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김문주 옮김, 박재연 감수 / Pensel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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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이미 미술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았었습니다.

『예술가의 여정』

예술과 여행이 만나는 순간!

이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었는데...

이번엔 문학과 여행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의 발자취...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좇다

작가의 여정

그 길이 어디였는지

그 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러한 '여행'을 통해 작가들이 발견한 새로운 문화, 사람, 풍경은 작품의 영감을 제공하게 되고

눈부시게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책은 안데르센, 괴테,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허먼 멜빌, 생텍쥐페리 등 위대한 작가 35인의 여행 경험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생, 작품 세계의 배경이 된 생생한 여행 이야기와 여행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여행 경로를 표시한 지도, 해당 장소의 사진과 다양한 시각자료, 해당 작가의 일기나 작품 속 인용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영감을 얻으며 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책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첫 여정을 동행하게 된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책벌레 구두장이와 문맹에 가까운 세탁부 간의 길지 않은 결혼생활 중 혼외자로 태어나 평생 동안 아웃사이더로 취급당했던 안데르센.

요한 볼프강 혼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당시 인기 소설이었던 제르멘 드 스탈의 《코린나 이탈리아 이야기》를 읽은 이후부터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그의 첫 장편 소설인 《즉흥시인》을 쓰기 시작한 장소가 로마였고

소설 속 주인공 안토니오가 카프리 섬에 있는 그로타 아주라 혹은 '푸른 그로타'를 다시 방문하면서 소설을 끝맺는데

이제 이곳은 덴마크인과 스칸디나비아인들에게 거의 문학적 순례 여행의 성지가 됩니다.

"모든 것이 푸른 하늘처럼 어슴푸레 빛나고" 물은 "마치 타오르는 푸른 불 같다."고 묘사한 동화 세상.

《즉흥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던 덴마크인 안데르센.

하지만 그를 불멸의 작가로 만들어준 것은 동화들이었으니...

뭐...

그렇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800년 아버지의 예기치 않은 은퇴 이후 10여 년간 부모님, 언니와 함께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며

지역들과 풍광의 일부를 그녀의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는데...

1805년 늦여름과 초가을로, '워딩'이라는 서식스 주의 지방도시에 머물게 됩니다.

사실 17세기 후반 돌팔이 의사들이 통풍을 치료할 때 바닷물이 최고라고 떠벌리자, 부유한 환자들이 요크셔 주의 스카보로나 켄트의 마게이트처럼 특색 없는 어촌마을을 찾기 시작했고 '미치광이' 조지 3세도 몹시 민감한 신경 때문에 고통받았으며 짧은 생애 내내 병약했던 그의 막내딸 아멜리아 공주가 '무릎결핵' 진단을 받아 시끌벅적해진 브라이튼 대신 한적한 워딩으로 요양 오게 됩니다.

7년 후 오스틴이 방문했을 때 워딩에서는 투기용 건축 붐이 일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휴양지로서는 발전하지 못했고 훗날 해안도로가 될 곳에는 고작 일곱 채의 건물이 드문드문 세워지게 되는데...

이 도시가 배수로를 개선하기 전까지 늪지와 안개, 탁한 공기와 지독한 해초 비린내로 악명 높았고, 워딩의 북쪽 끝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큰 길이 19세기에 베이퍼스 레인(Vapours는 '유독가스'란 의미다)으로 불렸다고 하니 이점을 오스틴이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샌디턴》이란 작품 속에 바닷가 광풍을 콕 집어 풍자했다고 합니다.

유작이라 더 미련이 남는...

우리가 아는 한 오스틴은 그 이후 다시는 워딩을 방문하지 않았다. 미완의 유고이기는 하나 《샌디턴》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소설가가 결코 워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리라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세련된 해학은 애정에서 나오는 법이며,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 1805년 방문했던 더 순수하고 한적했던 온천 도시를 애도하며 소설을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에게 몹시 익숙했던 그 휴양지는 1817년 무렵이면 이미 이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상태였다. - page 25



이번 책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할렘 르네상스의 일원이자 호평받는 소설가이자 선구적인 민속학자 '조라 닐 허스틴'

1936년 3월 16일, 작가는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서인도제도 니그로 인종들의 주술행위 연구'를 위해 보조금을 받고 16개월 가까이 미국을 떠나 자메이카와 아이티에서 거의 1년을 보낸 후 아이티로 돌아와 1937년 3월부터 9월까지 넉 달을 더 머물며 섬의 부두교 풍습에 몰두했습니다.

사제와 수완가들, 광신도들의 행위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이 인정사정없이 남겨두고 온 사랑을 새삼 떠올리게 되면서

기진맥진하면서도 여전히 싱숭생숭한 마음을 품고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허스틴은 1937년 3월 초 아이티를 떠나 미국으로 갔고, 뉴욕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출판업자가 새 소설을 극찬하며 그해 가을께 출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똑같은 출판사를 통해 카리브 해를 누빈 여행을 다룬 책(그 후 1938년 《나의 말에게 전해줘》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을 내기로 계약했지만 우선 아이티로 돌아가 연구를 끝내고 싶었다. 여권 문제로 두 번째 방문은 두 달간 미뤄졌으나, 아이티로 돌아간 후에는 부두교와 좀비에 대해 새로이 파고들었다. 이 연구들을 마친 허스틴은 귀국을 위해 배에 올랐고, 9월 말 뉴욕에 도착하니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일부 남성 비평가들의 무시와 우월감 섞인 비평을 넘어서, 이 소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페미니즘 문학 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 page 135

무엇보다 흑인이자 여성이기에 사회적 간섭과 억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갔던 조라 닐 허스틴.

이런 작품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미 미국 흑인 문학과 여성 문학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여러 대학에서 교양 필독서로 읽힌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을 계기로 읽어봐야겠습니다!)



문학과 여행, 그리고 작가.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명작이 탄생하게 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장소에 가게 된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필두로 저는 작가님들의 작품 속으로의 여정을 떠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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