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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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그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의 첫 장을 펼치지 그녀가 말하는 '여행'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노마드란 생각이 들 땐 혹독한 공간 속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나를 바라보고 나와 대화하며 나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기꺼이 내 손을 잡을 때다. 이제 나는 그곳이 어디든 길을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길을 잃지 않을까 봐 두렵다. 일상일 땐 그것이 여행인 줄 몰랐다. 길 위에 있을 때만이 일상도 여행이란 걸 알았다. 그렇게 여행은 몸을 앞세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 - page 5


늘 새로운 순간을 살고자 했기에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안도감과 자유, 여행은 오직 나 자신과 눈 앞에 펼쳐진 대상과의 관계로 이루어지며 어떤 경우라도 어제와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에 있다. 생각해 보면 감동이나 놀라움도 오직 그 자리에 있는 자의 몫,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 목표 없음이 목표요 화두 없음이 화두였던 여정들, 오랜 여행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가장 안전한 삶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삶'이라는 것, 이상적인 여행이란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후 방랑이든 방황이든 모든 것은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 page 6  ~ 7

그녀의 짧지만 긴 여행 기록 속엔 일상의 여행 이야기, 인종을 초월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신으로 향한 인간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은 자신으로 돌아와 또다른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었었습니다.


<나는 간신히 울지 않았다>를 읽다보니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몽골 유목민들의 이야기.

그들의 주식인 양고기에 대한 이야기.

대지에 피를 흘리는 일을 금기시하는 건 날짐승들을 부른다는 이유도 있지만 내 친구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헛되지 않게 하려는 뜻이 더 크다고. 그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고통스럽게 죽은 가축은 먹지 않는다. 집에서 직접 기른 가축은 가족이나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age 43


언제나 떠날 수 있고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유목, 유목민. 그들은 모으고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으며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설령 뜻하지 않은 재해로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그것이 삶이라는 걸 순순히 받아들인다. 진정한 노마드란 육체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 page 44

우리는 '소유'에 집착하기에 사회는 발전하지만 정신적으로 퇴보를 향해 가는 것은 아닌지, 저마다 구멍난 항아리는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왠지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또다시 '소유'가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았습니다.


책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국경'이라하면 우리 역시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철조망 하나를 경계로, 서로를 검열하는 그 곳.

이는 인간의 이기심임을 대변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국경을 저자는 철조망 대신 '사과나무'로 대신하고 싶다고 전하였습니다.

장총을 든 경비병 말고,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그 탁한 눈빛도 말고, 카메라를 꺼내도 안 되고, 함부로 말을 걸어서도 안 되며, 내 나라를 방문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사과나무에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국경을 넘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

...

특히 해외여행이 처음인 여행자에게 자신의 나라를 알리고 사과는 얼마든 따먹어도 좋다는 그 어떤 조약보다 마음이 끌리는 평화협정, 하늘과 땅을 공유하고 그늘과 열매를 나눌 수만 있다면 훈자마을을 천상으로 만드는 살구나무 같은 것도 좋겠지만 상상해 보라. 사과 꽃이 필 때 입국하여 사과를 딸 때쯤 출국하는 일정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 나무의 사과향기 잘 간직해 두었다가 훗날 기억의 창고에서 야금야금 사과를 꺼내먹어도 좋으리. 자연의 간섭을 피해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사과 꽃 피는 내년 이맘 때 다시 오리라는 약속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 page 140

잠시 저 역시도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을 꿈꾸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철조망과 총을 든 경비병이 있는 국경.

그 곳에 사과나무가 심어져있다면......

지금의 우리의모습도 많이 바뀌어져 있지 않을까......

과연 그 날은 언제쯤 올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다보니 그 속엔 사람이 있었고 자연이 있었고 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는 '행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아침은 분주하다. 카페에 들어가 조각케이크 한 쪽과 커피 한 잔을 시켰을 뿐인데 9천8백원이다. 잉카 여인이 그렇게 갖고 싶은 라디로 한 대 값이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돈이라도 향유품목과 행복의 색깔은 이렇게 다르다. 커피집을 나서며 내게 묻는다. 첨단을 달리는 문명과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내게 행복이란 뭘까. - page 358

결국 '행복'은 상대적이었고 다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그들에겐 자신의 행복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에서, 미소 속에서, 그들의 얼굴에서......

저 역시도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게 행복이란 뭘까......

그녀의 이야기의 끝에 적힌 이야기가 그 해답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맡기므로 일체감과 충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내 여행의 멘토는 역시 사람이고 길이다. - page 366

사람과 길 속에 제 행복을 찾아봅니다.

다시 그녀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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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지음, 사모 그림 / 팩토리나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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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사람이라 그런것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향한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끝끝내 '이별'로 종지부를 찍는......

그래서 선뜻 '사랑'을 시작하기가 두려운지도, '사랑'을 하면서도 불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책의 제목이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왜일까......


책의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사랑이 쓸쓸할 때 당신이 귀 기울여야 할 말!

사랑이 쓸쓸하다는 표현이 가슴을 아련하게 하였습니다.

이별을 통해 바라볼 사랑의 모습.

그 모습은 어떨지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이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에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지금 당신만 이토록 힘든 게 아니라며 위로하고

당신의 슬픔을 온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지금 그 사람은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나의 사랑, 그 남자의 사랑, 내 친구들의 사랑...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글이 되길 바랐습니다. - <프롤로그> 중

저자는 우리에게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고 치유하길 바란다며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도, 모든 이들도 이토록 아팠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상처를 바라볼 용기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함께 있는데 외로워>라는 글을 읽으면서 많이도 공감하였습니다.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어.

밥을 먹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모든 것이 너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문득,

요새 너와 있는 시간에

많이 외롭단 생각이 들어.


처음엔 그저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

그래서 많이 혼란스러워. - page 34

저 역시도 그랬었습니다.

내 곁에 있는데, 손을 뻗으면 바로 닿는 그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이리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웠던지......

그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는 걸 느끼곤 한참을 방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짐......

헤어지면서도 메워지지 않았던 내 마음......

그때의 기억과 이 글이 교차되면서 또다시 가슴 한 켠이 허전해졌었습니다.


<네가 참 어렵다>의 글 역시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너는 내가 익숙해졌던 걸까.

마음이 떠났던 걸까.

네가 처음이었던 내가

너는 혹시 가벼웠을까.


나는 네가 신기할 정도로

너를 많이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여전히 너를 모르겠다.


네가 참 어렵다. - page 123

사랑에 빠져있을 땐 그에 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별 후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안다는 것 자체부터 모르는 것이었음을 느꼈을 때......

나는 과연 그를 사랑했던 것인지......


책을 읽고나니 '사랑'의 모습이 외롭게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때문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사랑의 끝만 아프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 내 이별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누구에게나 사랑의 마지막인 '이별'은 아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는가 봅니다.

이별을 통해 바라본 사랑.

그래서 다가올 사랑에는 그런 아픔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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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月になれば彼女は (單行本)
가와무라 겐키 / 文藝春秋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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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만난 적 없는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간만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받았기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책을 찾아 읽고 또 읽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강력 추천한 책이 있었습니다.


 

『4월이 되면 그녀는』

왠지 그가 추천했다기에, 책 표지에서 주는 잔잔한 느낌때문에, 책표지에 적힌 문구때문에 자꾸만 아른거려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사랑했던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지는 건

지극히 한순간의 찰나였습니다.

과연 그 사랑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소설은 '하루'의 편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그려진 '우유니'의 새하얀 소금호수.

그곳에서 쓴 편지에는 4월의 어렴풋한 사랑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날 해질녘. 베란다에 앉아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던 나는 비가 그치기 몇 분 전에 미리 예감했죠. 아, 이제 곧 비가 그치겠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나 비는 그쳤고, 황금색 빛이 하늘에서 내리쬐었죠. 나는 그런 예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과의 사랑의 시작이 내게는 그런 거였어요.

그때의 내게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죠. 당신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일이 분명 잘 풀릴 거라고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 안에서는 그 4월이 아직도 어렴풋한 윤곽을 유지하며 계속이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하게,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 page 8 ~ 9


남자 주인공 '후지시로'.

그는 대학시절 신입생 '하루'와의 풋풋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은 서로의 오해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수의사 '야요이'와의 결혼을 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엔 '사랑'이라는 열정보다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결혼'이라는 것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에게 받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기로 야요이는 결혼 직전 파혼을 감행하고 후지시로에게는 두 여자 사이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후지시로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책을 읽는내내 '사랑'에 대해 수시로 확인하게 됩니다.

과연 '사랑을 한다'는 것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의 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녀의 사랑'과 '그의 사랑'이 닮은 듯 닮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왜 '사랑'은 '영원'을 의미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들의 사랑을 보고있노라면 형태는 다르지만 항상 우리의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은 사랑받는 것이지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분명 그렇지." 후지시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부정할 순 없어."

"게다가 상대의 감정에 조금이라도 결여된 면이 있으면, 애정이 부족한 증거라고 믿어버리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다정한 행동이나 이성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소망을 진정한 사랑과 혼동하는 거예요."

(중략)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게 아닐 테니까."

"진정한 사랑이라면 분명 좀 더 볼품없고 서툴게 표현될 거예요." - page 207 ~ 208

저 역시도 사랑을 받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 같았습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무심하면 사랑이 변했다며 진정한 사랑을 몰라본 체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랑은 형태가 다를 뿐 언제나 곁에 묵묵히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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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 - 여행 입문자를 위한 여행 바이블
손봉기 지음 / 플래닝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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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된다는 것.

저에겐 하나의 로망과도 같습니다.

어디론가의 떠남, 그곳에서의 설렘과 낯설음......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여행'과 관련된 책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이 읽곤 합니다.


 

『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

저자는 20년 동안 전 세계 200개 도시를 탐색하며 자신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책에 담아주었습니다.

그의 행복한 발자취......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부러운지......


그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바로 '여행의 신'과의 만남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나는 나를 괴롭혔나.

경제적 안위와 사회적 인정, 가족에 대한 사랑, 헛된 욕심.

한시도 쉬지 않고 이런 목표를 향해 나를 몰아세웠다. - <서문> 중

천은사에서 만나게 된 '여행의 신'.

그는 그 곳에서 여행의 신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사람들이 왜 여행을 하는지, 여행이 주는 선물이 우리의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난 뒤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호수 위에 세운 미로 같은 도시, 베네치아>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로 같은 뒷골목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화려한 문명은 어두운 뒷골목처럼 인간의 숙명적인 한계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석호 위에 세운 이 미로 같은 이 도시를 토마스 만은 '숙명적인 육욕의 쾌락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라 말했다. - page 75

마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같은 느낌......

화려함 속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씁쓸하였습니다.


<생을 돌아보게 하는 곳,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의 친구가 한 이야기는 저에게도 인생사에 대한 감흥을 남겨주었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한 친구를 최근 만났다. 그는 요즘 여행사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데 그가 인솔한 한 손님이 한 이야기가 자연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 뉴질랜드 피오르 협곡 지역인 밀포드 사운드를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동안 있었던 여행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동안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는데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순서가 되었다. 여행 내내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계신 분이었다. 할머니가 소감 발표를 안 하신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부추겨 결국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나니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알았습니다. 저는 말기 암 환자입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숭고하고 장엄한 자연은 우리에게 이해를 넘어 절망을 줄 때 우리를 포근하게 다독여 현실을 인정하며 행복하게 한다. - page 138


저 역시도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의 신'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났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신을 향한 발걸음, 캄보디아>에서......

시엘립에서 가장 유명한 '파레 서커스'공연이 유독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이 어느 여선생님의 지도 아래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점차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가진 공연.

서커스 특유의 고난도 연기와 애잔하면서 흥겨운 캄보디아 전통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고 하니 언젠가 그 곳에 가면 이 공연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공연 절정을 이루는 마지막 무렵 여주인공이 늙어서 죽음에 직면하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이야기 했다는 대목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하였고 비로소 '여행의 신'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은 두렵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다면 살아온 나의 삶은 무엇인가? 그렇다. 나의 삶은 나의 삶은 사랑이다. - page 298

공연을 보진 못했지만 왠지 그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에선 눈물이 나왔고 삶의 본질적 의미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저에게 다가온 '여행의 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친 일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행의 신'을 일깨워준 이 책.

사람의 행복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과의 사랑으로,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비로소 완성된다고 일깨워준 이 책.

잠시나마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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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는다
오제키 소엔 지음, 김지연 옮김 / 큰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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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각박해져가는 세상 탓이라고 할까......

치열한 생존법칙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는 탓일까......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가정에, 육아에 전념을 하다보면 가끔씩 격하게 공허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루를 돌아보게되는 밤이 되면 나를 위해 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눈물도 흘리곤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워킹맘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인들을 바라보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씩 불똥을 튀기는 남편의 무심한 말 한 마디는 더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꾸만 위축되고 초라해지는 내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외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를 다잡아준 것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책의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람이 움직인 것도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대로 생각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 무엇도 신경 쓰일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참으로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편지에는 저마다 남모르는 고통과 괴로움이 담겨 있다. 편지를 읽다 보면 마음이 뭉클할 때도 있지만 솔직히 그 사람의 심정을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편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간절한 마음이다.

'고민을 해소하고 싶다. 괴로움을 극복하고 싶다. 괴로움에 동요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타력본원' 곧 다른 이에게 기대어 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자기 자신'이 없다. - page 6 ~7

결국 자기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일!

그래야 나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3. 고독을 신경 쓰지 않는다>가 인상깊었습니다.

왠지 요즘은 나 혼자인 듯 하고 나만이 외롭고 고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고독'이란 누구에게나 있었습니다.

또한 책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고독과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경 쓰지 않는 마음'을 얻어야한다.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뭔가 있어 보이게 말하는 자가 있는데 그건 순 거짓말이고 허황된 소리다. '신경 쓰지 않는 마음'이라고 외치며 흔들림 없는 마음을 얻길 바란다고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 page 41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멸시당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받는 것은 괴롭고 쓸쓸한 일이다. 믿어주는 사람, 높이 평가해주는 사람에게 저절로 발길이 옮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도망치는 것이다.

"왜 다른 사람들이 너를 경멸하느냐. 그것은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왜 다른 사람들이 너를 신뢰하지 않느냐. 그것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기 때문이 아니다. 네가 자신의 인생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그저 도망만 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겁하기 때문이다. '고독하다.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며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곳까지 도망을 쳐왔기 때문이다."

힘껏 인생에 맞선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아이를 경멸하거나 불신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도 '고독하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 page 45

그동안 나는 투정을 부렸던 것이었나 봅니다.

그저 내 자신을 외면하고 도망치며 다른 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

그래서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이들의 시선'의 삶을 살았었나 봅니다.


이 책은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로 살아가고 싶은 이에게 다정하게 다가오지만 그 속엔 강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만큼 깨달음을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20. 신경 쓰지 않는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재떨이를 그저 재떨이로만 보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타인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만 재떨이와 마주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경 쓰지 않는다'란 '재떨이에 꽃을 놓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재떨이로 차를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 그것 역시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이렇듯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이 바로 '신경 쓰지 않는다'이다. - page 237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어떤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쁠 때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기분이 되고, 슬플 때는 온몸으로 처절하게 슬퍼하는 것, 지금 여기에서 가득가득하게 사는 것, 그것이 '신경 쓰지 않는다'이다. - page 238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내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존중하며 실천하는 것.

온 몸으로 나를 느끼는 것.

그렇게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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