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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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공책들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누군가 평생에 걸쳐 쓴 100권이 넘는 일기장이라면?


이 물음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100권이나 넘게 기록된 다른 사람의 삶 이야기.

그 어떤 책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의 삶을 주제로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전기를 탄생시켜온 작가 '알렉산더 마스터스'

그는 이 질문에 가장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 저도 한번 보고자 합니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어느 평범한 인생의 기록이

한 권의 빛나는 예술이 되기까지


보잘것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때때로 한탄하는

모든 이의 마음에 가닿는 특별한 여정


폐기된 인생

이 이야기의 시작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2001년 케임브리지의 어느 공사 현장 옆 쓰레기 컨테이너로부터였습니다.


친구 '리처드 그로브' 교수가 건축 부지에서 놀다 컨테이너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뭔가 주의를 끈 것이 있었으니...!

부서진 샤워부스 바닥에 뭉텅이로 쌓여 있고

떨어져나온 문짝 주변 틈새에 처박히고

깨진 벽돌과 슬레이트 위에서 바람에 펄럭거리는 것!

한아름의 책들이었습니다.

잡석더미 위에 보란듯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이 책들, 아니 148권의 일기장은 

앞표지에 왕실 문장이 새겨진 노트부터 아무 무늬 없는 고급 양장 노트, 싸구려 연습용 노트패드와 작은 포켓북까지 

다양한 시기에 생산된 다채로운 종류의 노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같이 발견했던 다이도는


"커모드가 이사할 때였는데, 엄청나게 귀중한 소장본들, 전부 초판에 전부 저자가 그에게 서명해준 책들을 상자에 꾸려두었지. 그런데 어쩌다 실수로 이삿짐 인부가 아닌 쓰레기 수거 인부에게 그 상자들을 줘버렸고, 그 소중한 개인 문고는 사라졌어. 다시는 그 책들을 보지 못했지. 그 쓰레기 컨테이너 안의 책들도 똑같았어. 사생활이 부당하게 침해당한 느낌. 쓰레기가 되어선 안 된다는 느낌이 확연했어. 주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 갖겠다는 것과는 별개였어. 그저 구해내고 싶었던 거야. 누가 그 책들을 쓰레깃더미에 버리고 사라진 지 고작 몇 분밖에 안 되었으니까. 그 책들은 살아 있었어." - page 16


일기의 주인을 찾고 싶었지만


사람은 자신에 대해 5백만 단어에 달하는 글을 쓰면, 막상 자기 이름은 밝히지 않을 수 있다.

성별도.

일기에는 이름이 무엇이고 집이 어디인지 하는 당연한 신상을 적지 않는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그저 살아 있는 '나'일 뿐이다. - page 19


누구나 그렇듯 일기장에는 자신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만 막상 자신의 신상 정보는 굳이 밝히지 않기에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일기장을 발견했던 다이도가 췌장에 10센티미터의 신경내분지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는 이 일기장의 주인을 찾는 일이 알렉산더 마스터스,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일기장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셰익스피어 권위자이자 작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십 대 때 이미 최소 세 편의 소설을 썼고

온종일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그림이 반 고흐에 필적한다고 확신했고

피아노를 괜찮게 친 

월경에 대한 내용을 통해 '여자'라는 것과

1958년 케임브리지 공공도서관에서 6개월간 기간제 사서로 일했던 기록 등을 통해

확신을 하고 다가가면 금세 틀린 것으로 판명이 되고

새로운 정보로 옆길로 새는 등

여럿 우여곡절 끝에 일기장의 주인에게 다가가는데...


마침내...!


비록 젊은 날 품었던 희망과 열정 가운데 무엇도 이루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전심전력을 다한 단 한 가지

평생에 걸쳐 묵묵히 써내려간 '일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된 '로라 프랜시스'

그녀로부터 우리는 평범하다고 느껴졌던 이 삶도 그 무엇보다 특별하고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도 소중하고도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토록 흥미로울 줄 몰랐습니다.

한 가지 꼽아보자면

일기 주인의 키를 밝히기 위해 '글의 기울기'를 가지고 


S를 말년 일기글 한 행의 평균 길이라 한다.

A를 이 행이 수평선과 이루는 평균 각도라 한다.

S가 '로라의 전완 길이에 거기서부터 종이와 닿는 펜 끝까지의 거리를 더한 것'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의 할선을 나타낸다고 하면, 로라의 키는 이렇게 계산할 수 있다.


6 × 0.68 × S ÷ (2 × sinA) 


(중략)


몸을 쭉 편 로라 = 6 × 0.68 × [S ÷ (2 × sinA)]

=6 × 0.68 × [0.13 ÷ 0.0698]

=7.6


7미터 60센티미터다.

나는 종이를 찢어내 불속에 내던졌다. - page 188 ~ 190


이런 노력과 집요하게 파고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사실


VJ : 그녀가 살해당하지 않았고 스파이나 뛰어난 과학자도 아니고 대단한 비밀 따위는 없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녀에게 중요한 특성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AM : 하지만 그거야말로 요점입니다. 그게 최상의 결과죠. 미지의 인물로 남아 있는 한 메리 아님은 귀중합니다. 그녀의 평범함, 그리고 그 평범함에 대해 그토록 많이 썼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가 흥미로운 겁니다. 유명인이라면 완전히 김이 새버리겠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이나 정치가나 팝스타라면, 특징 없는 평범한 이웃이 아니게 될 테죠. 그러면 난 큰일이고요. - page 167


정말 평범했기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존 윌리엄스 소설인 『스토너』가 떠올랐습니다.

평범이 쌓여 만들어낸 비범함...

또다시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에 젖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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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인생 - 쓰레기장에서 찾은 일기장 148권
알렉산더 마스터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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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 쌓여 만들어낸 비범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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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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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참~ 괜찮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내주는 생활 숙제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

커서는 취업 숙제, 결혼 숙제, 자식 숙제

나이 들어서는 건강 숙제

마지막엔 죽음이라는 커다란 숙제까지...

정말 우리네 인생이 '숙제'의 연속이었습니다.

숙제가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삶이 기대보다는 막막하기만 한데...


저자는 '시선의 전환'을 통해 숙제를 '축제'로 바꿔보자고 하였습니다.

이미 단어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덜어지고 기쁨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가 시선의 힘을 길러내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것들.

그 지혜를 배워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50년을

지혜롭고 명랑하게 살게 해줄

인생 안내서


"해마다 나이 드는 건 자연의 이치이지만

해마다 나아지는 건 나의 선택입니다"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30년간 각계각층의 수만 명을 상담하는 일을 해온 '이서원' 교수.

100년 인생에서 오십은 터닝 포인트라고 하였습니다.

숙제처럼 살던 인생을 내려놓고 축제처럼 살아야 하는 시기.

그러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살아야 함을.

이 힘은 육체적 힘이 아니라 '정신적 힘'으로

곤란한 일이 생길 때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지혜를 의미했습니다.


책은 세상의 모든 지혜 가운데 축제 같은 인생을 사는 데 특히 시금석이 될 지혜를 마음 다해 골라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배려가 엿보인 점이 있었으니

읽는 이에게 행운이 오기를 비는 마음으로 '러키 세븐' 일곱 개 장으로 만들었고

어느 페이지를 읽더라도 같은 효과가 나도록 본문 내용을 구성했기에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으며 공감의 미소를,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70개의 문장이 건넨 위로.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꼰대'라는 말.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_ 위키백과


왜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지혜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지혜란 '깨달음'과 '적용'을 합한 말이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현재 직면한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지혜다. 지혜의 결과로 문제가 해결된다.

...

이런 지혜는 나이를 얼마나 먹었느냐가 아니라 평소 깊이 생각하느냐 얕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물의 이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혜와 담을 쌓게 된다. 아무리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에서 의미 있는 이치를 배우지 못한다면 지혜로워질 수 없다.


흰머리는 지혜의 상징이 아니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제대로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면 나이만 먹고 경험만 쌓일 뿐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흰머리가 지혜가 되려면 자신이 경험하는 일이 알려주는 삶의 가르침을 깊이 곱씹을 줄 알아야 한다. 오십은 늘 깊이 있게 사유하는 습관을 지녀야할 나이다. 그래야 지혜롭게 나이 들 수 있다. - page 66 ~ 67

나이가 많다거나 경험이 많은 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세월과 경험을 통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인격이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

그 사람이 어른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겪어봤냐'는 유무가 아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배움의 결과 얼마나 나아졌느냐다. 이것이 어른이 되었는가 아니면 몸만 어른이고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한가를 결정한다. 마치 수많은 수술을 해봤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병을 더 잘 진단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수술 실력이 그대로인 의사를 실력 있는 의사로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숨만 쉬어도 먹는 게 아니다.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벼슬은 '어떻게 숨을 쉬었느냐'로 판가름 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아니라 나아져서 어른이다. - page 220 ~ 221

'진정한 어른'이 되어 좋은 꼰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사실 독서는 잘못하면 남이 나 대신 생각해 주는 일이 되는데...

특히 필사에 대한 저자의 말씀에...!


최근 유행하는 필사책을 자칫 잘못 활용하면 그저 남의 생각을 옮겨 적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제자가 출간한 필사책을 선물받았는데, 이 책에 적힌 글귀를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각 페이지의 제목만 보고 내 경험과 생각을 적었다. 한 권을 다 쓰니 또 다른 나의 책으로 변해 있었다.

필사의 한자어 베낄 사寫를 생각 사思로 바꾸면 筆寫가 아니라 筆思가 된다. 진정한 필사는 내 생각을 적는 것이어야 한다. 책은 내 생각을 만들고 다듬는 도구일 뿐이다. 오십을 지나는 당신에게 筆思를 권한다. - page 59


책에 읽히는 사람이 아닌, 책을 소화하는 사람이 되길...


무엇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일러주고자 한 바는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행불행을 좌우한다. 내가 가진 것을 작게 느끼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이며, 크게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오십이 넘으면 낸가 가진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크게 보면 내 것은 언제나 차고 넘치는 법이다. - page 105


사람도 일도 내가 '이 사람이 참 좋다'고 하고, '이 일이 참 좋다'고 하면 그 이유가 하나씩 붙는다. 아무짝에 가치 없는 사람도 일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 좋은 건 없는 게 인생이고 세상이다. 안 좋은 것에 가던 나의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고개를 돌려 좋은 것을 향하면 세상은 손톱만큼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내 인생은 한라산만큼 크고 아름답게 달라진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문제로 보는 내가 문제다. 모든 문제는 나의 시선으로 시작하여 나의 시선으로 돌아온다 모든 행복도 나로 시작해 나로 돌아온다. - page 262 ~ 263


덕분에 제 시선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빛나는 축제의 입장권을 건네주셨던 이서원 교수님.

감사히 잘 받아 이제부터 제 인생의 축제를 즐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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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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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렇게나 더울 수 있을까...!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한 일이고

집에선 한시도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고

'아이스'를 매일 달고 사는...

덥다는 말조차도 힘겨워지는 요즘.

무서워서 잘 보지도 읽지도 않는 '호러'에 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으로 미스터리 4관왕에 오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그가 '오컬트 미스터리'로 이번에 우리 앞에 등장하였는데..

오컬트와 논리가 치열하게 맞붙고

이해할 수 없다고 쉽게 믿어버리지 않는

무서워도 멈출 수 없다는 이 소설.

잠시 더위도 식힐 겸 괴담 추적에 나선 그들과 함께 길을 나서고자 합니다.


오컬트인가, 추리인가

현실과 괴이를 넘나드는 단서들

죽음의 진실은 '7대 불가사의' 안에 있다!


디스펠



치사해.

8월은 너무 더워서 놀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들잖아.

몸을 익히는 듯한 뜨거운 볕이 드디어 누그러지나 했더니 어느새 여름방학이 끝나버렸다. - page 7


고도마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기지마 유스케'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첫날, 반을 대표하는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해 꽃과 수조를 관리하는 생물 담당, 이동 수업 전날에 준비물을 확인해야 하는 미술 담당, 음악 담당 등 담당은 기본적으로 남학생과 여학생 한 명씩, 누구나 반드시 한 가지는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스케는 여름방학 때부터 생각해 둔 담당이 있었으니...


"다음, 게시판 담당."

"내가 할게!"


게시판 담당은 학교 안내문을 교실 뒤에 붙이거나 게시물을 꾸미는 일을 맡는데

최소 한 달에 한 번, 전지에 쓴 벽신문을 복도에 붙이는 것으로

다른 반 학생들도 보는 만큼 주목받기 쉽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작업해야 해서 특히 남학생에게 인기가 없는 담당인데...

유스케는 


나는 그것을 도시 전설이나 심령 현상을 주제로 한 오컬트 코너로 만들 작정이었다.

아침에 이야기할 때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남자든 여자든, 공부나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모두 오컬트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유령과 외계인, 저주와 음모론...... 오컬트를 부정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론을 위해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

그런 화제를 벽신문으로 다룬다면? 오늘 아침처럼 한순간에 잊히는 수다와는 달리 오래도록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분ㄴ명 내 특기를 더 멋지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 page 15


이런 포부로 게시판 담당을 했는데...

어?!


"그럼 나도 게시판 담당에 지원할게. 괜찮지?"


다들 2학기에도 회장을 맡으리라 예상했던 타고난 모범생 '하타노 사쓰키'가 지원을 한 것입니다.


큰일이다. 하타노는 내일 당장이라도 벽신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려 들 것이다. 오컬트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미지의 존재에 관한 진지한 탐구라고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age 19


역시나 다음 날 방과 후,

하타노는 벽신문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또 한 명이 더해졌는데...

개학식 날 제사 때문에 학교를 쉬어 담당 정하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직은 존재감이 희미한 전학생 '하타 미나'까지.

그런데 하타노가 뜻밖의 제안을 하는 겁니다.


"심령 스폿 말고는 관심 없어? 괴담이라든가."

히타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괴담 동영상도 자주 봐. 요즘은 괴담 붐이라 괴담을 무섭게 들려주는 '괴담사'라는 직업까지 생겼대. 심령 스폿에는 괴담이 항상 따라붙는 법이니까."

"그럼." 망설임을 떨치듯 하타노가 숨을 들이마셨다. "7대 불가사의는 알아?" - page 22


'오쿠사토 정의 7대 불가사의'

갓난아기가 죽은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S터널의 동승자>

폐허에 담력 테스트를 하러 간 친구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영원한 생명 연구소>

해 질 녘 미사사 고개의 지장보살을 보면 안 된다는 <미사사 고개의 목이 달린 지장 보살>

자살 명소로 불리는 전화부스에서 애통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자살 댐의 아이>

장례식에서 마주친 존재가 죽음을 부른다는 <산할머니 마을>

돌림병이 퍼진 마을에는 반드시 있다는 <우물이 있는 집>

그리고... 

일곱 번째를 알면 죽는다...!


이들은 학급 신문을 핑계로 7대 불가사의를 추적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목적은 달랐는데...

유스케는 괴담 추적이라는 장기를 뽐내고 싶었고

사쓰키는 미제사건으로 남은 사촌 언니 마리코의 죽음에 답을 얻고자 하며

미나는 두 사람의 설전을 한발 물러서 판정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산속 터널과 폐허가 된 종교시설, 댐과 우물 등 마리코가 생전에 남긴 파일 속 장소들을 조사하며 오컬트와 현실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나란히 세우고 서로의 빈틈을 집요하게 논박합니다.

그렇게 가설에 가설이 쌓이고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며 1년 전 마리코의 죽음이 현재를 물들이게 됩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일곱 번째 불가사의를 알면 죽는다"는 경고의 실체...!


"하타노 마리코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만약 주인공들이 어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재미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었기에 이런 시점으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세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기에 

또 괴담을 괴담으로 끝내지 않고 한 가지 사건과 연관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추구했던

'오컬트 미스터리'

가 균형을 잡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무서운 걸 싫어하는 저도 오히려 몰입하면서 읽었으니...!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건 비밀!)


우리가 괴담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는 건...

아마도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아니 가끔은 실화이기에 더 몰입하며 찾아 읽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 가지쯤은 알고 있는 괴담...

그건 괴담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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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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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기 초에는 적응하는데 힘겨워하곤 하였습니다.

유치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친구 사귀기가...

지금은 두루두루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지만...!

하지만 아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뭔가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쭈뼛쭈뼛하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에게 같이 읽어보자고 말했습니다.

'공통점'을 찾으며 아이도 제 마음도 쑥쑥 키워보겠습니다.

"찾았다, 너와 나의 공통점!"

다른 점이 많아서 멀게만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나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 보세요.

너와 나의 공통점

우리의 주인공이 먼저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수박이고,

잘 못 먹는 음식은 생선찜이랑 마늘장아찌이고

산보다는 바다가

겨울보다는 여름이

이것저것 좋아하는 게 많지만

어딘가에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든다는 현서

아직 한마디도 해 본 적 없는 친구부터

무섭기만 하던 치과 의사 선생님,

화면 속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가수,

지구 반대편에 사는 다른 나라 아이까지

가족과 친구, 이웃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찾는 데에서 나아가

다양한 직업인이나 동식물처럼 쉽게 닮은 점이 떠오르지 않는 대상에게도 '공통점 찾기'를 하면서

상대와 유대감을 나누며

자신의 세계를 더 넓고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저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점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작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어쩌면 단점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반드시 '강점'이나 '장점'만이 공통점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나 실수로부터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려주며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키우고

타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혐오로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의 사회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보다 우리 어른들부터 고쳐야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울컥! 했었는데...

대왕고래를 보고는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랐다는데...

증조할아버지는 대왕고래로 다시 태어나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중일 거야.

왠지 앞으로 대왕고래를 마주하게 된다면 '자상한' 이미지로 친근히 남을 것 같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 중 저와도 공통점이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반려견 조이'와 '사촌 형 진호'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밖에 나오면 들어가고 싶고

이렇게 저는 책 속의 인물과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고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었던 이들과의 공통점을 소개하자면...

층간 소음을 일으키던 '윗집 꼬마 민호'를 미워했지만 그 아이의 글씨체가 자신의 어린 시절 글씨체와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민호의 글씨를 보고 나니까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지 민호가 친근하게 느껴졌어. 이제 위층에서 발소리가 쿵쿵 들리면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봐.' 하고 웃어넘길래.

이런 이해와 배려를.

주민들에게 친절하고 깍듯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엄하고 진지한 '아파트 관리 소장님'처럼

소장님과 나는 인사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등굣길에 소장님과 마주치면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눠. 소장님은 나에게 자주 말을 걸어. "머리 잘랐네? 시원해 보인다." "학교 소풍 가니? 좋은 추억 만들고 오려무나."

소장님과 대화하면 마음이 환해져. 이런 따뜻한 감정을 소장님에게도 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평범한 인사말보다 더 따뜻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말을 건네야겠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가 필요함을,

이제부터라도 실천해 보고자 합니다.

쫑알 쫑알~

열심히 공통점을 찾아 나섰던 김현서.

이제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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