만 유럽에서 그랬듯 민족국가 체제가 실패하더라도 안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한나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에 항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한나는 이를 "권리를 가질 권리"로 공식화했다.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 - page 157

그녀의 삶은 참 순탄치 않았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체포되어 일주일 동안 감금되었다가 프랑스로 망명해 반나치 운동 등에 참여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학술 연구에 몰두하게 됩니다.

특히나 여러 논란과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으로부터의 그녀의 이야기.

한나는 개인의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더욱더 구분하면서 유럽에서 개인적 판단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불가능해졌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선에서 어떻게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한나는 타인의 잘못에 내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내가 하지 않은 일에 죄책감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잘못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히만처럼 모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가담한 자들과 저항을 선택한 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답은 '사유'였다. 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사유라는 것을 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가치 체계를 가졌거나,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체주의 이전의 판단 척도를 여전히 따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은 어떤 해위를 저지른 후 지금처럼 평화로울 수 있을지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동행'을 거부한 사람들은 스스로 사유한 사람들이었다. - page 240 ~ 241

법적 문제와 도덕적 문제의 구분에 대해 한나는 사유와 판단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독해야만 사유와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나.

고독을 좋아했지만 동시에 인정을 갈망했던 그녀.

그녀의 삶 자체가 큰 울림이었음에 한편으론 가슴이 아려왔었습니다.

한나의 이해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갈망은 그녀의 자아비판적 사유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상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 자살을 생각할 때였다. 그녀는 삶을 너무 사랑했기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고 살겠다고 결심한 다음에는 그저 웃어버렸다. 그러한 삶의 어둠 속에서 한나가 보인 용기는 "지금까지의 세상 중 가장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눈앞의 어둠과 싸울 용기를 준다. - page 27

그녀의 이름을 쓰고 '사유'라 일컬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제 삶도 잠시나마 되짚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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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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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초반엔...

제겐 편견이 있었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저도 돌고래가 보이기 시작하고...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좀 더 시선이 넓어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좀 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여기 한 자폐인이 촘촘히 기록한, 자폐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이 그려졌다기에 궁금했습니다.

'자폐'라는 세계.

과연 어떨지...

독학으로 10개 국어를 구사하고,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빵 한 조각 사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그가 소개하는, 우리가 각자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인 이유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던 아이.

늘 백치나 지적장애인 취급을 받던 청소년.

왕따를 당하고 친구들에게 자주 맞아 학교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카페에 들어가는 일도 버거워하고 빵을 사거나 전화 통화 같은 사소한 일로도 불안해하던 그 청년.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통과하고

고대 문명에 심취하여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웠으며(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아마르어, 아제르바이잔어, 에티오피아어, 체코슬로바키아어, 독일어, 핀란드어, 영어)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Sciences Po, 파리정치대학)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남자.

이 둘은 같은 사람, '조제프 쇼바네크' 였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어렵게 배우는 그에게

사회적 능력은 무척 버겁고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학급의 학생 하나가 나더라 그 자리에 오라고 거듭 권했다. "그러지 말고 오라니까! 와, 조제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모임에 초대받자 나는 겁을 먹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 학생은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한 끝에 나기가 내 음료수 값을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도망쳤다.

...

물론 내 판단도 부정확했다. 1년 내내 한 번도 내게 친밀감을 보이지 않다가 어째서 갑자기 나를 초대하는 걸까? 내게 별안간 분풀이를 하려는 걸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걸까? 식당에 간다니 무슨 엉뚱한 생각인가? 그런 모임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학기가 끝났고 이제 집에 가서 여름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식당에 갈 이유가 있을까? 오렌지주스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데...- page 75 ~ 77

이런 상황에서 누구 탓을 할까.

학급 친구들이 자폐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그들이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

아님 온전히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 있었음이 바로 누구 탓을 할지 가려내는 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님을.

문제는 모두에게 있다. 실패했음을 확인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좀 더 잘 대처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건설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 page 76

특히나 우리는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이 있다는 진단으로 쉽게 단정 짓곤 하는데 이는 쉬우면서도 지나치게 부정확한 처우라는 것을.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은 자폐를 지녔든 아니든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성격을 지녔다. - page 116

무엇보다 '자폐인'(이 역시도 단정 짓는 편견일테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 자폐를 지닌 사람도 자신만의 정서가 있다. 어떤 자폐인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풍성한 정서를 누린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자폐인에게도 나름의 정서가 있다. 단, 그들의 정서는 남들과 다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웃고 울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자폐인은 조금 달리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 page 266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잣대.

이런 잣대가 참 오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참 울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언제나 항목 분류와 일반적인 명칭에 대해 경계해왔다. 어쩌면 도발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ㅇ어떤 진단과 동일시하기 힘들다. 한 인간을 어떤 진단명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련 '암 선생님'이라고 말할 권리가 있는가?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언어 남용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니 자폐증을 핑계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 방향으로 역행하지는 말자. - page 266

책을 읽고 나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해 읽어보게 되었다는 내 생각 역시도 자만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게 되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에 전한 이야기를 새겨야 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을 묘사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자폐증이라는 영역 안에 내 모든 것을 욱여넣을 수 없다. 자폐증은 내 신장이 약 195센티미터라는 것과 같은 내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자폐증을 기술하는 유일한 기준표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나의 성격도, 그 누구의 성격도 기술할 수 없다. 나는 인간을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축소하려는 이론들을 경계한다. 인간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존재이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인간을, 우리 자신을 어떤 하나의 설명에 가두지 말자.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정말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 page 298 ~ 299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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