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 동갑내기인 그녀들.
줄곧 참기만 한 삶에 지쳤습니다.
아내를 무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에 지친 '데루코'
시니어 레지던스에서의 파벌 싸움에 지친 '루이'
어느 날, 데루코에게 루이가 전화를 걸어
"도와줘"
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56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고 '실질적'으로 친해진 것은 서른이 되어서부터지만...
그동안 한 번도 데루코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 루이가 그렇게 절실한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니!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던 데루코는 드디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조금은 후련하면서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아니, 한편으로 도와달라는 말이 마치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차조기와 뱅어, 참깨를 넣은 유부초밥과 많지 않은 짐을 챙겨 남편의 은색 BMW를 훔쳐
루이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남편인 도시로에게 쪽지 하나 남긴 채,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그렇게 미련도, 후회도 없는 그녀들의 짜릿한 탈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뭐랄까, 우리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아?"
"맞는 말이야. 한참 남았지."
"맞아. 한참 남았어."
둘은 다시 한번 얼굴을 마주 보고 소리 내어 웃었다. - page 254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씁쓸함이 남았었는데...
엄마의 옆모습을 보니...
지금 저를 도와준다며, 손녀들과 시간을 보내주고 계시는데...
내가 엄마를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닌지...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으실 텐데...
참...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그녀들의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
그 도전이, 열정이 잠자고 있던 저에게도 불을 지펴주었습니다.
"아직도 창창해.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리라면."
무언가를 해내는 데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를 위해'
한 번뿐인 인생 충분히 즐기며 살아가길 모두에게도 전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