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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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해외여행이 늘고 있는 요즘.

제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떠나고픈 마음...

특히나 날도 좋은 지금은 더더욱 나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책으로 대신 달래어보곤 하는데...

이 책이 끌렸던 건

'도시와 공간'이라는 테마 여행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각 나라의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의 기록들

이라는 점에서였습니다.

수많은 여행기와는 다를 듯한, 도시 '공간'의 의미가 궁금하였고 무엇보다 차가운 도시에서 한줄기 온기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로부터 감동과 위로를 받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이 들어 읽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행복을 찾아 떠난 15개국, 45개 도시

도시공간이 들려주는 자유, 위로, 성찰, 사랑

공간 읽어주는 여자



십여 년 전, 공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모르던 새내기 공간 디자이너는 도시의 열악한 환경과 사회제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젊은 오기로 무작정 나라 밖으로 도망치듯 우울한 도시를 떠났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달의 여행 계획은 3년으로 길어지게 되고 평범한 여행자의 시선과 공간 관찰자의 시선으로 수많은 도시와 사람을 탐색했던 그녀.

15개국 45개의 도시를 직접 체험한 경험,

나라 밖의 도시인과 함께했던 사적인 추억,

여행에서 마주친 재미있는 에피소드,

상상에만 존재하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던 감동...

공간은 삶을 만들고 삶은 공간을 만든다. 그 안에는 여행이 있다.

누군가가 여행의 뜻은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줄임말이라 했던가.

도시를 따듯한 시선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행복이었다. - page 6

그렇게 우리에게 차가운 도시 속 온기를 전하며 따듯한 울림과 감동을 주었고 공감의 위로를 보내주었습니다.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자유의 도시 유럽 _ 낯선 도시의 자유로운 이방인

위로의 도시 파리 _ 건축과 예술로 위로하는 아름다움

성찰의 도시 인도 _ 비우고 채우는 성찰의 질문들

사랑의 도시 뉴욕 _ 사랑을 속삭이는 붉은 잿빛의 도시

도시공간과 그것을 만들어낸 예술가들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을 만들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을.

그리고 그들이 빚어 놓은 도시 공간에 새로운 행복을 만들며 현재를 충실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몫임을.

담담하고도 다정히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책 속에는 작가 소개에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이다교 작가의 블로그에서 건축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에서도 만나볼 수 있듯이 요즘 티비를 키면 '스페인', 그중에서도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셀로나의 아이덴티티인 '가우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독창성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의 건축 철학은 전무후무함은 물론이요 그 경건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2026년에 준공 예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저 역시도 여행 버킷 리스트로 존재함을...

지금도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지중해의 보석 바르셀로나. 로마 시대부터 이어온 깊은 역사와 지중해에 접한 이 최대 항구 도시는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하면서 풍요롭고 경이로운 도시로 발전했다. 그들의 열정과 유토피아적 기질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창조적 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 page 103

그리고 진정한 여행자라면 인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깨달음을 얻을' 그곳, 인도.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으니...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날은 1945년 8월 15일. 그 후 2년 뒤 1947년 8월 15일에 인도가 독립했다. 인도를 바라보던 부정적인 시선은 나의 무지함에서 오는 거만함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영화 <행복까지 30일)의 무타이 형제들처럼 비로소 따뜻하게 전해진다. - page 198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마주할 수 없는 진실.

인도가 참 가슴으로 와닿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깨끗한 자연, 몸에 이로운 음식, 화목한 가족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 세차게 흐르는 갠지스 강줄기가 행복을 알면서도 왜 가까이 두지 않느냐며 내 머릿속을 송두리째 휘감는다. 나도 모르게 강변 아래로 내려왔다. 조심스럽게 강물에 발을 담근다. 빙하가 녹아 내려와 흐르는 강물은 여름인데도 차갑다. 저 멀리 홀로 몸을 정화하며 기도하는 바바를 보니 경건한 마음이 밀려온다. 한없이 반짝이는 갠지스강에 눈이 부시다. 신성함이란 이런 것일까? 강물에 몸을 담그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 page 239 ~ 240

그저 눈에 보이는 것, 느끼는 것, 그대로의 순수함으로 바라본 도시공간은 마냥 차갑지 않았습니다.

웃음, 희망, 행복.

곳곳에 묻어 있었는데 왜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스스로 색안경으로 안 바라보았음을, 그래서 나의 행복마저도 느끼지 못하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도시에 살고 있음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공간의 가치를 알고 애정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

결국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나의 도시, 나의 공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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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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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머니'나 '아버지'처럼 단어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는...

당연히 읽으면서 울게 될 것이 뻔하기에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너무 좋은 소설이라며 칭찬이 일색이었기에 구입은 해 놓았었지만 또 막상 읽어보진 않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치' 읽기에서 읽을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조심스레 책장에서 꺼내들어보는데...

그저 책 제목만 바라보았던 이 소설.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내가 알던 아버지는 진짜일까?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 page 7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전직 빨치산' 아버지.

그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일생이 그려진,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아버지, 아니 나의 아버지를 느끼게 해 주었던 이 소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age 231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age 265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던 그.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던 그.

그럼에도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부정하고 싶었기에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그동안의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은 극히 일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십년 가까이 살아온 어머니도 아버지의 사정을, 남자의 사정을, 이제야 이해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 page 248 ~ 249

무엇보다 '나'를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벅차오르던 눈물이...

저 역시도 그토록 가까워지지 않는 아버지와의 거리감에 응어리 속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 page 110

아마 모두가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는 그...

소설 속 아버지가 외치던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냐"

란 말이 왜 이리도 가슴 아프게 와닿는지...

스스로에게도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난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버지 이전의 한 사람으로서의 그를 알고 싶었습니다.

읽으면서 참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뚝뚝하며 무심한 딸...

오늘은 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뒤늦은 후회하기 전 마음속으로만 잘 해 드려야지!보단 실천을 하는, 조금씩 다가가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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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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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읽어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읽고 마는 이는 없을, 믿고 읽는 그녀 '김재희'' 작가.

이번엔 뭔가 색달랐습니다.

새로운 '김재희 월드'의 탄생 예고!

그렇지 않아도 집필 도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는 작가는

"여러 위기와 질병을 이겨낸 것은, 아마도 제가 살아남아서 할 일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며 소설 집필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병을 이겨내고 희망을 전할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보였다고 하니...

더없이 기대되면서도 언제나 작가님을 응원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저도 찾아가 봅니다.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사연을 남기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에서 기적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지개진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힘들 하루를 보내며 터덜터덜 발에 땀이 나도록 걸어 간신히 동네로 돌아온 그녀, '현수경'.

대학 졸업 후 간신히 얻은 국회의원 비서 인턴 일은 수경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온몸이 피로하고, 정신은 산만해 주의력 결핍 장애가 시작될 때 일을 그만두고 알바 자리로 근근이 살아가던 차 무엇엔가 끌리듯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는데...

'24시 문을 여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이라고 적힌 팻말의 '무무사'

둘러보던 중 무지개 노트라고 쓰인 주황색 노트가 있었고 거기엔

흥미로운 이야기를 무지개 노트에 적으신 분들 중 몇 분을 선정하여 원하시는 프로필 사진을 무무사 주인장이 정성스레 찍어드립니다.

라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적힌 사연들을 보며 수경 역시도 사연을 남겼고 무무사 주인장 '연주'로부터 답장을 받게 됩니다.

취업을 위한 사진을 찍게 된 수경은 덕분에 합격하지만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되어 취업 사기를 당하게 된 그녀.

무무사 주인장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되고 그 뒤 인연이 되어 무무사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 - 힘든 연애 대신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가 된 IT 개발자, 남편과 이혼하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한 중년 여성, 후배 쇼호스트에게 밀려 나이 듦을 한탄하는 50대 여성 쇼호스트 등- 이 무무사라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저마다 간절히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되는데...

당신 역시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두드려보지 않겠습니까!

무무사로!

무무사의 불빛이 누군가의 어두운 밤 같은 마음에 빛이 들게 해서,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한 걸음. 아주 한 걸음.

그걸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는 홀로는 얻기 힘들다.

누군가 도움을 줄 때 그 길고 긴 터널 같은 어려운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가서 불행에서 벗어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page 117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공감하며 같이 위로를 받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용정'의 이야기는...

그녀로부터 용기와 희망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4계절이 지나 다시 봄.

지금의 계절과도 맞아떨어져 소설의 이야기는 가상에서 현실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 주변에 '무무사'가 있다면...

나는 어떤 사연을 무지개 노트에 적어 내려갈까...

아니, 무엇보다 훈훈한 공간이 무무사에 놀러 가 그 공기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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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
고켄테쓰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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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어릴 땐 그저 당연하듯이 엄마가 차려주는 밥에 투정을 부리곤 했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서야 그 '정성'을 깨달아버린...

'집밥'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지만...

매번 뭘 먹어야 할지 스트레스와 부엌에 설 용기가 없는 난 오늘도 '집밥' 앞에서 작아지고 말았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마치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끌렸던 이 책.

어떤 이야기와 어떤 위로를 선사해 줄지 한껏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따뜻한 식탁을 넘어

다정한 세상을 위한 집밥책

식탁은 풍성하게,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게

사실은 집밥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



고켄테쓰, 이 분!

알고 보니 유튜브 구독자 168만 명을 모은 감동의 '집밥 해방일지', 일본 가정에 한식을 소개하고 한식 열풍을 일으킨 요리 연구가라 하였습니다.

이리도 유명하신 분을!

유튜브를 잘 보질 않는 저에겐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고, 너무도 따뜻한 이야기로 위로받게 되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되지만......

참... 다행이었고 좋았습니다.

'요리를 참 좋아했는데, 관심도 많았는데.

언제부터인지 요리가 싫어졌어.'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이것은 당신의 탓도, 능력 문제도 아닙니다.

당신이 처한 환경 때문이죠.

일단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요리가 하기 싫다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요리가 힘든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으로 '요리하는 환경'을 꼽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집밥'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요리를 대하는 마음이 무거운 건 아닌지,

요리하는 외부 환경, 즉 파트너나 가족, 혹은 몇 가지 메뉴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모두 공감할 만한 '요리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건넨 이야기.

읽으면서 나만을 위한 김이 모락 나는 따스한 집밥을 대접받은 느낌이라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졌습니다.

특히 이 책에 <고민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수고를 덜어보자>에서는 앞서 다룬 이야기를 토대로 간단명료한 요리 레시피-칼과 도마 없이 만드는 요리, 집에 보관해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곁들임 메뉴, 요리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세계의 이색 메뉴, 1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국물 요리 들-가 있어 읽는 것으로부터 직접 해 먹어볼 수 있는 경험도 할 수 있기에 좋았습니다.

집밥 차리기.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메뉴를 정하고, 가격을 따져 장을 본 다음, 냉장고 속 재료들을 관리하며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와 주방 청소를 마치기까지.

이 힘겨운 과정을 그저 가족의 건강을 위해, 행복을 위해 묵묵히 하고 있지만

하지만 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요리가 힘든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먹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요리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해 음식을 차려도, 그저 '먹기만 하는'가족들은 감사할 줄 모릅니다. 심지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둥, 맛이 어딘가 어설프다는 둥 배려라고는 없는 말들을 내뱉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요리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 page 26

어떤가요?

이런 일 겪고 있지는 않나요?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빠들이 있다면, 여러분들이 기억해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엄마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했어? 엄마 정말 대단하다, 그치?"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주세요. 저 역시 아빠이니 스스로도 유념하겠습니다. - page 85

모든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해도 충분합니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노력했어!'라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솔직하게 가족들에게 스스로 어필하세요.

"힘들긴 했지만, 오늘도 엄마는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라고요.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잘하는 것이 당연하고,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거죠. "엄마 이것 좀 봐봐~"라고 말하는 아이처럼,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 page 84 ~ 85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자, 근거 없는 죄책감과의 싸움인 '집밥 만들기'.

이에 대해 'OO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부담에서 해방되기를, 무엇보다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행복한 '집밥'이 된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제가 한마디만 드려도 될까요? 그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최고예요. 부디 세상과 가족보다 자신을 먼저 소중히 여겨주세요. 스스로를 위로해 주세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page 222

오늘도 부엌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한 그의 진심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니며 즐거운 식사 준비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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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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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

좋은 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서로 감정이 틀어지는 대화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대화'가 참 어렵기만 합니다.

아마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협상 바이블』 저자 류재언 변호사의 신간 에세이,

서정적인 문장과 짙은 대화 속에 숨겨진

공감과 치유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온화하고 현명한 사람들의 대화 방식

"저마다 대화의 밀도가 다르다."

대화의 밀도



그냥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대화의 공백이 어색하지 않는 대화.

사소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대화.

서로의 감정을 과장해서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대화.

툭 하고 맥락 없이 생각을 털어놔도 불편함이 없는 대화.

서로를 향한 조언이 애정에 기반해서 별다른 오해를 일으키지 않는대화.

저마다 대화의 밀도가 다르지만...

깊은 정서적 교감을 주고받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이 대화를 통해 결국은 '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었음에

"좋은 대화는 잊을 수 없고,

나쁜 대화는 견딜 수 없다."

처럼 좋은 사람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화에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초반부터 날카롭게 파고들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고, 평소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와 다른 주장을 펼치는 먹잇감을 포착한 다음, 비교하고 핀잔을 주고 대놓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어식 대화'.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와중에 필요할 때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고래식 대화'.

고래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아무도 고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저의 대화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대화는 어떠한가?

안녕한가?

그 어떤 말보다 어려운 '위로가 되는 말'.

힘들 때 힘이 되어 주는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게 되는데...

어떤 말을 할지도 중요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어떤 마음을 담아 전할지도 그만큼 중요하다. 진심이 담겨 있는지 여부가, 간섭의 말과 위로의 말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

'어쩌겠어. 그냥 참고 말자.'

나만 참으면 괜찮을 거라는 착각.

참는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괜찮은 척 또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한 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해도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사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관계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내 감정을 제 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비정상의 관계가 정상의 관계로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정상적인 감정을 표현해도 단절되는 관계라면 어차피 그 관계는 비정상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 비정상적인 관계는 나까지 비정상적이게 만든다. 그런 관계에 집착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 - page 253

나도 내 감정을 표현하고 살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해서 멀어지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관계에 집착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

오늘도 만만치 않을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런 우리들에게 전해주었던 로빈 윌리엄스가 남긴 이 한 문장이 저의 가슴에도 새겨봅니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이 예상할 수 없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어요. 언제나, 친절하세요."

-로빈 윌리엄스

이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의 하루도 나의 하루만큼이나 쉽지 않은 하루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우리가 만난 인연들에게 먼저 웃자.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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