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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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에 당연 '책방' 이야기도 좋아라합니다.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밖에...

그렇기에 이 책 역시도 그냥 마음이 갔습니다.

여느 책방 이야기보다 더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책 표지 때문일까...?

라고 단순히 여겨질 뻔했지만...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책방 주인 구미의 작은 책방 '책봄' 사장님

이기에, 읽어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아우라 때문이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고 나선 그 느낌이 더 진하게 와닿았기에 정말 마음먹고 구미에 이 책방만을 위해 놀러 가고 싶단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 온기 담아 어설프겠지만 제 느낌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그저 흘러가지는 않으려고요.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

오늘도 내 마음속 자리를 내어 줍니다."

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사장님, 어떻게 구미에서 이런 책방을 하실 생각을 했어요?"

"아 그냥... (웃음으로 회피)."

"출판업계에서 일하셨어요?"

"아니요(프리랜서 영어 강사였어요)."

"문헌정보학과 나오셨어요?"

"아니요(사학과 나왔는데요)."

"......" - page 36

저 역시도 책방 주인이라면 어떤 로망을 갖고 있기에 어떻게 이런 책방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냥요. 그냥 하고 싶어서요. 어쩌다보니 타이밍이 맞았어요'

였습니다.

전공도 아니고 관련 분야에서 일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던 그녀가 책방의 주인이 되어 지금 우리 앞에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만에 배송되면서 10% 할인과 5% 적립을 해 주는 대형서점이 즐비한 가운데, 특히나 이번 코로나 시국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책을 사러 올 수 없다면?

내가 찾아가서 팔기로 하면 되는 것을!

구미 전 지역 당일 배송을 약속하고 주문만 해 주면 당장 달려가겠다는 글을 올리고 정말 저녁 시간에 가까운 동네부터 배달을 한 것입니다.

주인의 마음을 알기에.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 역시도 같기에.

그 마음이 지역의 작은 책방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게 작은 책방만의 매력일까!

다른 책방도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책을 홍보하고 응원한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른 동네 책방들, 정말 매력적이다. 책방도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

이제 집에서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가 보자. 우리 동네 책방에는 어떤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지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애정을 담은 눈으로 천천히 살펴보자. 여러 책을 조금씩 조금씩 시식하듯 맛보는 그 시간을 잠시 누려 보자.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한 권 구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을 소유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작은 책 한 권으로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돌연 보이게 되는 기쁨이 존재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책방지기에게 추천을 부탁해 보자. 대부분의 책방지기는 책 추천을 기꺼이 즐긴다. 추천받은 책을 읽다 보면 의외의 순간에서 나를 만나고 나의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책방지기의 큐레이션과 나의 취향이 맞는다면 그곳의 단골손님이 될지도 모른다. - page 45 ~ 46

그래서 저도 가까운 동네 책방에 갔는데...

책방이라 써져 있었지만 카페와도 같았던...

아직은 나와 인연이 될 책방을 만나지 못했지만 언젠간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아무튼 책방을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레인보우 책장 진열 뒤에 숨은 아름답지 않은 사연 등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어 온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하면서 천천히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점점 환경과 동물에게 마음속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각성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었는데 그런 제 태도에 경각심을 일깨워준 그녀.

어떤 사실을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 전대 되돌아갈 수 없다. 알면 알수록 불편하고 괴롭지만 착취당하는 비인간 동물의 삶을, 파괴되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 찾아 읽는다. 어떤 사람은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왜 스스로를 괴롭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두렵다. '그래도 인간이 먼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될까 봐, '왜 불편하게 출퇴근 시간에 시위해'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될까 봐, '좋은 게 좋은 거지, 좀 좋게 말해'라는 말을 생각 없이 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찾아 읽는다.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서 불편하고 괴롭더라도 오늘도 알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page 63

환경, 동물, 사람은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이 당연한 사실을 자꾸만 까먹게 됩니다.

편리함과 익숙해진 습관 탓에 자꾸만 타협하게 되는 나 자신.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그녀에게 다정하고 친절해지는 일은 책방지기, 채식주의자, 환경지킴이였습니다.

어쩌면 이 한 사람의 힘겹고도 불편한 행동이겠지만 이를 통해 한 사람, 두 사람이 행한다면...

미약하겠지만 조금씩 변화는 있을 것이었습니다.

'책봄... 올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져요.'

그 마음이 몹시도 그리워졌습니다.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 마음속 자리 한편을 내어 준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곤 하였습니다.

책, 동물, 환경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

또 저만이 지키기 위해 소중한 무언가를 위한 마음 한자리를 마련해야겠습니다.

언젠간 구미의 '책봄'에 찾아가 조심스레 책 한 권을 권유받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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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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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5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합스부르크 왕가 600년, 매혹의 걸작들>.

오스트리아의 구제실이며 유럽을 지배했던 최고의 가문인 '합스부르크 왕가'.

합스부르크 황제들이 수집한 매혹의 소장품을 보기 전.

이들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

아무리 유럽 제일의 명문가라도 그렇지...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650년에 걸쳐 긴 명맥을 유지했다고 하니 반대로 생각하면 이 가문을 모르면 유럽사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거 아닐까!

어쩌면 당연히 알아야 했던 이 가문.

긴 명맥을 유지한만큼 인물과 사건이 웬만한 장편소설 못지않게 파란만장할 텐데...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무서운 그림》의 저자 나카노 교코가 명화로 들려주는

역사와 인간이 직조하는 화려하고도 피로 물든 세계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가 650년사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서,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왕조.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역사와 인간이 직조하는 화려하고도 피로 물든 세계가 때로는 한없는 낭만을 일깨우고, 때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선사하며, 나아가 현대의 유럽 통합과도 겹치는 면이 있기에

자연스레 유럽사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알브레히트 뒤러부터 에두아르 마네에 이르기까지 화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12작품을 통해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재미있고 친근하게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나아가 서양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이 일족의 기원은 의외로 오스트리아도 독일도 아닌, 10세기 말쯤 스위스 북동부의 시골구석에서 등장한 약소 호족으로부터였습니다.

그 호족으로부터 2, 3대가 지난 11세기 초, '합스부르크성 하비히츠부르크'가 세워졌고 여기에서 합스부르크라는 명칭이 생긴 듯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더 지난 13세기 초, 아직 가난한 시골 호족이던 합스부르크 백작 루돌프에게 운명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큰 기회가 옵니다.

바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자리'.

빈약한 영토밖에 없는 데다 나이도 55세로 많았고, 재산도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을 일으킬 능력도 없어 보였던, 황제라는 이름만 던져주면 무급 명예직이라도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충성을 바치고, 일이 잘못되어 봤자 다른 제후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루돌프'는 야심과 저력이 대단하였고 결국 스위스 산속에서 오스트리아로 본거지를 옮기며 역사의 무대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까지 합스부르크왕조의 지배권이었고,

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의 군주를 겸한 사례도 합스부르크가였으며,

카를 5세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70가지 이상의 직함을 가졌고,

마리아 테레지아의 정식 칭호도 '오스트리아 대공 겸 슈타이어마르크 공작 겸 케른텐 공작 겸 티롤 백작 겸 보헤미아 여왕 겸 헝가리 여왕 겸......' 하는 식으로 '겸'이 장장 40번 이상 이어진,

프란츠 요제프가 대관식을 올린 19세기 중반, 제국 말기였을 때조차 영지 면적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럽 최대가 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인 자신들의 고귀한 푸른 피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다섯 종교와 열두 민족을 수 세기에 걸쳐 통솔하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했다. - page 12

루돌프 1세의 고군분투로 합스부르크가가 예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대해졌지만 이들이 황좌를 세습할 수 없게 선제후들이 경계라고 곧바로 탈환하고, 그로 인해 암살당하고, 그러다 또 다른 가문에게 빼앗기고, 이번에는 손자가 되찾고,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증손자가 다시금 탈환에 나서고...

마치 럭비공처럼 이쪽으로 왔다 저쪽으로 갔다를 거듭하다 안정적으로 황위를 차지하기까지 무려 15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50년이 더 지난 15세기 말, 독일 왕 겸 신성로마 황제의 황좌를 차지하게 된 '막시밀리안 1세'는 정말 오랜만에 합스부르크가가 배출한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혼인 외교를 통해 "넘어져도 빈손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 보였는데 이로 유명한 가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저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6세의 장녀로 태어나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가 된 '마리아 테레이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라는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유일한 여성 통치자로 남았다는 건 그만큼의 노력이 엄청났을 텐데...

자신의 딸들을 정치적 카드로 삼은 방식은 어머니보단 정치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났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면 마리아 테레지아의 제왕다운 결단도 굉장하지만, 그 이상으로 운명의 아이러니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만약 9녀가 젊어서 죽지 않고 순조롭게 나폴리의 왕비가 되었다면 프랑스 왕비는 재능이 가장 뛰어났던 카롤리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앙투아네트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은 나라의 왕비가 되어 의외로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프랑스혁명도 어쩌면...... 그야말로 덧없는 역사의 '만약(if)'이다. - page 154



긴 명맥을 유지했던 합스부르크왕조는 막시밀리안의 죽음을 시작으로 프란츠 요제프에게는 차례차례 일가의 죽음이 덮쳐오게 됩니다.

마침내 슬로모션으로 쓰러지듯이 천천히 합스부르크왕조는 붕괴되기 시작하고 체코와 헝가리가 독립하고 새롭게 탄생한 오스트리아공화국은 지금의 형태, 즉 과거의 8분의 1로, 인구는 9분의 1로 줄어든 소국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명화를 중심으로 바라본 합스부르크가의 역사.

굵직하게 보았기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명맥조차 볼 수 없기에 안타까운 합스부르크왕조.

하얗게 불태웠던 그들의 이야기가 아련히 남았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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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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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

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고 할까...

그러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저는 마음 복잡할 때면 그의 시를 꺼내 읽곤 합니다.

이번엔 그가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을유생, 닭띠 '임동식' 화백과 함께 콜라보를 하였습니다.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는데...

"오로지 화가 그것일 뿐인 사람",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시로 써온 풀꽃 시인 '나태주'가 들려줄 이야기.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풀꽃 시인' 나태주 x 자연예술가 임동식

그림, 마침내 시(詩)가 되다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책에는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유장한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좋은 시에는 그림이 들어 있고 좋은 그림에는 시가 들어있기 마련이라는데 임동식 그림과 나태주의 시가 딱! 이 말과도 같았습니다.

그림이 시였고 시가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 감정이 크게 와닿았을까.

하나의 작품을 만나고 나면 먹먹하고도 아련함이 남아 그 감정을 추스르기 벅차곤 하였습니다.

나무를 사랑해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임동식 화가의 나무 그림 중에서, <친구가 권유한 보흥리 등굽은 나무> 그림에서 그려진 시 <나무 어른>이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담담히 읊조리는 듯한 마지막 문장이 마치 우리에게 건네는 말인듯해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았던 것일까...

나무의 모습과 문장을 자꾸만 되뇌게 하였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신지요?

그러면 나무 어른

대답해주시곤 한다

그래 자네도 잘 지냈는가?

견딜 만한 것을 견디는 건

견디는 게 아니라네.

-<나무 어른> 중

그리고 이 그림과 시를 읽고는 울컥하였습니다.

<소년과 그의 오십여 년 후 손>과 <슬픔>.



지금의 내 손과 아이의 손, 부모님의 손이 떠오르면서 주름 하나하나에 담긴 세월의 흐름이 왜 이리도 눈물 나게 하는 것일까...

흐르는 세월에 대한 후회일까...

아니면 그리움일까...

만감이 교차하게 되었습니다.

77년의 세월을 살아간 그들.

그들이 뒷짐을 지고 나무가 자신이고 풀잎 또한 자신이라며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건넨 이야기.

무겁게 안고 있던 마음의

근심 걱정들 내려놓고 싶어진다

문득 세상과도 화해하고 싶어진다

용서하지 못할 일들까지

용서하고 싶어진다.

-<뒷짐> 중

그렇게 세상 속에 동화되는 모습이 언젠간 나도 그들처럼 살아가겠지란 여운도 남곤 하였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아련함이 남았습니다.

그리고나서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니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들이 마치 저에게 안부를 건네는 듯하였습니다.

그대 잘 지내는지...

나는 잘 지낼 테니 그대 역시도 잘 지내시길...

서로 주고받은 안부 속 안녕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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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사이 - 브루클린이 내게 준 사람들과 오늘
이현수 지음 / 콜라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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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끌렸던 건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강력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경선·김혼비 강력 추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현수처럼 살고 싶다." 김혼비(작가)

조언 한마디 없지만, 그 어떤 조언들보다도 빛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는데...

여전히 힘겹고 서툰 저도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힘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다 버리고 떠난 그곳에서 발견한 사람들에 관하여

"이상하게 우리 사이엔 늘 술이 있다."

마시는 사이



오랫동안 누군가의 후배, 선배, 그에 따른 부수적인 직함으로 살아온 저자 '이현수'.

점 보는 것을 좋아해 점집 만신님한테 매번 제일 먼저 묻는 게

"저 몇 살까지 일하나요?"

그럴 때 돌아오는 (귀)신적인 대답

"평생 일할 팔자야!"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두 주먹 불끈 쥐고 기뻐했다고 하였습니다.

열심밖에 모르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일과 돈과 사람과, 소중했던 것들로부터 버려졌다고 하였습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기계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빼고는 모든 생각을 차단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던 나날들.

그러다 우연히 뉴욕 브루클린에 머물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을 때 운명처럼 이끌려 간 그곳, 브루클린.

아니, 브루클린이어서가 아닌 터닝 포인트가 되게 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일어설 힘을 받게 되고 하루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를 구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무슨 헛소리야, 돈이지!라는 마일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입버릇처럼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말 그렇다. 인생은 지렵도록 길고, 그러다 보니 상상도 못 했던 삶이 또 주어지더라고. - page 11

'내 사람'.

저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내 편', '남편(?!)' 정도일까.

그런데 이젠 '내 사람'이란 말을 애정해야겠습니다.

내 사람. 마이 피플. 나는 그전까지 '내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파고들자면 '내 편'정도는 생각했을 것이다. 초딩도 아니고 네 편, 내 편이 뭐니... 근데 사람이란 언젠가 '내 편'이라는 말이 뒤통수를 후려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편이라고 쓰여 있는 동아줄 하나에 온몸을 실어 붙들고 기어 나올 때, "야, 너 재 편드냐?" 라는 말이 더는 초딩적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내 편보다 '내 사람'이란 말은 먼가 더 근사하다. 내 편으로서의 지지와 함께 미운 정 고운 정까지 얹어 더 끈끈해진 관계. 내 사람이란, 때로 나를 혼내고 욕하고 나와 싸우면서도 결국 나를 안아주는 사람 같지 않나? - page 63 ~ 64

가끔 핏대를 올리며 싸우거나 울면서 화해하거나 서운해 죽다가 미워서 죽이고 싶다가도, 낯설고 좁아터진 방에서 쥐나 바퀴벌레를 잡을지언정 어떻게든 버티는 서로가 애틋하고 안쓰러워서 못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엔 늘 '술'이 있었습니다.

술을 좋아라하는 저로써도 술친구가 주는 매력이란!

그냥 좋은 거다, 술이 주는 핑계가. 속에 무언가가 응어리져 있는데 미칠 시간도 자신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털어버려! 가슴도 못 털고 트월킹도 안 되지만 아무거나 막 털면 뭐라도 털리겠지. 어차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내 춤을 못 보니까. - page 101

뭔가 짓눌렸다가 해방된 느낌을 준다고 할까.

그렇게 술과 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위로와 공감을 얻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 것이며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살아보길 잘했다. 재밌네."

내 말을 마일로가 잇는다.

"야 시끄러워! 앞으로 더 재밌을 거야." - page 39



참 많이도 공감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이야기가 저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웬만한 일에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20대라면 아마 이런 기획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아름답고 '뽀대' 나고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획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려 애썼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갔다. 이게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내가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자책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이 탓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너무 아등바등 살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그러면서 변한 것인가? 뭐가 됐든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않는 지금의 내가 그다지 싫지 않다. - page 178 ~179

여전히 '결과'를 중시 여기는 나.

그래서 자책과 반성으로 하루가 힘겨운 나.

안간힘을 쓰면 나만 더 괴롭다는 것을, 이젠 좀 놓아줘야겠다 다짐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닥친 풍랑을 이왕이면 신나게 타고 어떻게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사람.

모두가 나간 뒤 늘 뒤에 남아 빈자리를 살피고 마지막 불을 끄고 나오는 사람.

왜 이현수처럼 살고 싶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고통의 자리를 새로운 고통이 차지하는 건 슬픈일이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새로운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 뭐 있나 싶다. - page 247

오늘은 좋아라하는 맥주 한 캔과 함께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원래도 술을 좋아하는데 핑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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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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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감탄할 때가 참 많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들의 창작의 바탕은 어디일까......

많이 읽고 많은 사색과 함께 그들이 머무는 그곳.

바로 '작가의 방'이 궁금하였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만들어낸 '조앤 롤링' 작가가 집필했다고 알려진 포르투의 관광명소인 '포르투 마제스틱 카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집필했던 이스탄불의 '페라팰레스 호텔'.

이미 이런 곳은 관광투어로도 존재하기에 잘 알려져 있고...

그렇다면 다른 작가분들은 어떨까...?

이 책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한 작가와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 작가의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50인의 작가가 저마다의 모습으로 펼쳐질 방.

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울프의 오두막, 오스틴의 문구함, 하루키의 레코드...

그들의 공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작가의 방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집필 공간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 : 오직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곳

두 번째 방 :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

세 번째 방 :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네 번째 방 :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다섯 번째 방 :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호텔 방이든, 카페 구석 자리든, 서재든, 그야말로 자신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의 고통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는데...

첫째, 오두막이든 침실이든 도서관이든 차 안이든, 쉽게 방해받지 않을 공간을 확보합니다.

둘째, 활용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최대한 활용합니다.

셋째, 어디서든 오전에 씁니다.

(아무리 아주 늦은 밤까지 글을 쓰기로 유명하고 '아침형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작가들이라도 점심 전에 하루의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개성이 담긴 '작가의 방'.

똑똑!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의 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는 거처를 옮긴 것이 단순히 집을 옮기는 것 이상의, 글쓰기 루틴을 무너뜨리고 슬럼프에 빠뜨렸다는 사실이.

그래서 다시 햄프셔주 초턴으로 돌아가 작품 활동을 했다는데...

"그는 가족 이외에 하인이나 손님 등 그 누구도 그가 하는 일을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했다"

이토록 예민하다니.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팬이라면 익히 그가 재즈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던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분들은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분, 《피터 래빗 이야기》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비어트릭스 포터.

가정교사였던 애니 카터 무어의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허약했던 노엘에게 작은 토끼 피터 래빗 이야기를 지어 편지를 보내준 것을 시작으로 아이가 잘 쥘 수 있도록 작은 책을 제작한 포터.

이 의미를 알고 나니 그림체며 이야기들로부터 전한 메시지가 가슴에 확 와닿았습니다.

마지막에 깜짝 팁이 있었는데...



작가의 발자취를 좇고 싶다면...

참고해서 여행 루트를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매력이 작가의 방을 그림으로 마주하게 되니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그리고 작가의 '방'이라고 하였지만 결국 작가의 '작품', '인생'과 같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접하고 나니 우리의 작가 방도 궁금하였습니다.

윤동주 하숙집, 이상의 집...

이들은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그 외에도 우리의 감성을, 우리에게 깨우침을 선사해 주었던 작가들의 집은, 그리고 집필했던 그 공간은 어떨지 이와 관련된 책도 조만간에 만나보길 바래봅니다.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마주한 노트북과 주변을 살펴보니...

음...

왜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짐이...

조금이나마 키보드를 두드리며 잠시 혼자만의 작가인 양 빠져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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