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의 인문학 -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
박홍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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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으로부터 인문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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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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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나비'.

화려한 날개 패턴과 날개짓을 보고 있으면 가끔 넋을 놓기도 하는데...

좋아는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궁금하였습니다.

나비, 너는 누구냣!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나비의 언어



누구나 그렇듯 나비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비이기에 당연하게만 생각했지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 웬디 윌리엄스는

나비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거기 있었을까?

지구에서 사는 동안 나비들은 무슨 일을 벌일까?

나비의 그 무엇 때문에 뭇사람들이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재산과 목숨을 걸고 이따금 죽기도 하는 걸까?

이러한 호기심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나비에 대해, 인간과 나비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좇기 시작하였습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을 비롯해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 대중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나비 연구에 있어 큰 공헌을 한 허먼 스트레커, 샬럿 코플런 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어밀리아 제부섹 등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생태학이라고 하는 이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윈이나 빅토리아 시대의 다른 유명인 아니라 17세기에 살았던 10대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녀는 여성의 삶이 극도로 열악했던 17세기 유럽에 살았습니다.

특히나 1600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나비는

나비 번데기를 잘라보면 구역질 나고 유독한 액체가 주르르 흘러나온다. 혹은, 적어도 구역질 나고 유독한 것처럼 보이는 액체가 흘러나온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화려한 나비가 눈부신 자태를 뽐내며 서서히 껍데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려면 말이다. 1600년 당시에 이러한 현상은 요사스러운 수작의 증거였다. 주술이나 마법이나 지하 세계의 장난질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page 80

구역질 나고 찐득찐득한 번데기의 그 무엇과 관련된 듯한 것에서 홀연히 등장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열세 살에 애벌레와 사랑에 빠진 메리안은 애벌레가 알에서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다가 번데기가 되는 것까지 추적 관찰했고 각각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특정한 나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애벌레, 나비, 나방을 50년 이상 연구하면서 자연 발생이 엉터리라는 증거를 자신의 관찰을 토대로 그려낸 수채화 묘사 자료들을 통해 밝혀냈고 표트르 대제, 린네, 나보코프 등에 영향을 미쳤고 존중받게 됩니다.

타고난 과학자이기도 했고 으레 통용되는 앎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호기심을 좇아 진리를 찾아 나섰던 그녀.

곤충 고생물학자 마이클 엥겔은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만약 메리안이 자신의 삶을 그렸다면 분명히 그 삶은 그녀가 사랑하는 곤충들의 삶을 모방했을 것이다. 계몽주의의 여명기에 여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그녀 자신의 변태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그녀 이름을 새겨보려 합니다.

그리고 책 속엔 '제왕나비'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왕나비는 '잡초 같은' 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생존에 강한 이 나비.

이런 제왕나비들이 추위를 피해 어느 경로로 날아서 서식지로 가는지, 제왕나비 생존에 필요한 생물은 무엇이 있으며, 이 기후변화 시기에 개체수 변화는 어떤지 등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나비의 이동 방향에 대한 실험을 통해 전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습니다.

"종합적인 메시지는, 가을에 이동하는 나비들을 추위에 노출시키면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날아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똑같은 나비라도 실험실에서 다음 해 봄까지 따뜻한 환경을 유지해주면 남쪽으로 날아가려고 하지요. 멕시코에 갔던 다른 나비들은 북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판국인데 말이에요."

...

"지구 온난화로 생기는 문제는요, 앞으로 멕시코가 겨울에도 춥지 않다면 나비들이 북쪽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제왕나빋들은 멈춰야 할 때를 어떻게 알까요? 우리는 나비들이 왜 멕시코에서 이동을 멈추는지 그 이유를 아직 모릅니다. 멕시코에 있는 잠재적인 그 무엇이 나비들에게 이제 다 왔다고 말해주는가 봅니다. 어쩌면 신호가 있겠지요. 바로 이 냄새가 나면 멈춰야 해, 하는 식으로요. 숲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래도 나비들은 그곳으로 갈까요? 나비들은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할까요? 이게 다 미지를 개척하는 일이지요." - page 238 ~ 241

점점 나비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도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우리의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이미 예상이 될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해야지란 다짐이 아닌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나비'로부터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 '나비'이기에, '과학'책이기에 그 흔한 사진이라든지 도표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롯이 이야기만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또 달리 보면 그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한 생명체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그 소중함을 알게 되고 우리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또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비는 딱 입문용 약물이지요." - page 23

책 속에서도 나비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 매력에 저도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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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방랑기 -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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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핑크핑크한 표지에 끌렸던 이 책.

그러고 나서 보니 도트와 픽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며 4컷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 작가의 첫 에세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픽셀 그림과 원(도트)이 있었구나!

책의 표지만큼이나 왠지 저자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도 달리 보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가지고 같이 골목을 거닐어볼까 합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수상한 간판,

험악한 얼굴의 마스코트, 관광지의 괴상한 기념품...

평범한 일상 속, 기묘함이 숨어있는 거리를 탐방하다!

일상과 비일상, 사색과 유머가 조우하는 픽셀 만화가 ○○○의 첫 에세이

골목 방랑기



책은 ○○○ 작가가 지금까지 거리 이곳저곳에서 수집한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그때의 단상을 글과 만화로 풀어낸 작품집이었습니다.

그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만난 이상하고 수상한 간판과 지표들을, 길고 짧은 여러 여행 속에 마주친 기이한 풍경들을, 관광지의 이상한 마스코트부터 영특한 강아지와의 산책까지 평범과는 거리가 먼 비생물과 생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읽다 보면 피식! 웃게 되고 이런 발상을 하는 ○○○ 작가의 시선이 멋져 보였습니다.

덕분에 삭막한 세상 속에서 웃음을 찾았다고 할까!

그동안은 길을 거닐 때도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는 여유를,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첫 장부터 묘한 매력을 선보였던 이 책.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간판과 지표들, 풍경들, 마스코트들로부터 원래 의도한 바도 있겠지만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같이 사색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이 책.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경의중앙선' 이야기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차 간격이 길고 승객이 많아서 앉아 가기 어려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노선.

이런 지옥의 문산행 경의중앙선에서도 여름 한정으로 유일하게 좋은 순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창밖의 휑한 철로 풍경을 한참 지나치다 보면 어느 순간 열차 칸 전체가 녹음에 휩싸이는 구간(강매역 부근)에 천천히 들어섭니다. 차창이 빈 곳 없이 푸른 이파리들로 가득 차는데요. 녹음에 유리창의 푸른빛이 덧씌워져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현실감이 없는 풍경입니다. 역사 내에 서있던 순간부터 내내 기다려오던 청명한 비상구의 빛입니다. 열차는 아주 잠시 동안만 멈춰있을 뿐입니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짧은 순간 동안 늘 내릴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하지만 아직 내린 적은 없습니다. 굳이 비상구의 밖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가끔은 비상구의 바깥이 아니라 비상구를 비추는 그 푸른빛만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이 닫히면 혼잡한 머릿속을 차창 너머에서 본 무성한 푸른빛으로 비우고... 그래야 아직 남은 20분을 더 갈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런 도피처로서의 초록빛이 주는 내면의 안식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열차입니다. - page 161

그러고 보면 저도 지하철을 탈 때면 잠시 지상으로 나와 한강을 가로지를 때 한없이 마음을 놓곤 했는데 자연이 주는 내면의 안식이 무심코 저에게도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무엇보다 이걸 발견하고 혼자서 재미있어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즐거움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기분이 들어 용감해집니다. - page 117

소소한 즐거움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아이의 시선으로, 호기심 가득히 안고 길을 나서보는 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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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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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이 찾아왔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12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있기에 마지막 행복한 추억 하나 남겨보곤 합니다.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 '김금희'.

그녀가 데뷔 13년 만에 첫 번째 연작소설을 선보였는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명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반짝이는 일곱 편의 소설 속에 담아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올해엔 특별한 크리마스를 맞이해볼까 합니다.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한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작가 김금희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

크리스마스 타일



다채로운 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쿠바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에 작은 기적을 만난 방송작가 '은하',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 밤들이 모두 특별했음을 깨닫는 영화학도 '한가을', 아홉살의 크리스마스에 처음 만난 남자애와 스무살까지 이어온 인연을 떠올리는 '진희', 오랜 세월 함께한 반려견을 잃고 그 상실을 치유하고자 오래된 인연들을 다시 찾은 '세미', 맛집 사진만 보고 상호를 맞힌다는 인플루언서 '현우'와 그를 촬영하는 방송국의 피디 '지민' 등.

저마다 그려낸 일상에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데 그래서 더 의미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눈이 내리지만 눈의 결정이 똑같은 모양 하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눈송이들은 우리에게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우리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노래가 떠올랐고 잠시 차 한 잔의 여운을 즐겼습니다.

이무진의 <눈이 오잖아>.

눈이 오지만

우린 이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게 맞지만

그래도

지금

그 눈이 오잖아

-이무진 <눈이 오잖아> 중

일곱 편 중에 저에겐 아무래도 첫문을 열었던 <은하의 밤>이었습니다.

암 수술 뒤 다시 일에 복귀하는 과정을 그가 다시 찾은 인생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는데...

인생 역전이라니, 그렇게 인생이 쉽게 바뀌다니 너무 환상 같은 얘기가 아닌가. 은하가 생각하기에 인생의 극적인 변화는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나의 의식과 상관없이 스멀스멀 조용하게 은밀하게 불가피하게 찾아들었다, 이를테면 암세포처럼. - page 17

'고모 아까 번화 잘못 걸었어요?'

은하는 나중에 답해야지 생각했다가 날이 지나면 더이상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을 바꿨다.

'아니'

메시지를 보내고 침대로 와서 눈을 감았는데 겨레에게 바로 답이 왔다. 한시인데 아직도 안 자나, 잠이 깬 건가 싶어 은하는 다시 일어나 휴대전화를 들었다. 거기에는 'ㅋㅋㅋㅋ다행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은하는 그 다행이라는 말을 몇번 더 읽었다. 그리고 연이어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 하는 메시지가 왔을 때 은하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대화창을 물끄러미 보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정말 어떠한지를 곰곰이 따져보는 이 밤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은 그저 흔한 은하의 크리스마스였다. - page 64

그랬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타일처럼 이어 붙어졌을 때 비로소 치유가, 위로가,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묵직하고도 따스했던 이야기들.

유난히 아픔과 슬픔이 있던 올 한 해를 이 소설들로부터 위로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겨울밤.

포근한 눈송이처럼 다정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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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뎐 - 위로와 공감의 책방, 잘 익은 언어들 이야기|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이지선 지음 / 오르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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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작은 동네책방 '잘 익은 언어들'.

파란만장한 일상, 책방 일의 기쁨과 슬픔, 동네책방 이야기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책과 책방,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총망라한다는 말에 끌려서 읽게 된 이 책.

그렇지 않아도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1인이라 더없이 궁금하였습니다.

잘 웃고 잘 울고,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잘 익은 언어들' 책방지기 한번 만나보실래요?

책방뎐



대개는 자신의 책방 이름을 책 제목으로 하던데...

그 이유가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을 《책방뎐》이라고 한 이유는 해학과 풍자로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해 주던 '판소리 한마당'처럼 이 책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해서다. 아울러 이 책은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 page 8

'책방전'의 '전'자를 '뎐'으로 표기함으로써 '소리의 고장' 전주의 특색을 살리고, 본문에도 판소리 형태의 글을 실어 흥을 돋웠으며 책방지기의 진솔한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은 물론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까지.

제목만으로도 저자의 센스가 엿보이지 않나요!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지기가 되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그 어느 곳이든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했다는 그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서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라는 문장으로부터 '잘 익은 언어들'의 이름을 정한 그녀.

그래서일까.

그녀의 공간 '잘 익은 언어들'에서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 아닌, 마음 편히 책 사고 읽기 좋은 책방을 만들자. 유명한 핫플레이스보다는 진실된 '핫피플'이 있는 책방, 일회성 인증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걸음하고 싶은 책방이 되자. 그래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테리어'로 사람, 장소, 환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책방이라는 공간이 살면서 생기는 자잘한 상처들을 치유해 주는 일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잘 익은 언어들에만 오면 마음을 충전해서 즐겁게 돌아갈 수 있기를. 이것이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다. - page 89



책방 초기,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면 혼자 춤이라도 추면서 책방을 지켜내던 '덜 익은' 책방지기는 손님이 오면 반갑지만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러다 차츰 저자 특유의 친화력이 빛을 발하며 '유쾌하고 재밌는' 책방지기가 된 그녀의 성장기가 그려진 이 책.

그리고 그녀가 전한 '동네책방'의 진정한 매력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

참 찡하게도 다가왔었습니다.

책방을 하면서 만난 이들과 그들의 모습을 보니 '책방'이란 공간의 매력을 한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전주의 책방지기답게 노래 한 곡조로 뽑았었는데

<얼쑤, 책방뎐>

밥 한 그릇만큼 든든한 책 한 권 납시오

살로 가고 피로 가는 책 한 그릇 잡숫고

당당한 걸음으로 씩씩하게 세상과 맞서보오

호랑이 등줄기만큼 힘센 책 한 권 납시오

무릎 힘 풀리는 날에도 짱짱하게 버티는 힘이라

보약보다 더 좋은 것을 어찌 우리만 누리겠소

그라니 이리 오소 다 같이 놀아보오

책 손님으로 만났으나 '어머나'로 통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소

손님들은 책을 사러 와서 추억을 만들고, 인연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얻어 가는 공간.

책방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기적들.

책은 어디서나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어디서나 만날 수 없기에 더없이 소중한 이 공간인 '책방'에 가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함께 춤을 추고, 그러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울어주고, 동네에서 아는 얼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고객 맞춤형 북큐레이션이 완벽한 세상이 올지라도 나는 사람 냄새 나는 오류투성이 책방의 오래된 주인이고 싶다.

이것이 절대 책방이 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자, 내가 지키고 싶은 야망이라면 야망일까. - page 254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책 생자를 들어 나를 그녀에게.

날마다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그녀에게.

부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었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동네책방'의 매력을 다시금 되짚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책방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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