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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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생물학자로서 책과 강연, 칼럼 등을 통해 환경·생태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현안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화두를 끊임없이 제시해 온 '최재천' 교수.

개인적으로도 그의 책을 찾아 읽곤 합니다.

최근에 『최재천의 서재』를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에 관심이 생겨 장바구니에 담아두곤 하였는데...

그러다 이 책을 보자마자 여느 책보다 그의 이야기가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고!

마침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해 주실 최재천 교수님!

저도 지금부터 그 희망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의 희망 수업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통섭, 공부, 독서, 글쓰기, 소통, 진로, 생태적 삶 등 다양한 삶의 주제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You never know until you try.)

지레짐작하여 포기하지 말라고

절실하게 꿈을 찾아 방황하고 부딪쳐 보라고

우리에게 한 발짝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모든 주제마다 지금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 주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바쁘게만 돌아가는 현실 속에 책을 읽으면서 잠시 숨을 돌렸고 지금의 내 위치를 확인하게 되었고 문제를 인식하며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개인적으로도 '공부'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러다 마주하게 된 3장.



그가 『최재천의 공부』에서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인간 사회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이기에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주었었는데 이번엔 우리에게

백세 시대가 되었잖아요. 30대도 대학 가야 하고, 40대도 대학 가야 하고, 70대도 대학 또 가야 합니다. 죽으려면 몇십 년 남았는데, 일찌감치 뒷방 늙은이가 될 수는 없잖아요. 또 배워서 새로운 직장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 세상이 왔으니까 교육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이런 상상도 해 봅니다. 북한식 용어로 '전 국민의 강군화'라는 말이 있는데, '전 국민의 박사화'는 어떨까요? 전 국민이 다 박사가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여러 번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 남은 여러분의 옵션은 책을 읽는 겁니다. - page 99 ~ 100

그리하여 자연스레 다음 장에서는 '책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럼 책 읽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책 읽는 게 취미라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 없겠지요.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에 안 남는 경우도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기왕에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읽고 세 권째 읽을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새로운 분야의 두툼한 책을 끼고 몇 번 씨름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잘 모르는 또 다른 분야의 책을 붙들어도 읽힙니다. - page 117



아...

올해엔 모르는 분야의 책과 씨름한 번 해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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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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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기웃거리다...

이 책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예술'이란 단어 때문일 수도 있고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선정되었다는 말에 믿고 읽을 수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품을 훔친, 기묘한 한 남자의 실화

실화라 더 기대되는 이 작품.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예술 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예술과 미스터리, 그리고 복잡한 인간 심리를

사랑하는 이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강렬한 읽기의 체험

예술 도둑



1997년 2월, 벨기에 앤트워프.

어느 분주한 일요일 점심, 도둑질하기 좋은 시간.

두 사람이 관광객 무리에 섞여 조각품과 유화를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스물두 살의 귀여운 연인,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이들이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훔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여느 도둑이라도 박물관 절도는 평생에 한 번이면 족할 테지만 도무지 만족하지 않았던 이 남자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 훔쳤고, 금전적 가치로는 2조 원에 달할 것이라 하니 그야말로 '희대의 도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의 범죄 행각은 대담했었는데...

따로 변장을 하지 않았고 몰래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낮에 들어가 도구는 단 하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찰나의 순간에 유유히 작품을 들고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파트너인 앤 캐서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 그녀가 없을 때도 그는 마음이 동했을 때면 물건을 가지고 갔었으니 가히 강심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브라이트비저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힌다. - page 26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위를 범죄라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스로 선견지명이 있다고 믿으며 사물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불법이든 아니든 원하는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논리다. 슈미트에 따르면 그는 예의나 배려, 법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없다. 브라이트비저는 개인 소장품은 훔친 적이 없는 데다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는 이유를 들며 자신의 행동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 page 98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때문에,

자신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기에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어

자신의 방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는 그의 말이...

참......

피식 웃음이 났었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그는 잡혔지만... 응?!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주변 사람들...

그렇게 그의 도둑 행보는 끝이 나는 듯?!

아무튼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던 그.

미학을 논했던 예술품 도둑.

"예술은 영혼의 식량"

이라지만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과해 탐욕이 되었던 그.

그를 보며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예술에 대한 소유 욕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집착과 강박...

그 경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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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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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년에 작성되었지만

마키아벨리 생전에 출간되지 않았고

사후 5년 후 친구인 안토니오 블라도에 의해 로마에서 초판이 발간되었던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정치학과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여겨지는 이 책.

익히 명성으로 언젠가 읽어봐야지...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그리 끌리지는 않았던...)

미루다 이번엔 무슨 결심이 들었던 걸까?!

아니, '인생공부'라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마냥 어렵게만 여겨졌었는데 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한...!

이제라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키아벨리의 통찰의 지혜를 저도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책!

하버드, 옥스퍼드, MIT 대학 필독서!

미국 외교 정책의 근간이 된 책!

상대의 머리 꼭대기에 서는 42가지 방법!

군주론 인생공부



교황청이 금서로 지정한 '악마의 책'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애독한 '독재자의 교본'

그야말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 책을, 그럼에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우리의 사회에서도 뛰어난 리더가 출현해 난세를 극복하기를,

개개인이 시대에 휩쓸리거나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기를,

마키아벨리의 지혜를 빌려 나아가고자 함이었습니다.

책은 원문에서 42개의 명제를 엄선하여

각 장마다는 해당 장이 쓰여진 시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대 사례를 제시하여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몇 가지 명제를 들어보자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국가와 권력의 흥망성쇠를 덕과 안일함의 순환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강력한 지도자나 국민의 덕이 강한 국가를 만들면, 그로 인해 평온과 번영이 생깁니다.

지도자와 국민이 고난 속에서 단련한 강한 의지와 지혜를 뜻하며, 국가가 성장하고 안정되는 기반이 됩니다.

초기의 덕이 초래한 번영이 새로운 세대에게 단순한 '당연함'으로 인식되고, 이로 인해 안일함과 부주의가 증가하고, 부유함에 기댄 방종과 사치가 생겨나면서 부패와 무질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패가 국가의 쇠퇴와 파멸을 초래하고 파멸의 과정에서 강력한 새로운 지도자 또는 지도 세력이 등장하며 이들이 예전의 덕을 회복하며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세워나가, 국가를 다시 번영으로 이끕니다.

이 새로운 질서와 덕의 회복이 이루어지면, 국가는 다시 영광과 번영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러한 순환 과정을 통해 국가와 권력의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번 명제에서 마키아벨리가 전하고자 한 말은

평온한 시기가 오더라도, 군주는 안일함에 빠지지 말고 항상 위기에 대비해야 하며, 질서가 무너질 때도 덕을 발휘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러한 순환의 법칙을 통해 지금의 우리 사회도 다시금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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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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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독서'라는 게...

저도 처음 시작할 때, 아니 지금도 '막막함'을 느끼곤 합니다.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

부터 시작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

도통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을 만날 때면 내가 잘못된 건지...

등등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왠지 내 얘기를 해주지 않을까...?!란 마음과 함께 바로 집어 들었던 이 책.

저자가 건네는 '독서'란 어떤 의미일지도 알아보겠습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펼쳐진 페이지 앞에서 오래 머문 기록들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막막한 독서



15년간 '막막한 독서'라는 독서 모임을 이끌어오며, 300여 권의 책을 다뤘고 1000회가 넘는 모임을 가졌던 독서모임진행자

'시로군(이시욱)'

그는 오래 독서 모임을 진행해오면서 자연히 '책을 읽는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 이 책 읽었어"

는 무슨 뜻일까...?

모든 페이지의 모든 글자를 다 읽었다는 뜻일까?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뜻일까?

모든 페이지를 다 읽긴 했지만 내용을 잘 이해 못했다면 그 책은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완벽하게 이해한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어려운 철학서 한 권을 완독하고 내용도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역들로 가득한 책인 경우는 어떨까?

책의 줄거리와 핵심을 요약할 수도 있고 이야기로 들려줄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책의 일부분만 읽은 경우는 어떤가?

......

그래서 그는

"책은 꼭 읽어야 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책 읽기는 필요할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있고 다양한 독자가 있다. 읽기의 방식도 모두 다르다.

『말테의 수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는데...

책은 펼쳐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읽지 못해도 좋다. 문학 읽기는 매일 정해진 진도를 나가야 하는 학교 수업이 아니니까. 일단은 그게 내가 『말테의 수기』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하지만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서 펼쳐두지조차 않으면 곤란하다. 가능한 한 자주 책을 펼쳐두도록 하자. 전혀 읽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덮게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책을 펼치고 덮는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책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읽는 일은 바로 그러한 반복, 일견 무익해 보이는 반복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질테니 말이다. - page 12

그렇게 릴케, 버지니아 울프, 나쓰메 소세키를 포함해 스물 한편의 소설을 통해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접할 때면...

저에겐 쉽지 않았었습니다.

시대와 장소가 다르고 이슈와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때론 명문장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하기에...

남들과 다른, 아니 자꾸만 뒤처지는 듯해 책을 읽더라도 배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책은 명문장이 아닌 '장면'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끌리는 장면으로부터

'나는 왜 이 장면에 끌렸을까?'

하며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맛보게 되는 독서의 재미.

(책 속엔 영화화된 작품은 그 장면을 엿볼 수 있게 QR코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아니 보았다고 해야 할까...!) 고전 읽기의 새롭고도 그럼에도 조금은 갸우뚱하기도 하고...!

아무튼 책 속에 나온 고전을 읽게 된다면 그가 이야기했던 부분에 더 눈길이 가며 나만의 장면을 찾기 위해 끝까지 읽어 내려갈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 그는 '여성의 책 읽기'와 '여성의 노동'이란 키워드로 해석하였습니다.

제인 에어의 책 읽기는 여성의 언어를,

노동은 태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읽으면 로맨스 소설로 읽혀온 이 작품이 한층 흥미롭게 읽힌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이 제인의 자기 존중이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더 외로울수록, 친구가 없으면 없을수록, 의지할 데가 없을수록 나는 더욱더 나 자신을 존중할 거야.

- 『제인 에어』 27장

로체스터와 그가 제안한 사랑의 약속(청혼), 정든 손필드(로체스터의 저택), 가정교사 자리 등 모든 것을 버리고 황야로 떠남이야말로 당시 독신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보면 이것은 단순한 반항심을 넘어선 자기 인식이고 자기주장, '나를 소중히 여기는 건 나'라는 점이었습니다.

다시금 『제인 에어』를 만나면 보다 당찬 여인으로 마주할 것 같습니다.

'고전'또는 '걸작' 읽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 그 책들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삶, 더 발전된 삶, 더 깨인 삶, 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하지만...

문학 읽기가 우리에게 그런 것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아닙니다.

그럼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저 어떤 페이지를 펼쳐놓고 지금까지의 삶을 멍하니 생각해 보는 것, 무거운 철학책에 누군가 휘갈겨 놓은 낙서를 보며 현재 나(우리)의 위치와 모습을 두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것, 낯선 외국 작가의 쉽게 소화가 안 되는 난해한 문장들을 읽으며 답답함을 느끼는 것.(그 답답함 속에서 낯선,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 누구나가 깊게 고민했을 주제인 죽음에 대해 잠깐이나마 절실하게 생각해 보는 것.) 이런 것들이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경험들일 것이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을 것을 느끼게 한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딴생각에 빠지게 한다. - page 379

책은 우리에게 딴짓과 딴생각을 할 시간을,

그걸 할 심적 여유를

마음의 빈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독서 경험'이었고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였습니다.

저도 오늘은 잠시 딴짓을, 딴생각을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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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김문주 옮김, 박재연 감수 / Pensel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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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이미 미술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았었습니다.

『예술가의 여정』

예술과 여행이 만나는 순간!

이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었는데...

이번엔 문학과 여행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의 발자취...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좇다

작가의 여정

그 길이 어디였는지

그 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러한 '여행'을 통해 작가들이 발견한 새로운 문화, 사람, 풍경은 작품의 영감을 제공하게 되고

눈부시게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책은 안데르센, 괴테,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허먼 멜빌, 생텍쥐페리 등 위대한 작가 35인의 여행 경험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생, 작품 세계의 배경이 된 생생한 여행 이야기와 여행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여행 경로를 표시한 지도, 해당 장소의 사진과 다양한 시각자료, 해당 작가의 일기나 작품 속 인용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영감을 얻으며 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책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첫 여정을 동행하게 된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책벌레 구두장이와 문맹에 가까운 세탁부 간의 길지 않은 결혼생활 중 혼외자로 태어나 평생 동안 아웃사이더로 취급당했던 안데르센.

요한 볼프강 혼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당시 인기 소설이었던 제르멘 드 스탈의 《코린나 이탈리아 이야기》를 읽은 이후부터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그의 첫 장편 소설인 《즉흥시인》을 쓰기 시작한 장소가 로마였고

소설 속 주인공 안토니오가 카프리 섬에 있는 그로타 아주라 혹은 '푸른 그로타'를 다시 방문하면서 소설을 끝맺는데

이제 이곳은 덴마크인과 스칸디나비아인들에게 거의 문학적 순례 여행의 성지가 됩니다.

"모든 것이 푸른 하늘처럼 어슴푸레 빛나고" 물은 "마치 타오르는 푸른 불 같다."고 묘사한 동화 세상.

《즉흥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던 덴마크인 안데르센.

하지만 그를 불멸의 작가로 만들어준 것은 동화들이었으니...

뭐...

그렇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800년 아버지의 예기치 않은 은퇴 이후 10여 년간 부모님, 언니와 함께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며

지역들과 풍광의 일부를 그녀의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는데...

1805년 늦여름과 초가을로, '워딩'이라는 서식스 주의 지방도시에 머물게 됩니다.

사실 17세기 후반 돌팔이 의사들이 통풍을 치료할 때 바닷물이 최고라고 떠벌리자, 부유한 환자들이 요크셔 주의 스카보로나 켄트의 마게이트처럼 특색 없는 어촌마을을 찾기 시작했고 '미치광이' 조지 3세도 몹시 민감한 신경 때문에 고통받았으며 짧은 생애 내내 병약했던 그의 막내딸 아멜리아 공주가 '무릎결핵' 진단을 받아 시끌벅적해진 브라이튼 대신 한적한 워딩으로 요양 오게 됩니다.

7년 후 오스틴이 방문했을 때 워딩에서는 투기용 건축 붐이 일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휴양지로서는 발전하지 못했고 훗날 해안도로가 될 곳에는 고작 일곱 채의 건물이 드문드문 세워지게 되는데...

이 도시가 배수로를 개선하기 전까지 늪지와 안개, 탁한 공기와 지독한 해초 비린내로 악명 높았고, 워딩의 북쪽 끝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큰 길이 19세기에 베이퍼스 레인(Vapours는 '유독가스'란 의미다)으로 불렸다고 하니 이점을 오스틴이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샌디턴》이란 작품 속에 바닷가 광풍을 콕 집어 풍자했다고 합니다.

유작이라 더 미련이 남는...

우리가 아는 한 오스틴은 그 이후 다시는 워딩을 방문하지 않았다. 미완의 유고이기는 하나 《샌디턴》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소설가가 결코 워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리라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세련된 해학은 애정에서 나오는 법이며,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 1805년 방문했던 더 순수하고 한적했던 온천 도시를 애도하며 소설을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에게 몹시 익숙했던 그 휴양지는 1817년 무렵이면 이미 이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상태였다. - page 25



이번 책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할렘 르네상스의 일원이자 호평받는 소설가이자 선구적인 민속학자 '조라 닐 허스틴'

1936년 3월 16일, 작가는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서인도제도 니그로 인종들의 주술행위 연구'를 위해 보조금을 받고 16개월 가까이 미국을 떠나 자메이카와 아이티에서 거의 1년을 보낸 후 아이티로 돌아와 1937년 3월부터 9월까지 넉 달을 더 머물며 섬의 부두교 풍습에 몰두했습니다.

사제와 수완가들, 광신도들의 행위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이 인정사정없이 남겨두고 온 사랑을 새삼 떠올리게 되면서

기진맥진하면서도 여전히 싱숭생숭한 마음을 품고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허스틴은 1937년 3월 초 아이티를 떠나 미국으로 갔고, 뉴욕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출판업자가 새 소설을 극찬하며 그해 가을께 출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똑같은 출판사를 통해 카리브 해를 누빈 여행을 다룬 책(그 후 1938년 《나의 말에게 전해줘》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을 내기로 계약했지만 우선 아이티로 돌아가 연구를 끝내고 싶었다. 여권 문제로 두 번째 방문은 두 달간 미뤄졌으나, 아이티로 돌아간 후에는 부두교와 좀비에 대해 새로이 파고들었다. 이 연구들을 마친 허스틴은 귀국을 위해 배에 올랐고, 9월 말 뉴욕에 도착하니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일부 남성 비평가들의 무시와 우월감 섞인 비평을 넘어서, 이 소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페미니즘 문학 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 page 135

무엇보다 흑인이자 여성이기에 사회적 간섭과 억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갔던 조라 닐 허스틴.

이런 작품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미 미국 흑인 문학과 여성 문학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여러 대학에서 교양 필독서로 읽힌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을 계기로 읽어봐야겠습니다!)



문학과 여행, 그리고 작가.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명작이 탄생하게 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장소에 가게 된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필두로 저는 작가님들의 작품 속으로의 여정을 떠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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