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어리석음을 예찬한 동기와 이유가 무엇인지, 저자는 왜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난해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런 저 같은 독자를 위해 해제를 통해 당시의 사회 종교 및 문화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었기에 읽고 난 뒤에 조금씩 이해해 나갈 수 있었고 풍자와 해학의 묘미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신예찬』은 어리석음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괄하여 인간의 모든 행복이 어리석음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러하기에 최고의 직위에 있는 왕과 교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경에서 일종의 어리석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도들은 물론 그리스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사도들이나 그리스도가 진정한 의미에서 어리석다고 사람들이 착각할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사도들과 그리스도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성정에 따른 연약함이 있어 그것을 일종의 어리석음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들이 지닌 어리석음은 세상의 모든 지혜를 이기지만, 저 영원하고 순수한 지혜에 비하면 어리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age 273
우신이 자신을 최고 신으로 소개하는 이 이야기로부터 범상치 않게 흘러가리라 생각되었었습니다.
현자들이 늘 하던 대로 먼저 결혼생활의 득실을 세심히 따졌다면, 어떤 남자가 자청해서 자기 입에 결혼이라는 재갈을 물리려 하겠습니까? 출산의 위험과 산고, 양육의 괴로움을 알고 있거나 짐작이라도 했다면, 어떤 여자가 남자를 받아들이려 하겠습니까?
생명이 결혼에서 비롯되고, 결혼은 나의 시녀인 '경솔'에서 비롯되므로, 결국 생명이 내게서 비롯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여자들이 이런 일을 한번 경험하고 나서 또다시 반복하는 것은 나의 시녀인 '망각'이 곁에서 도와주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
이렇게 나로 말미암아 술에 취해 웃고 떠들고 논 덕분에 저 콧대 높은 철학자들, 오늘날 그들의 자리를 계승한 이른바 수도사들, 자주색 옷을 걸친 군주들, 경건한 사제들과 그들보다 세 배는 더 거룩한 교황들이 태어난 것입니다. - page 40 ~ 41
그리고 선생, 시인, 수사학자, 저술가, 법률가와 변증가, 철학자, 신학자, 수도사, 군주, 궁정 귀족, 주교, 추기경, 교황, 사제 들을 차례로 소환시킨 뒤 전한 이 이야기.
그러니 좀 더 즐겁고 부유하게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현자들을 피하고 좀 더 짐승 같은 이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요컨대 어디를 둘러보아도 교황이나 군주, 재판관, 방백, 친구, 고관대작, 말단관리 할 것 없이 그들 가운데 돈이 있어야 모든 일이 돌아갑니다. 그런데도 현자들은 돈을 멸시하니 그들을 만나면 여러분은 얼른 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 page 211
묘하게 뼈 때리는 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지 않나요!
자화자찬하며 연설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돈키호테'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아니, 우신이 먼저이겠군요.
아무튼 병맛 히어로가 날린 따끔한 일침이 통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