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수집가들
피에르 르탕 지음,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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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그리며 화려하게 데뷔해 「보그」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르몽드」를 비롯해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등 유명 패션 하우스와 협업하고

영화와 무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20세기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피에르 르탕'

사실 그에 대해선 이번에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수집가'라는 점에서였습니다.

수집한 물품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어떤 수집들을 하는지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구경하고자 합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파리, 뉴욕, 런던, 도쿄... 세계가 사랑한 예술가 피에르 르탕의

취향과 소유에 대한 아름다운 사색

파리의 수집가들



평생 흥미로운 것들을 보고, 찾고, 욕망하고, 획득하는 수집가로 살았던 '피에르 르탕'

이 책은 그토록 아름답고 고집스러웠던 '수집하는 마음'을 기록한 유일한 회고록이자, 르탕이 직접 그리고 쓴 마지막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자신을 사로잡았던 몇몇 컬렉션과 그 소유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는 이 책을 통해 '컬렉션'이란

"매료되었으나 경험할 수는 없었던 시대와 나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연결고리"

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파리에 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쉔케르앙게러 부부가 주최하는 음악 파티에 데려가는데 이 노부부 중 그녀는 브리오니 왕녀였습니다.

한번은 아버지가 이 왕녀의 집에 모자를 두고 왔다며 찾아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또다시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벽을 뒤덮고 있는 큼지막한 밝은색의 얼룩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더는 수입이 없어서 자신과 남편이 가지고 있던 그림들을 한두 점씩 팔다 보니 벽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브리오니 왕녀로부터 지금은 사라진 컬렉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열망해서 얻은 것들은 결국 우리의 손을 떠나버린다는 것을. - page 20

그렇게 이야기는 애장품의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파산한 귀족을 비롯해 전 루브르 박물관장인 피에르 로젠베르그, 영화와 패션계의 거장, 샤넬의 가장 인기 있는 향수를 만든 조향사, 카를 라거펠트와 십 년 넘게 일한 샤넬의 디자이너, 유랑하는 댄디, 집착에 가까운 수집벽의 괴짜 등 이들의 기묘하고도 은밀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구겨진 종이를 수집하던 '페드로 뒤트벨트'.

그는 '빛과 그림자'가 자신을 사로잡았다는 말만 했을 뿐 왜 구겨진 종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데...

후에 페드로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조카들은 아름다운 집을 물려받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수집한 모든 종이를 남작하게 만들어 신발 상자 하나에 다 담아버리려는 나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컬렉션의 슬픈 결말이었다. 그 이미지들이 가수 장 리고의 과장된 너털웃음과 함께 가끔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 page 52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했었는데...

책도 계속해서 쌓여갔지만, 나는 책을 컬렉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있어 책은 컴퓨터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지식의 저장고일 뿐이다. - page 103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주변에서 책 수집 좀 그만하라고 했었는데 명분이 생겼습니다.

책은 컬렉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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