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 '오스먼드'와 두 아이 '엠마'와 '루카스'와 함께 가정과 직장에서는 충실히 살아가던 '리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다정다감한 남편은 시어머니께도 한없이 다정한 아들이었고 사춘기에 들어선 딸의 반항...
그리고 동네에 잔인하게 발견되는 고양이 사체까지.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삶의 짜릿한 활력을 주는 이를 만났으니...!
바로 위층에 사는 '요르겐'이었습니다.
둘은 아슬아슬하게 불륜을 즐기고 있었는데...
일요일 저녁.
고요한 가운데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내가 핸드브레이크 쪽으로 몸을 내밀며 묻는다. 경찰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아파트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 page 69
맨 위층, 오른쪽 아파트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데...
바로 요르겐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던 겁니다.
사실 오르겐은 주말 내내 혼자 있을 거라 알려줬었고 그래서 그에게 찾아갔었던 리케.
집 안에 들어섰을 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그의 죽음으로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공황이 올 것 같았지만 또 내심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이제 모든 것을 묻어 버릴 수 있다고 안도하게 됩니다.
그것도 잠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지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털어놓아야 하는 상황...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 오스먼드에게 요르겐과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웃과 딸에게는?
말하지 않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나?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진술해야 경찰이 가족들을 용의선상에서 배제할까?
요르겐이 죽어 있던 그날, 리케가 여분의 열쇠를 사용해 몰래 그 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고 있다면?
평소 얕게 잠드는 편이었는데도 사건이 일어났던 밤에는 어떻게 그렇게 깊게 잠들었을까?
이웃 중 대체 누가 요르겐을 죽였을까?
의문에 의문만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리케는 점점 불안을 넘어선 광기에 휩싸이게 됩니다.
광기의 끝엔 무엇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믿음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생길 때 불편함을 느끼게 돼. 그럴 수밖에 없지. 사람들은 스스로를 도덕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여길 뿐만 아니라, 일관된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부조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가급적 상황을 그럴듯하게 얼버무려 변화할 필요가 없게 말이야. 사실을 조금만 고쳐 쓰면 그 즉시 모순된 조건들 도한 진실이 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잖아. - page 270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것이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건넨 이야기였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모든 진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볼 수 있는 진실은, 상대가 드러내기로 결정한 진실뿐이니까.
'진실이라는 거짓'.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 이 소설.
그렇다면 나의 모습은 어떨지...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 느껴지는 건......
역시나 사람의 내면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한 '헬레네 플루드'.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인간의 면모를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