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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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1일 1페이지' 알아가는 재미를 좋아합니다.

부담 없이 읽다 보면 어느새 상식이 쌓이는!

그리고 꾸준함까지 얻을 수 있다는!

그래서 책장에도 눈에 띄는 곳에 '1일 1페이지' 교양서적들이 존재하곤 합니다.

이번에

인류의 역사에 아직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관심은 있는데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을 찾지 못한 사람을 위해

하루하루 벌어졌던 중대하고 가끔은 소소한 오늘의 세계사를 한 권으로 엮은 책

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6000년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 음모, 암살 그리고 역사적 발견

365일 놀라운 세계사의 순간들

하루에 하나씩 알아가는 세계사의 비밀

날마다 1분의 역사로 하루가 특별해진다

쓸모 있는 세계사 365



이 책이 신선한 건 역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 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마오쩌둥을 대신해 망고가 숭배를 받았던 이야기,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주게 된 과정 등

들어보긴 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사건들의 뒷이야기

만우절 농담처럼 유쾌한 역사부터 피임약 발명과 같은 혁신적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와 스펙트럼으로 역사의 다채로운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굵직한 사건들만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번을 계기로

다양한 역사적 순간들이 있었구나!

이런 일들이 쌓여 지금 이 순간이 이루어졌구나!

하는 놀라움과 이미 잘 알려진 역사를 드디어 알게 되는 스릴이,

언젠가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기록될까...

란 기대감으로 재미와 상식 두 마리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눈길이 가는 건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건들이었습니다.

7월 27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산물로, 한반도를 무대로 강대국 간의 '뜨거운' 대리전으로 발생했던 '한국전쟁'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한을 침공을 시작으로 2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던,

1953년 7월 27일 대한민국과 북한이 휴전 협정을 체결해 전쟁을 중단하고 오늘날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여전히 가슴 아픈 역사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의 한국전쟁(1950~1953) 당시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코믹하게 표현한 작품이 있었으니

1983년 2월 28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 시리즈 <M.A.S.H>

CBS에서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방영된 TV 코미디물로 14개의 에미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251화 <안녕, 작별 그리고 아멘>은 픽션물 중 여전히 가장 많이 본 에피소드로 남아 있다고 하니...

이 사실이 웃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5월 18일

1980년 유난히 푸르렀던 광주를 뒤흔든 사건인 민주화 운동

신군부의 폭정과 독재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

이를 제압하기 위해 민간인에게 실탄을 발사한 군인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향한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

또다시 울려 퍼지는 요즘...

가슴속 촛불이 뜨겁게 타오릅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반복하는 것이다.

-볼테르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에도 교훈과 통찰을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이기에

특히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읽고 나서 뒤따라온 묵직함...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의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저도 또다시 역사에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참고로

1월 13일 오늘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오늘의 역사를 남기며 저도 오늘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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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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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동화에서 만났던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을?!

알고 보니 이 책은 전직 부장판사이자 현직 변호사로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의 2013년 작품이 10년 만에 새로운 표지와 본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어려운 법을 쉽게 이야기한다는데...

너무 멀리, 높은 곳에 있는 듯한 판사님들의 결정은 과연 어떤 법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는지 저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처벌받아 마땅한 그 사람은 왜 '무죄'가 나왔을까?"

봉이 김선달부터 O.J.심슨에 이르기까지

저승 법정으로 간 인물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반전의 법정 드라마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어떤 행동은 무슨 죄가 된다는 식으로 결론만을 알려 주는 법률 정보는 많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레고를 선물 받는 거나 마찬가지로 이런 지식은 거의 값어치가 없습니다. 법의 세계에서는 벽돌 하나만 빠져도 집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법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논리를 구사할 수 있고 신문 기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age 7

모르면 평생 답답할 법의 핵심 원리.

그리하여 책에는

피고인의 변론을 맡은 '소크라테스 변호사'

피고인을 무작정 처벌하려는 '욱 검사'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는 '염라대왕 판사'

간의 공방을 통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법의 원칙을 22가지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동화 또는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떻게 무죄 또는 유죄가 되는지 읽다 보면 어느새 법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이 책.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시대에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법을 설명하기에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필히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지 않은 행인들은 법이 일상생활의 도덕적인 사안에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법은 도덕의 최소한-는 원리에 따라 무죄,

피리 부는 사나이는 '피리 소리'라는 원인과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결과 사이에 충분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으므로 유괴범이 될 수 없고,

친구 고갱을 면도칼로 겁박한 고흐는 정신 장애를 앓고 있던 '심신상실자'가 명백하기에 협박죄를 물을 수 없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아궁이로 유인해 빠뜨린 건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소지가 명백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기에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등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법의 개념들이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함께 친절하게 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살펴보면

검투사 막시무스의 경우에는 '기대가능성'이라는 원칙이 적용되는데

소크라테스 기준은 '보통 사람의 상식'입니다. '보통 사람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라면 올바른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되면 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더 쉽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했을 거야'라고 인정되면 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럼 인수분해를 하듯 법률 용어를 풀고 풀어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이야기함으로써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소크라테스 검투사 막시무스의 살인은, '강요된 행위'였습니다. 명령을 거부하고 싸우지 않을 '기대가능성'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 막시무스는 무죄입니다.

판결까지!

참으로 명쾌했었습니다.

특히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재판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는 점이었습니다.


 






재판의 결론이 옳으냐 그르냐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재판의 절차가 올바르다면 사람들은 재판의 결과가 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래도 공정하고 바른 절차에 따랐으니 후회는 없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기에 절차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올바른 결정을 좇다 보면 사회질서가 흔들리고, 반면에 사회질서만을 좇다 보면 올바른 결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법'이...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책을 덮고 난 뒤 되돌아본 우리네 세상이 참 씁쓸하기만 하였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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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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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막을 걸으며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빛과 얼음의 땅 『북극을 꿈꾸다』로

세계적인 산문집 작가인

'배리 로페즈'

저도 그의 『북극을 꿈꾸다』를 읽으며 북극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읽는 내내 그곳에 있는 듯한, 그만큼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문장들에 흠뻑 빠져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 역시도 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두께감을 보니...

그럼에도 끌립니다.

사라진 것들을 불러들이는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역작.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북극에서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들로 떠났던 '여행하는 인간'

배리 로페즈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

호라이즌



평생 이런저런 결심에 이끌려 다닌 나의 인생은 이따금 느끼는 황홀과 이따금 느끼는 슬픔으로 이루어진 삶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사람의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겠지만, 그래도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머나먼 장소들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 그리고 그 갈망에 부응하여 그토록 큰 결단력으로 행동한 것이 나에게, 그리고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여한 의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거의 의도치 않게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방랑자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 page 34 ~ 35

파울웨더곶에서 시작된 여행은 캐나다 스크랠링링 섬, 동부 적도 아프리카의 자칼 캘프, 남극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경험한 이야기와 사유가 담겨있었습니다.

진화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끝없는 수정, 이유도 목적도 없는 변화다. 21세기에 인종적 순수성을 보호한다는 관념 혹은 생물학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다시 말해 새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침입자' 또는 '외래'의 것으로, 축출해야 할 것으로 분류하여 애초에 유입을 허용하지 않는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념은 지탱될 수 없다. 명백한 윤리적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이런 주장은 시간의 흐름을 부인한다. 풍경이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은 비유적 의미만 지닐 뿐 실제로 풍경은 시간을 초월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전례 없는 문화 교류의 시대, 들어가고 나가는 이주의 시대다. 인종과 문화에 대해 수구적 적의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전쟁 외에 다른 미래는 없다. 그리고 모든 풍경은, 천천히 쌓여가는 변화든 무시무시한 속도의 변화든 언제나 다른 풍경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 page 675

경이와 감사...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광활하고 아름다웠던 수평선.

저 너머의 자연이, 그리고...

어떤 관점으로 보든, 우리가 더욱더 개발해 이익을 뽑아내겠다고 껍질을 벗기고, 채굴하고, 산업적으로 경작하고, 굴착하고, 오염시키고, 빨아내고, 끊임없이 조작하는 지구, 목 졸린 지구가 지금 우리의 집이다. 우리는 그 상처를 알고 있다. 심지어 그 상처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중 다수는 묻는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하고. - page 120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일러주었던 로페즈의 메시지는 강한 울림과 빛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갈라파고스 제도'.

거기서도 무너진 화산의 가장자리 잔해이자 크기가 산타크루스섬의 50분의 1도 안 되는 '헤노베사섬'에서 '자연'의 모습은...

바람에 휩쓸려 간 새들의 해골은 나뭇가지 위에 불길한 징조처럼 걸려 있다. 생선을 너무 많이 먹어 멍해진 푸른얼굴얼가니새 새끼들은 아직 똑바로 설 수 있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나무 밑 바위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얼가니새의 둥지 안에서는 더 큰 새끼를 죽인다. - page 391

자연의 법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

배부른 새끼 새들의 생명력 넘치는 삐악삐악 소리와 삶이 끝나가는 새들의 꺽꺽 소리가 공존하는 이곳 헤노베사섬에서 그 텍스트는 무엇일까? - page 392

광범위한 죽음은 생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살아 있는 생물들의 원기 왕성함은 죽음의 횡포를 축소한

자연의 '약육강식'에 대해 우리의 모습도 빗대어 생각하게 했습니다.

앞서 그는 말했습니다.

누구든 이러한 무시무시한 지평선을 마주한다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쪽을 선택할 수도, 대신 아름다움에 탐닉하기로 마음먹거나 전자 기기에 주의를 빼앗긴 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자아의 요새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고립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자신과 그 혼란스러운 세상 사이의 간극 속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해 거기서 그 광활함과 복잡함과 그 세상이 지닌 가능성들에 압도되어 휘청거릴 수도 있으며, 죽음의 필연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잔인함의 강도를 줄이고 삶의 모든 측면에 정의가 닿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 page 89

수백 페이지로 우리를 인도하며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던 이 책.

눈앞에 수평선이 펼쳐지면서 저도 그 너머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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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수집가들
피에르 르탕 지음,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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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그리며 화려하게 데뷔해 「보그」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르몽드」를 비롯해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등 유명 패션 하우스와 협업하고

영화와 무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20세기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피에르 르탕'

사실 그에 대해선 이번에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수집가'라는 점에서였습니다.

수집한 물품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어떤 수집들을 하는지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구경하고자 합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파리, 뉴욕, 런던, 도쿄... 세계가 사랑한 예술가 피에르 르탕의

취향과 소유에 대한 아름다운 사색

파리의 수집가들



평생 흥미로운 것들을 보고, 찾고, 욕망하고, 획득하는 수집가로 살았던 '피에르 르탕'

이 책은 그토록 아름답고 고집스러웠던 '수집하는 마음'을 기록한 유일한 회고록이자, 르탕이 직접 그리고 쓴 마지막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자신을 사로잡았던 몇몇 컬렉션과 그 소유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는 이 책을 통해 '컬렉션'이란

"매료되었으나 경험할 수는 없었던 시대와 나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연결고리"

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파리에 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쉔케르앙게러 부부가 주최하는 음악 파티에 데려가는데 이 노부부 중 그녀는 브리오니 왕녀였습니다.

한번은 아버지가 이 왕녀의 집에 모자를 두고 왔다며 찾아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또다시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벽을 뒤덮고 있는 큼지막한 밝은색의 얼룩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더는 수입이 없어서 자신과 남편이 가지고 있던 그림들을 한두 점씩 팔다 보니 벽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브리오니 왕녀로부터 지금은 사라진 컬렉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열망해서 얻은 것들은 결국 우리의 손을 떠나버린다는 것을. - page 20

그렇게 이야기는 애장품의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파산한 귀족을 비롯해 전 루브르 박물관장인 피에르 로젠베르그, 영화와 패션계의 거장, 샤넬의 가장 인기 있는 향수를 만든 조향사, 카를 라거펠트와 십 년 넘게 일한 샤넬의 디자이너, 유랑하는 댄디, 집착에 가까운 수집벽의 괴짜 등 이들의 기묘하고도 은밀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구겨진 종이를 수집하던 '페드로 뒤트벨트'.

그는 '빛과 그림자'가 자신을 사로잡았다는 말만 했을 뿐 왜 구겨진 종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데...

후에 페드로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조카들은 아름다운 집을 물려받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수집한 모든 종이를 남작하게 만들어 신발 상자 하나에 다 담아버리려는 나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컬렉션의 슬픈 결말이었다. 그 이미지들이 가수 장 리고의 과장된 너털웃음과 함께 가끔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 page 52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했었는데...

책도 계속해서 쌓여갔지만, 나는 책을 컬렉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있어 책은 컴퓨터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지식의 저장고일 뿐이다. - page 103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주변에서 책 수집 좀 그만하라고 했었는데 명분이 생겼습니다.

책은 컬렉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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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수집가들
피에르 르탕 지음,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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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도 아름다웠던 수집가들의 이야기. 뭉클함이 짙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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