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해.
8월은 너무 더워서 놀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들잖아.
몸을 익히는 듯한 뜨거운 볕이 드디어 누그러지나 했더니 어느새 여름방학이 끝나버렸다. - page 7
고도마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기지마 유스케'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첫날, 반을 대표하는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해 꽃과 수조를 관리하는 생물 담당, 이동 수업 전날에 준비물을 확인해야 하는 미술 담당, 음악 담당 등 담당은 기본적으로 남학생과 여학생 한 명씩, 누구나 반드시 한 가지는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스케는 여름방학 때부터 생각해 둔 담당이 있었으니...
"다음, 게시판 담당."
"내가 할게!"
게시판 담당은 학교 안내문을 교실 뒤에 붙이거나 게시물을 꾸미는 일을 맡는데
최소 한 달에 한 번, 전지에 쓴 벽신문을 복도에 붙이는 것으로
다른 반 학생들도 보는 만큼 주목받기 쉽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작업해야 해서 특히 남학생에게 인기가 없는 담당인데...
유스케는
나는 그것을 도시 전설이나 심령 현상을 주제로 한 오컬트 코너로 만들 작정이었다.
아침에 이야기할 때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남자든 여자든, 공부나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모두 오컬트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유령과 외계인, 저주와 음모론...... 오컬트를 부정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론을 위해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
그런 화제를 벽신문으로 다룬다면? 오늘 아침처럼 한순간에 잊히는 수다와는 달리 오래도록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분ㄴ명 내 특기를 더 멋지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 page 15
이런 포부로 게시판 담당을 했는데...
어?!
"그럼 나도 게시판 담당에 지원할게. 괜찮지?"
다들 2학기에도 회장을 맡으리라 예상했던 타고난 모범생 '하타노 사쓰키'가 지원을 한 것입니다.
큰일이다. 하타노는 내일 당장이라도 벽신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려 들 것이다. 오컬트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미지의 존재에 관한 진지한 탐구라고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age 19
역시나 다음 날 방과 후,
하타노는 벽신문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또 한 명이 더해졌는데...
개학식 날 제사 때문에 학교를 쉬어 담당 정하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직은 존재감이 희미한 전학생 '하타 미나'까지.
그런데 하타노가 뜻밖의 제안을 하는 겁니다.
"심령 스폿 말고는 관심 없어? 괴담이라든가."
히타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괴담 동영상도 자주 봐. 요즘은 괴담 붐이라 괴담을 무섭게 들려주는 '괴담사'라는 직업까지 생겼대. 심령 스폿에는 괴담이 항상 따라붙는 법이니까."
"그럼." 망설임을 떨치듯 하타노가 숨을 들이마셨다. "7대 불가사의는 알아?" - page 22
'오쿠사토 정의 7대 불가사의'
갓난아기가 죽은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S터널의 동승자>
폐허에 담력 테스트를 하러 간 친구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영원한 생명 연구소>
해 질 녘 미사사 고개의 지장보살을 보면 안 된다는 <미사사 고개의 목이 달린 지장 보살>
자살 명소로 불리는 전화부스에서 애통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자살 댐의 아이>
장례식에서 마주친 존재가 죽음을 부른다는 <산할머니 마을>
돌림병이 퍼진 마을에는 반드시 있다는 <우물이 있는 집>
그리고...
일곱 번째를 알면 죽는다...!
이들은 학급 신문을 핑계로 7대 불가사의를 추적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목적은 달랐는데...
유스케는 괴담 추적이라는 장기를 뽐내고 싶었고
사쓰키는 미제사건으로 남은 사촌 언니 마리코의 죽음에 답을 얻고자 하며
미나는 두 사람의 설전을 한발 물러서 판정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산속 터널과 폐허가 된 종교시설, 댐과 우물 등 마리코가 생전에 남긴 파일 속 장소들을 조사하며 오컬트와 현실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나란히 세우고 서로의 빈틈을 집요하게 논박합니다.
그렇게 가설에 가설이 쌓이고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며 1년 전 마리코의 죽음이 현재를 물들이게 됩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일곱 번째 불가사의를 알면 죽는다"는 경고의 실체...!
"하타노 마리코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만약 주인공들이 어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재미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었기에 이런 시점으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세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기에
또 괴담을 괴담으로 끝내지 않고 한 가지 사건과 연관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추구했던
'오컬트 미스터리'
가 균형을 잡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무서운 걸 싫어하는 저도 오히려 몰입하면서 읽었으니...!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건 비밀!)
우리가 괴담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는 건...
아마도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아니 가끔은 실화이기에 더 몰입하며 찾아 읽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 가지쯤은 알고 있는 괴담...
그건 괴담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