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에 관심도 많고 좋아하기에(그렇다고 키우는 건 할 수 없는...) 관련 책이 있다면 되도록 읽는 편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읽게 된 순간 기대감이란...

책을 읽는 내내 감탄과 함께 경이로웠다고 할까.

너무 좋았고 또 좋았습니다.

그리고 꼭 한번 읽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기이하고 신기한 식물의 생활사.

그 놀라운 세계로의 초대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식물은 어떻게 싸우고, 번식하고, 협업하는가?"

가장 조용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극적인 사건들

식물을 위한 변론



솔직히 '식물'에 대해선 여느 생명체만큼의 관심은 없었습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고정적이기에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역으로 해석하자면...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 식물은 동물이 바다 밖으로 기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육지를 정복한 대단한 생물이 아닌가. 식물도 다른 생물처럼 똑같이 생존을 위해 투쟁해 왔고,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으로 지금까지 번성했을 만큼 놀라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존재다. - page 4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한 거지?!

그 무엇보다도 움직일 수 없다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의 치열함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음을!

식물 역시 서로 다른 필요와 고유한 생존 전략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다른 식물과 상호작용하며 보통은 경쟁하지만 때로는 협동한다는 것을 배웠다. 식물도 모두 제각각이다. 겉으로는 모두 똑같은 것들이 모인 초록 바다처럼 보여도, 사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개별 종이 어우러진 것이다. 무엇보다 식물은 매력이 넘쳤고, 특히 나처럼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생 밝혀내도 부족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 page 31

우리가 그동안 식물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저자는 채석장 복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서 공식적인 '녹색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식물은 기겁할 속도로 움직여 사냥감을 붙잡기도 하고, 땅속에서 치열한 화학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꽃가루를 수분하는 곤충으로 '벌'과 '나비'가 전부라 여겼던 저에게 나방, 초파리, 톡토기, 딱정벌레 등 수많은 곤충이, 심지어는 박쥐와 새, 도마뱀도 수분에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네스코돈 마우리티아누스와 함께 사는 생물 중 마다가스카르도마뱀붙이속 파충류.



이 도마뱀붙이들은 모리셔스의 고유종이고 도마뱀붙이가 일단 꽃 안에 들어가면 그들의 먹이 습성 덕분에 식물의 생식기관과 직접 접촉한다는 점.

여기서 우리가 꼭 집어볼 사실.

루피너스 잎만 먹고 사는 카너 블루 나비 유충처럼 곤충 종 대부분이 특정 식물군에 대한 전문종이다. 유충이든 성충이든, 곤충은 생존의 진화적 역사를 공유해 온 식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생하던 식물이 사라지면 그 식물이 부양하던 곤충도 사라진다. 곤충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곤충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무서운 재앙이다. - page 39

또한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1밀리미터 크기의 초소형 식물부터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까지, 빛과 물, 영양분을 얻기 위해 끝없는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토양 깊숙이 있는 중금속을 이용해 독성 물질을 만들고 이를 분비하여 주변 식물을 모조리 독살하는 누벨칼레도니 고유종인 피크난드라 아쿠미나타.

자신의 몸체에 텅 빈 주머니를 만들고 개미에게 살 집을 제공하고 개미군단은 근처에 다른 묘목이 자랄 때마다 관다발을 물어뜯고 개미산을 주입해 초토화시키는 꼭두서니과의 두로이아속, 야모란과의 토코카속과 클리데미아속 식물 등.

식물과 살아 있는 세상과의 관계가 섹스, 경쟁, 방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이 있기에...

전체 식물의 40퍼센트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예를 들어 보면 미나리과의 에링기움 이우키폴리움이 자라는 곳에서만 서식하는 작은 갈색 나방 파파이페마 에링기이.



인간이 일으킨 교란에 취약해 대초원에 쟁기를 꽂아 넣거나 가축 떼를 풀어놓자마자 서서히 사라진 방울뱀주인이라는 일반명으로 불리는 에링기움 이우키폴리움.

이는 나방에게 좋지 못한 소식인데, 그 애벌레는 오로지 방울뱀주인의 줄기만 먹고살고, 따라서 경관에서 방울뱀주인을 없애는 순간, 이 식물에 삶을 의탁한 나방까지 제거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즉,

식물이 자라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식물은 미생물과 곰팡이에서부터 곤충과 새까지 모든 유기체의 근간이 되므로, 식물 군집을 파괴하는 행위는 지구의 전 생물권에 파물을 일으키는 연쇄효과를 낳는다. - page 232

그 무엇보다 각성해야 할 사실은

기후 변화를 둘러싼 문제를 전달하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 page 247

낙담스럽긴 하지만, 분명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습니다.

전 세계의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일을 할 때까지는 시민이 나서는 길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당부하였습니다.

이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서 주변 식물을 살펴라. 무엇이 그 식물을 남다르게 하는지 배워라. 무엇보다 그 식물의 이름을 익혀라. 식물의 이름은 발견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이름과 함께 그 식물이 어떻게 기능하고, 어디서 살고 싶어 하고, 어떤 다른 생물을 부양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구를 알게 되듯 식물을 알게 되고 매년 그 식물이 돌아오길 기다릴 것이다. 이런 기대와 흥분이 자신을 둘러싼 더 큰 세상을 인식하게 하고, 기후 변화가 저 식물의 생장과 번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식물이 차지하는 다양한 생태적 위치를 알게 되면, 인간이 그 땅을 빼앗아 차지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도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사는 곳에 진정한 뿌리를 내리며 다른 생명체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 page 255

정치적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문제가 삶이 달린 문제이기에 우리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던

"식물은 생태계의 토대라는 사실"

"식물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정하는 것"

무심코 지나쳤던 내 주변의 식물부터 관심을 가져야 함을 저자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2-10-19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통해 식물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인간 때문에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침묵의 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