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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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였다는 이 작품을 재해석하였는데 그녀만의 특유의 시선과 상상력은 감히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쉽게 책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이를 인연으로 이어진 그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읽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 『느빌 백작의 범죄』.

또다시 심상치않은 기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기존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더해졌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리스 신화에서 접했던 '아가멤논'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느빌 백작'의 셋째 딸을 발견 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전화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너무나도 뜬금없었던 점쟁이의 예언.

「댁에서 곧 튼 잔치를 여시는군요.」그녀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 page 9 ~ 10

무심코 넘길 수 없었기에 느빌 백작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는 지경까지 이르러 백작은 자신이 초대한 손님 중 어떤 이가 적합한지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셋째 딸 '세리외즈'가 다가와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아빠가 가든파티에서 죽여도 되는 누군가가 있어요. 아빠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요.」

「말해 보렴.」

「저요.」 - page 76


「절 죽여 주세요, 아빠. 좋은 일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널 죽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걸 머리에 단단히 새겨 둬라.」

「전 죽어야만 해요. 그래야만 해요.」 - page 79

자신을 죽여달라고 사정을 하다가 결국 협박까지하는 그녀.

말도 안되지만 딸의 설득과 협박에 결국 자신의 딸을 죽이려고 하는데......


역시나 그녀의 문체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그렇기에 소설을 잡으면 멈출 수 없었고 그 끝을 읽어야 비로소 그녀와 독자의 이야기가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 속 '느빌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한 모습들.

<난 아버지와는 달라. 접대의 예술이 날 사로잡긴 해도, 난 널 위해 가족의 행복을 희생시킨 적이 없어. 내 가장 오래된 사랑아, 내 누나를 죽인 너, 루이즈가 죽은 후, 난 너에게서 정을 떼려고 애썼어.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지. 네 안에 거주하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널 지키는 거야. 포위당한 군사들이 요새를 지키는 것처럼. 이게 바로 내가 열두 살 때 뼛속 깊이 깨달은 거야. 루이즈는 느빌 가문이 이 플뤼비에 딸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계속 이어져 온 전투에서 사망한 거야.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진지를 잘 지켰어. 난 예순여덟의 나이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전쟁에서 패하고 있어.> - page 44 ~ 45


「누군 증오해야 하지? 아버지, 성? 누가 누구를 소유했지? 누가 내 누나를 죽였지? 아버지는 그가 처한 환경의 산물이었어. 그런 삶을 살도록 길러졌기 때문에 다른 삶을 발명해 낼 수 없었지. 나도 어릴 적에는 그를 저주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걷지 않았어. 나는 그보다 명망 높은 경력을 쌓았고, 내 가족은 가난을 겪지 않았어. 그런데 난 늘 오카생을 본받아 인생의 목표가 동료 귀족들을 접대하는 데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

「어서 일어나, 오늘은 미친 날이잖아. 난 예쁜 드레스를, 넌 멋진 양복을 입을 거야. 엄마가 내 머리를 만져줄 거야. 샹들리에와 꽃, 음악이 있을 거고, 난 공주, 넌 왕자가 될 거야.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을 먹게 될 거야!」 - page 48 ~ 49


책 표지에 적혔던 문구가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우리 각자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겉모습에 비춰진 모습과 그 이면은 어떨지......

괴물 같다고 해서 '괴물'인지......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또 하나의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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