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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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초반엔...

제겐 편견이 있었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저도 돌고래가 보이기 시작하고...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좀 더 시선이 넓어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좀 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여기 한 자폐인이 촘촘히 기록한, 자폐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이 그려졌다기에 궁금했습니다.

'자폐'라는 세계.

과연 어떨지...

독학으로 10개 국어를 구사하고,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빵 한 조각 사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그가 소개하는, 우리가 각자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인 이유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던 아이.

늘 백치나 지적장애인 취급을 받던 청소년.

왕따를 당하고 친구들에게 자주 맞아 학교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카페에 들어가는 일도 버거워하고 빵을 사거나 전화 통화 같은 사소한 일로도 불안해하던 그 청년.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통과하고

고대 문명에 심취하여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웠으며(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아마르어, 아제르바이잔어, 에티오피아어, 체코슬로바키아어, 독일어, 핀란드어, 영어)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Sciences Po, 파리정치대학)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남자.

이 둘은 같은 사람, '조제프 쇼바네크' 였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어렵게 배우는 그에게

사회적 능력은 무척 버겁고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학급의 학생 하나가 나더라 그 자리에 오라고 거듭 권했다. "그러지 말고 오라니까! 와, 조제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모임에 초대받자 나는 겁을 먹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 학생은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한 끝에 나기가 내 음료수 값을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도망쳤다.

...

물론 내 판단도 부정확했다. 1년 내내 한 번도 내게 친밀감을 보이지 않다가 어째서 갑자기 나를 초대하는 걸까? 내게 별안간 분풀이를 하려는 걸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걸까? 식당에 간다니 무슨 엉뚱한 생각인가? 그런 모임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학기가 끝났고 이제 집에 가서 여름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식당에 갈 이유가 있을까? 오렌지주스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데...- page 75 ~ 77

이런 상황에서 누구 탓을 할까.

학급 친구들이 자폐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그들이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

아님 온전히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 있었음이 바로 누구 탓을 할지 가려내는 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님을.

문제는 모두에게 있다. 실패했음을 확인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좀 더 잘 대처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건설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 page 76

특히나 우리는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이 있다는 진단으로 쉽게 단정 짓곤 하는데 이는 쉬우면서도 지나치게 부정확한 처우라는 것을.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은 자폐를 지녔든 아니든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성격을 지녔다. - page 116

무엇보다 '자폐인'(이 역시도 단정 짓는 편견일테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 자폐를 지닌 사람도 자신만의 정서가 있다. 어떤 자폐인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풍성한 정서를 누린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자폐인에게도 나름의 정서가 있다. 단, 그들의 정서는 남들과 다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웃고 울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자폐인은 조금 달리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 page 266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잣대.

이런 잣대가 참 오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참 울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언제나 항목 분류와 일반적인 명칭에 대해 경계해왔다. 어쩌면 도발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ㅇ어떤 진단과 동일시하기 힘들다. 한 인간을 어떤 진단명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련 '암 선생님'이라고 말할 권리가 있는가?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언어 남용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니 자폐증을 핑계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 방향으로 역행하지는 말자. - page 266

책을 읽고 나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해 읽어보게 되었다는 내 생각 역시도 자만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게 되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에 전한 이야기를 새겨야 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을 묘사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자폐증이라는 영역 안에 내 모든 것을 욱여넣을 수 없다. 자폐증은 내 신장이 약 195센티미터라는 것과 같은 내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자폐증을 기술하는 유일한 기준표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나의 성격도, 그 누구의 성격도 기술할 수 없다. 나는 인간을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축소하려는 이론들을 경계한다. 인간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존재이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인간을, 우리 자신을 어떤 하나의 설명에 가두지 말자.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정말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 page 298 ~ 299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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