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평점 :
인상 깊은 제목과 책 표지의 그 남자.
이 소설 『기다렸던 복수의 밤』과 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책 표지의 문구가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5명의 시점에서 관찰하는 직소 퍼즉 같은 추리소설!
그동안 읽었던 추리소설의 경우 시점이 많아야 범죄자와 해결자, 2명의 시점으로 교차하는 방식이었는데 5명의 시점에서 관찰을 한다니 보다 사건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렸던 복수의 밤.
무엇으로 인해 복수를 꿈꾸게 된 것일지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1752번-. 슬슬 시간 다 됐다." - page 9
얼굴 한쪽에 표범무늬 문신을 빽빽이 새겨 놓은, 왼손엔 의수를 한 그 남자, '가타기리 타츠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네 번의 출소와 복역을 반복해 마침내 출소를 하게 된 그.
그가 처음 교도소를 가게 된, 스물입곱 살때부터 기다렸던 복수의 밤까지 5명의 시점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 소설이었습니다.
그가 출소 후 찾은 곳 『기쿠야』는 친구 '기쿠치'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언제가 그 자리에서 그를 맞이해 주는 기쿠치.
하지만 이 곳은 그가 교도소에 가게 된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32년 전 몸값을 노린 유괴사건.
이에 대해 친구인 기쿠치는 가타기리에게 항상 안타까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가타기리가 사회에 잘 적응하게끔 도움을 주지만 또다시 그는 교도소로 돌아가게 됩니다.
가타기리는 어떨까.
가타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 안에서 보내고, 가족과 친구도 없이 고독하게 죽어갈 것인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설령 요코와 히카리와 함께 살지는 못해도 가타기리가 새로운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 page 61
그리고 또 다른 인물, 그의 변호사 '나카무라 히사시'.
"어제 출소했다는 보고. 나한테 이래저래 신세를 많이 졌다고 선물까지 가지고 와줬어. 다만, 돌아갈 때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부탁하고 싶아고 말했어."
"그래서?"
"'또 무슨 일이 있으면'이라니, 혹시 또 죄를 저지를 생각인가 해서-" - page 80
나카무라를 통해 자신의 딸 '마츠다 히카리'.
딸과의 만남과 헤어짐.
"물론 그런 점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생각을 토해내지 않았던 점이 후회스러운 것이겠지요. 아버지에게는 원망의 말을 포함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걸 말하지 않은 채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말했더라면, 한심한 부모에게 자식으로서 느꼈던 분노를 확실히 표출했더라면, 어쩌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
"저는 지금도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 미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지금까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에 묶여 살고 있습니다."
...
"설령 용서할 수는 없었다고 해도 저는 그때 아버지에게 뭔가를 전해야 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도 제 자신을 위해서도. 그랬다면 이 마음이 조금은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 page 156 ~ 157
무언가를 꾸미기 위해 찾아간 그녀, '모리구치 아야코'와 『기쿠야』의 단골손님 '아라키 세이지'의 시선까지.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왜 가타기리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인생을 걸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른 그를 결국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복수......
그 이면엔 가족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결국은 그를 향한 용서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문장.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예요."
가타기리가 히카리에게서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당신 때문에 엄마 인생은 비참해졌어!"
그 외침에 가타기리가 멈춰 서서 히카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엄마의 인생이 당신 인생보다는 분명 나아. 엄마는 나를 사랑해줬어. 그러니까 이렇게 여기에 편히 잠들어있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언젠가는 아버지와 함께.... 나도 그럴 거야 당신처럼 자식을 버리지는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슬프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
"당신은 우리랑은 달라. 짐승이나 마찬가지야. 감옥 안에서 죽고, 죽은 후에도 영혼이 외톨이로 떠돌 거야. 그게 당신이 저질러 온 짓의 대가야." - page 293 ~ 294
자신이 사랑하는 자식에게서 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
그의 마지막이 잔인했던 복수가 아니었기에 더 가슴 아프게 남고 또 남았습니다.
자신의 인생마저 바칠만큼의 사랑, 그 사랑을 지키기위해 그가 저지른 행위.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이해가 되었기에 더 그를 동정하며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