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전혜인 글.사진 / 알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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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파리'에서 일어난 멋진 '로맨틱소설'을 읽었습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랑』 

아직도 남아있던 《파란 호랑이》동화가 맺어준 마법 같은 끌림, 그리고 사랑.

그 여운이 남아 '파리'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곤 하였습니다.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마치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이 책.

또다시 마법처럼 끌리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녀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그녀와의 공감대는 있었지만 너무나 부러운 '도전'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가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한 달을 보내는 자유는 이제 내가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 버린 걸까요?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안정감'이라는 녀석은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을 가지고 제 인생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신나는 일을 벌이는 '나'의 본모습을 어딘가 묻어둔 채,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

저는 '서른을 넘긴 전업주부 유부녀'이기에, 그 안정감에 사로잡혀 있었나 봅니다.

저 역시도 20대엔 알바를 하면서 배낭여행 자금을 모으고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공항으로 향하곤 하였었는데 이제는 그저 내 본분에 익숙해 '떠남'보다는 '제자리'에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라는 존재가 어느새 '나'보다는 '가족', '주위 사람'이 우선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와는 달리 '나'다움을 찾아 떠난 그녀의 '로망의 도시 파리에서의 한 달 동안 살아보기'.

이미 시작부터 그녀는 자신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책 속엔 인상깊은 구절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망설이지 말라고, 나이에는 무게가 있어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엉덩이를 떼는데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그렇게 나의 등을 떠밀 게 분명했다. - page 15


오늘만 있는 것처럼 살면 큰 장점이 있다. 오늘 하루의 행복이 극대화된다는 것, 조미료를 최대한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 정갈한 요리처럼 불필요한 걱정을 제거하면 나의 하루에 들어찬 행복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무심코 내려다본 나의 신발이 땅의 잔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거리에 떨어진 빵 조각을 참새가 얼마나 감탄하며 먹고 있는지, 하굣길의 고등학생들이 까르르하는 소리가 얼마나 희망찬 지, 배경화면처럼 흘려보냈던 것들을 잠시 멈추어 바라볼 때 세상은 꽤 아름답다. - page 42


남는 게 시간인 파리에서 나는 매일 자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 자체로 괜찮아.'


내 목소리가 닿는 한 모두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도 괜찮아.' - page 155


특히나 '파리'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와인'이었습니다.

달콤쌉싸름......

마치 우리의 삶과도 같은 것 같아 저 역시도 가끔 찾아 마시곤 하는데 그녀 역시도 파리에서의 와인 한 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혼자 식사를 해도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즐거움이 외로움을 압도해 매 끼니가 행복해지고 매일이 행복해졌다.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8천 원짜리 와인 한 잔이 한국에서 마신 10만 원짜리 와인보다 감미로웠다. 품질이 좋아선지 내 기분이 좋아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파리에서 마신 와인이 100잔쯤 된다면 그 100잔 중에 맛없는 와인은 단 한 잔도 없었다 .주로 달지 않은 와인을 골랐지만, 그 안에서 단맛이 나면 나는 대로, 떫은 맛은 떫은 맛 대로 모든 와인의 개성이 풍부했다. - page 122

왠지 이 책을 읽는 오늘의 밤.

와인 한 잔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파리'에서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박하고 우리의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었기에 더 정감이 가고 그 속에 진심 어린 '행복'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 곳곳에, 사진들마다 즐거움과 따스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특히나 30대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저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는 소설,『82년생 김지영』과도 같은 나의 모습에서일까.

그녀의 이야기는 삶에 지친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의,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책 선물과 함께 작은 문구를 적어주곤 하였습니다.

'괜찮아. 너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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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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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였다는 이 작품을 재해석하였는데 그녀만의 특유의 시선과 상상력은 감히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쉽게 책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이를 인연으로 이어진 그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읽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 『느빌 백작의 범죄』.

또다시 심상치않은 기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기존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더해졌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리스 신화에서 접했던 '아가멤논'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느빌 백작'의 셋째 딸을 발견 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전화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너무나도 뜬금없었던 점쟁이의 예언.

「댁에서 곧 튼 잔치를 여시는군요.」그녀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 page 9 ~ 10

무심코 넘길 수 없었기에 느빌 백작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는 지경까지 이르러 백작은 자신이 초대한 손님 중 어떤 이가 적합한지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셋째 딸 '세리외즈'가 다가와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아빠가 가든파티에서 죽여도 되는 누군가가 있어요. 아빠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요.」

「말해 보렴.」

「저요.」 - page 76


「절 죽여 주세요, 아빠. 좋은 일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널 죽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걸 머리에 단단히 새겨 둬라.」

「전 죽어야만 해요. 그래야만 해요.」 - page 79

자신을 죽여달라고 사정을 하다가 결국 협박까지하는 그녀.

말도 안되지만 딸의 설득과 협박에 결국 자신의 딸을 죽이려고 하는데......


역시나 그녀의 문체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그렇기에 소설을 잡으면 멈출 수 없었고 그 끝을 읽어야 비로소 그녀와 독자의 이야기가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 속 '느빌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한 모습들.

<난 아버지와는 달라. 접대의 예술이 날 사로잡긴 해도, 난 널 위해 가족의 행복을 희생시킨 적이 없어. 내 가장 오래된 사랑아, 내 누나를 죽인 너, 루이즈가 죽은 후, 난 너에게서 정을 떼려고 애썼어.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지. 네 안에 거주하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널 지키는 거야. 포위당한 군사들이 요새를 지키는 것처럼. 이게 바로 내가 열두 살 때 뼛속 깊이 깨달은 거야. 루이즈는 느빌 가문이 이 플뤼비에 딸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계속 이어져 온 전투에서 사망한 거야.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진지를 잘 지켰어. 난 예순여덟의 나이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전쟁에서 패하고 있어.> - page 44 ~ 45


「누군 증오해야 하지? 아버지, 성? 누가 누구를 소유했지? 누가 내 누나를 죽였지? 아버지는 그가 처한 환경의 산물이었어. 그런 삶을 살도록 길러졌기 때문에 다른 삶을 발명해 낼 수 없었지. 나도 어릴 적에는 그를 저주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걷지 않았어. 나는 그보다 명망 높은 경력을 쌓았고, 내 가족은 가난을 겪지 않았어. 그런데 난 늘 오카생을 본받아 인생의 목표가 동료 귀족들을 접대하는 데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

「어서 일어나, 오늘은 미친 날이잖아. 난 예쁜 드레스를, 넌 멋진 양복을 입을 거야. 엄마가 내 머리를 만져줄 거야. 샹들리에와 꽃, 음악이 있을 거고, 난 공주, 넌 왕자가 될 거야.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을 먹게 될 거야!」 - page 48 ~ 49


책 표지에 적혔던 문구가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우리 각자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겉모습에 비춰진 모습과 그 이면은 어떨지......

괴물 같다고 해서 '괴물'인지......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또 하나의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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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살아보기 - 우리들의 친구 냥이에게서 배우는 교훈
앨리슨 데이비스 지음, 매리온 린지 그림, 김미선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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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중에 '고양이'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곤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 『고양이처럼 살아보기』.



'고양이'처럼 살아본다는 건 도!도!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새침떼기 고양이.

차도녀같은 고양이.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의 고양이, 미니와 허니.

이들은 길고양이였는데 저자 '앨리슨 데이비스'와 인연을 맺게되고 이 책을 통해 보다 고양이의 매력을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에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고양이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 속엔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수 세기에 걸쳐 인간과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왔다고 하였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마네키네코'로 알려진 복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한 영주에게 고양이가 다가와 앞발을 들어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자기에게 절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때 마침 벼락이 내리쳤는데 영주는 이 고양이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이 영리한 고양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 고양이가 평생 동안 행운과 성공, 행복을 가져다주리라고 믿는다. - page 9

일본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복고양이.

선물로도 받아 우리집에도 존재하는 복고양이.

사실 그들이 행운과 성공,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화가 숨어있었다니......

그들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

그 인연의 끈을 소중히 이어가야겠습니다.


<Part1 냥이 명상법>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몇 시간이고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마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부처님처럼 우리의 고양이 친구들은 내면의 평화라는 비법을 이미 터득하신 듯하다. 녀석들은 순간을 살며, 기꺼이 마음을 비우고 그들 주변의 환경을 받아들인다. - page 14


새나 파리의 움직임을 뒤쫓든, 창틀의 벗겨진 페인트를 관찰하든, 고양이들은 게슴츠레 뜬 눈을 고정한 채 언제나 똑같이 진중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우리도 고양이처럼 눈동자를 모으고 연습해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던 일을 멈추고 모든 것을 달관한 태도가 따라주어야 한다. 그것이 고양이를 두고 수행자 같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의식은 졸고 있을지 몰라도 무의식은 저 멀리의 세상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다. - page 17


누군가는 그것을 명상이라고 부른다. 정신건강과 행복, 마음의 평화를 북돋아주기 위해 흔히들 이용하는 매우 효과적인 심리학적 방법이다. 고양이들은 태곳적부터 이 태도를 줄곧 견지해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그토록 경외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page 18

가끔 고양이를 바라보면 그들은 창문 넘어 무언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합니다.

이미 내면의 평화를 터득하였다니......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냥이의 명상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마음의 병도 치유될 것만 같은데......


<Part9 야옹 파워>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게 너의 문제야."


고양이의 행동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이 자못 냉정하고 변덕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고양이들은 자신의 털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그 외에는 어떤 것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밖에 더 필요할 게 뭐가 있을까? - page 134


우리의 고양이 친구들은 자신을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달인이다. 그것도 자신의 매력을 마구 뿜어내면서 말이다. 녀석들은 언제나 마음 가는 대로 진실만을 말한다. 자신의 진실된 목소리를 찾고 싶다면 야옹 야옹이든 커다란 포효든 간에 고양이 세계에서 팁을 한번 얻어보자.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나만의 길을 가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완벽하니까옹! - page 137

그들이 야옹거리는 소리.

'야옹'이 얼마나 커다란 파워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내 자신을 치켜세우고 싶을 때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야옹~!


고양이들의 생활을 살펴보니 마치 우리에게 보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의 명상, 낮잠, 야옹 파워 등.

그 속엔 '오늘을 즐기는 법'이 있었고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랑'이 있었습니다.

왠지 앞으론 '고양이답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같았습니다.

그들의 매력.

오늘부터 하나씩 배워야겠습니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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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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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제목과 책 표지의 그 남자.



이 소설 『기다렸던 복수의 밤』과 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책 표지의 문구가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5명의 시점에서 관찰하는 직소 퍼즉 같은 추리소설!

그동안 읽었던 추리소설의 경우 시점이 많아야 범죄자와 해결자, 2명의 시점으로 교차하는 방식이었는데 5명의 시점에서 관찰을 한다니 보다 사건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렸던 복수의 밤.

무엇으로 인해 복수를 꿈꾸게 된 것일지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1752번-. 슬슬 시간 다 됐다." - page 9

얼굴 한쪽에 표범무늬 문신을 빽빽이 새겨 놓은, 왼손엔 의수를 한 그 남자, '가타기리 타츠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네 번의 출소와 복역을 반복해 마침내 출소를 하게 된 그.

그가 처음 교도소를 가게 된, 스물입곱 살때부터 기다렸던 복수의 밤까지 5명의 시점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 소설이었습니다.


그가 출소 후 찾은 곳 『기쿠야』는 친구 '기쿠치'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언제가 그 자리에서 그를 맞이해 주는 기쿠치.

하지만 이 곳은 그가 교도소에 가게 된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32년 전 몸값을 노린 유괴사건.

이에 대해 친구인 기쿠치는 가타기리에게 항상 안타까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가타기리가 사회에 잘 적응하게끔 도움을 주지만 또다시 그는 교도소로 돌아가게 됩니다.

가타기리는 어떨까.

가타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 안에서 보내고, 가족과 친구도 없이 고독하게 죽어갈 것인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설령 요코와 히카리와 함께 살지는 못해도 가타기리가 새로운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 page 61


그리고 또 다른 인물, 그의 변호사 '나카무라 히사시'.

"어제 출소했다는 보고. 나한테 이래저래 신세를 많이 졌다고 선물까지 가지고 와줬어. 다만, 돌아갈 때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부탁하고 싶아고 말했어."

"그래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이라니, 혹시 또 죄를 저지를 생각인가 해서-" - page 80


나카무라를 통해 자신의 딸 '마츠다 히카리'.

딸과의 만남과 헤어짐.

"물론 그런 점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생각을 토해내지 않았던 점이 후회스러운 것이겠지요. 아버지에게는 원망의 말을 포함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걸 말하지 않은 채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말했더라면, 한심한 부모에게 자식으로서 느꼈던 분노를 확실히 표출했더라면, 어쩌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

"저는 지금도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 미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지금까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에 묶여 살고 있습니다."

...

"설령 용서할 수는 없었다고 해도 저는 그때 아버지에게 뭔가를 전해야 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도 제 자신을 위해서도. 그랬다면 이 마음이 조금은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 page 156 ~ 157


​무언가를 꾸미기 위해 찾아간 그녀, '모리구치 아야코'와 『기쿠야』의 단골손님 '아라키 세이지'의 시선까지.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왜 가타기리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인생을 걸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른 그를 결국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복수......

그 이면엔 가족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결국은 그를 향한 용서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문장.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예요."

가타기리가 히카리에게서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당신 때문에 엄마 인생은 비참해졌어!"

그 외침에 가타기리가 멈춰 서서 히카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엄마의 인생이 당신 인생보다는 분명 나아. 엄마는 나를 사랑해줬어. 그러니까 이렇게 여기에 편히 잠들어있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언젠가는 아버지와 함께.... 나도 그럴 거야 당신처럼 자식을 버리지는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슬프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

"당신은 우리랑은 달라. 짐승이나 마찬가지야. 감옥 안에서 죽고, 죽은 후에도 영혼이 외톨이로 떠돌 거야. 그게 당신이 저질러 온 짓의 대가야." - page 293 ~ 294

자신이 사랑하는 자식에게서 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

그의 마지막이 잔인했던 복수가 아니었기에 더 가슴 아프게 남고 또 남았습니다.

자신의 인생마저 바칠만큼의 사랑, 그 사랑을 지키기위해 그가 저지른 행위.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이해가 되었기에 더 그를 동정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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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사랑
니콜라 바로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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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덧 차가워진 바람이 불어오면서 제 가슴 한 켠도 조금씩 시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로맨스'에 눈길이 가곤 하였습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랑』

전 유럽을 사랑에 빠뜨린 최고의 로맨틱 판타지

사랑이 마법처럼 이루어질 것 만 같은, 그 곳에 가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 곳, 파리.

그 곳의 로맨틱 판타지라니 읽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사랑에 빠져든 느낌이었습니다.

마법같이 끌린 이 책.

과연 어떤 사랑이 파리에서 일어날까......


너무나 사랑스런 소녀, '로잘리'.

그녀는 유독 파란색을 좋아하였습니다.

하늘과 바다를 보고 첫눈에 행복의 감정이 각인되면서 푸른빛이 행복의 상징이 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려는 의지가 일찌감치 발현된 것인지, 아무튼 파란색은 그 무엇보다 로잘리를 매료시켰다. - page 8

이토록 좋아하는 파란색이 언젠가 파란 호랑이를 만나게 되리라곤 예상치도 못하게 되고 이 호랑이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녀는 선물가게 '루나루나' 주인이자 화가 지망생으로 손님들에게 예쁘고 독특한 소원 카드를 직접 그려줍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만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 우연한 인연이 찾아들게 됩니다.

유명한 동화 작가 '막스 마르셰'가 동화 《파란 호랑이》의 일러스트 작가를 요청하기 위해 그녀에게 찾아가면서 그녀의 인생 전환점이 시작됩니다.

며칠 뒤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파란 호랑이》는 로잘리의 삶에 들어와그녀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될, 그리고 전환점이 될 사건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바로 깨닫는 사람은 거의 없다. 로잘리 역시 그랬다. - page 67

동화책은 출간되자마자 유명세를 타고 아동문학상 후보에 오르게 되면서 점점 그녀의 명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그녀의 롤러코스터가 너무 높은 곳으로만 향해 갔을까......

미국에서 온 변호사 '로버트'가 《파란 호랑이》는 표절이라며 소송을 하겠다고 경고를 하고 그런 그와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점점 그에 대해 점점 사랑으로 변하면서 파리는 핑크빛으로 물들게 되면서 소설은 끝을 맺었습니다.

"영원히?"

그녀는 로버트를 봤다.

"영원할 거라고 믿어?"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것만 믿어."

그는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올렸다.

"막 사랑에 빠진 남자가 영원한 사랑을 안 믿는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절망적이겠어? 아무리 현실주의자라 해도 가슴 깊은 곳엔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 소원이 있는 게 아닐까." - page 364


소설 속엔 《파란 호랑이》동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날 안 믿을 거야. 내가 파란 호랑이를 만났다는 걸 믿는 사람이 없을 거야."

"상관없어.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이 그걸 믿는다는 거야.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거지." - page 82

그리고 이 동화를 읽고 난 뒤 로잘리는 머릿속으로 장면 하나 하나를 떠올리다 아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감 묻은 손수건이 가장 중요한 거야. 그리고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그리움. 그리고 자신의 소원을 믿는 것." - page 87


로잘리가 '파리'에서 '사랑'을 이루게 된 기적.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소원을 믿었기에, 파란 호랑이를 만났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소원'이라면 조금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것을 바라는 요즘.

가끔은 그녀처럼 낭만적인 꿈을 꾸며 그 소원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곤 왠지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라라랜드>

소설의 여운을 영화로 연결시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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