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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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작품이 나왔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그가 동경하던 '사막'으로 떠나 그곳으로부터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연의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어루만지며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그가 바라본 사막은 어떨지...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그에게는 특별한 버킷 리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막에 가보는 일.

미국쪽의 검은빛 모래가 아닌 아시아 쪽의 황색 빛 모래밭에 누워도 보고 또 거기서 하늘의 별빛을 우러러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막연한 동경...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사막에 도착하여 그곳에서의 햇빛과 바람, 모래를 바라보며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낙타를 바라보며 마치 자신과 닮아있음에 안쓰럽고 아파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백년초를 바라보며 삶의 의지를 느끼게 되고 사막 무지개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희망을 꿈꾸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는 사막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결국 사막이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막에는 길이 없다. 사람 발길이 닫는 곳이 그대로 길이다. 아니다. 사막에는 길이 너무 많아 발길이 헤맨다. 그것은 하루하루 우리의 삶도 그렇다 애당초 세상에는 길이 없다. 아니다. 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벗이여.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말아라. 그대 발길 닫는 곳이 길이고 그대가 멈추는 곳이 집이고 그대가 눕는 곳이 그대의 방이다. 그곳에 누워 하늘의 별들을 보아라. 그 별들이 그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반갑다 인사해줄 것이고 가슴속 비밀을 털어놓을 것이다. - page 182 ~ 183

그의 이야기 중에 <명사산 추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곳의 모래와 모래바람 소리, 낙타의 서러운 울음소리는 지난날의 그리움을 나타내지만 그럼에도 그것으로부터의 희망을 꿈꾸라는 그의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미쳐 바라보지 않았기에 몰랐던 이야기를 살며시 건네는 그.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막'이란 낯선 곳이 어느새 '내'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도 잔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나의 사막은 어떨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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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인물 교양 수업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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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즐거움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교양을 쌓는 재미!

특히나 잠들기 전에 가볍고 편하게 읽고 즐길 수 있기에 이와 같은 책들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인물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틴 루터 킹, 서재필, 파블로 에스코바르까지

세상을 바꾼

100명의 인물로 읽는 세계사


1cm 인물 교양 수업

 


책 속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일대기와 명언을 압축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자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은 유튜브 영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에 책을 읽고 난 뒤 그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본다면 그 인물에 대해서는 온전히 자신의 교양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책의 장점은 인물에 대해 단순히 그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의 전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그가 사망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도 영원한 '사과교'의 교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다르게 생각하라'

'계속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이 시대의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책 속엔 각 장마다 마지막에 <쉬어가는 페이지>로 앞서 소개되었던 인물들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무렵에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였던 히틀러였지만 반려동물은 끔찍하게 사랑했다고. 그는 평생 동안 여러 마리의 개를 길렀고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이를 선전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1933년 11월, 세계 최초로 독일에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을 제정한 것은 히틀러와 나치당이었다. 이 법은 오늘날 전 세계의 동물보호법의 기초가 되었다. - page 120

팝아트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앤디 워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순간 소름이 일어났었습니다.


8 디 워홀은 '미래에는 모두가 15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등장할 것을 미리 예측했던 걸까? - page 197

지금까지 그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우리에게 어떤 작품으로 또 한 번의 충격을 선사할지가 궁금하였습니다.


많은 인물들 가운데 마지막을 장식한 '악의 평범성'을 논했던 '한나 아렌트'.

평범한 인간들이 악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일러준 그의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이 긴 여운과 함께 남곤 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고민해보지 않고 그저 행동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타인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치를 떨면서도 반인간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과연 이것이 올바른 길인지 말이다. 한나 아렌트는 꾸준히 생각하지 않으면 말하는 것도 무능해지고 행동도 무능해진다고 보았다. 결국 그 행동은 악을 불러오고 사회와 국가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우리들의 깊은 사유'인 것이다. - page 294


100명의 인물의 이야기 후 마지막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정보'라 하였습니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현자'가 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짧지만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었던 『1cm 인물 교양 수업』.

문제의 답이 필요할 때 언제든 펼쳐 읽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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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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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찬바람은 불어오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면 마음은 싱숭생숭하기만 합니다.


책을 읽는 것에 조금 나태해지기 시작할 무렵.

저에게 다가온 이 책 한 권이 흔들렸던 제 마음을 다잡아주었습니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

그의 시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풀꽃>이란 시를 통해서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한때 그는 복막염과 급성 췌장염으로 병마와 싸우며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라고 하는 그의 말이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에서 첫 문장은 신이 주시는 선물이다.

또한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다.

영혼의 울림 덕분이다.

-나태주


그가 뽑은 시들을 통해 저도 위로를, 영혼의 울림을 받고 싶었습니다.


책 속엔 국내 명시 114편이 담겨있었습니다.

각 시마다 나태주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에피소드 등이 엮어 있어서 시와 그와 내가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냥 내 마음을 기대게 되고 자꾸만 읊조리게 되면서 어느새 따스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가 참 좋았습니다.

 


'프란체스카 도너 리'는 이승만 박사의 부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젊은 시절 이승만 박사와 주고받은 편지 가운데 들어있던 문장이 이 글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랑...

너무나 아름답고도 따스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요즘 길가에 피어있는 '국화'를 보고 나니 이 시가 더없이 아련하게 다가왔었습니다.

 


단 한 송이의 국화를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천둥이, 자신이 그렇게 울었는지...

그 그리움이 진한 국화향처럼 남겨졌습니다.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더 진하게...

그 어떤 행동보다 더 따스하게...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마치 그가 썼던 <시>와도 같았습니다.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나태주


그 보석들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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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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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양계 행성'을 배울 땐 9개의 행성이 존재하였습니다.

수성 - 금성 - 지구 - 화성 - 목성 - 토성- 천왕성 - 해왕성 - 명왕성

그런데 2006년 행성을 정의하는 기준을 수정하면서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분류하게 되고 태양계에서 빠지게 됩니다.


조금은 서운하였습니다.

그동안 태양계 행성으로 같이 불리던 행성이 퇴출(?) 되었기에 앞으론 그다지 인연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주과학의 역사는

명왕성 탐사 전과 후로 나뉜다!"


14년 동안 2500명 과학자가 이루어낸 기적의 우주 드라마!

명왕성 탐사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모든 행성 중 가장 멀어서 닿기도 가장 힘든 '명왕성'.

여전히 가장 많은 비밀에 싸여 있으며 연구하기도 가장 힘들기에 행성학자들이 좋아하는 도전과 수수께끼가 아주 많은 곳.

그렇기에 과학자들 사이에 단호한 의지로 명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명왕성 탐사를 위한 준비가 시작됩니다.


태양계 외곽을 향해 전진!

하지만 그들의 꿈과 우주선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가기엔 위험지대들이 곳곳에 존재하였습니다.

각각의 탐사계획에 대해 그 계획이 해당 분야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명왕성 탐사계획이 아직 실행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오랫동안 추진된 다른 아이디어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고려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으로 그들의 명왕성 탐사계획은 좌절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 순간!

예순여덟 살의 대기 물리학자인 헨텐이 SSES 회의에서 토론 중 중요한 순간에 앞으로 나서 명왕성에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모든 과학적 이유들을 요약해서 발언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젠장! 탐사선이 명왕성에 도착할 때쯤 나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 설사 살아 있다 해도 그런 상황을 의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과학이 중요해요. 그러니 그냥 합시다." - page 115


과학자의 소신 있는 발언.

저에게도 큰 울림으로,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수많은 외압으로 거듭 좌절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명왕성을 사랑하는 이들은 또다시 일어서게 되고 결국 프로젝트는 실행하게 됩니다.

제안서와 탐사선의 이름을 정하는 일.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앨런의 머릿속을 스친 이름.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매우 긍정적인 단어인 '뉴new'가 반드시 이름에 들어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우리가 아주 많은 의미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젠장, '뉴프런티어'가 저어엉말 좋은데,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니. 도중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우연히 서쪽 지평선horizon의 로키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뉴호라이즌스'. 우리는 명왕성과 카론과 카이퍼대를 탐사하기 위해 새로운 지평선을 찾고 있었고, PI가 주도하는 최초의 외행성 탐사계획을 추진하는 것 역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작업이었다. 뉴호라이즌스처럼 밝은 이름에서 검은 의미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뉴호라이즌스는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웠다. 우리 탐사계획이 두 가지 중요한 의미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임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 page 186 ~ 187


그렇게 뉴호라이즌스 팀은 2500명이 한 '탐험단'이 되어 2005년 늦여름에 뉴호라이즌스 호를 완성하게 됩니다.


1989년부터 2005년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애쓴 끝에 명왕성을 탐사할 우주선이 마침내 발사장에 도착했다. 이제 곧 정말로 태양계를 종단해서 역사상 가장 먼 천체들을 탐사하게 된다. 척에게 그 말을 들은 순간, 발사가 임박했고 그 뒤로 10년에 걸친 비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현실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문자 그대로 등골이 오싹했다. - page 281

 


우주선은 그토록 갈망했던 명왕성의 모습을 데이터로 송신해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지만...

뉴호라이즌스 팀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뉴호라이즌스 호 발사로부터 겨우 7개월이 지난 2006년 8월에 IAU라는 국제천문연맹 천문학자 모임의 회의.

'행성'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왜행성은 행성이 아니다." - page 345


이 조항으로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프라하에서 천문학자들이 시행한 표결의 결과를 들은 뉴호라이즌스 팀은 무심함, 당혹, 짜증, 진짜 분노 등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랜의 이 말이 그들의 마음과 더해져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왜소한 사람도 사람이다. 왜행성도 행성이다. 논증 끝." - page 345


뉴호라이즌스 호가 찍은 선명한 사진들을 통해 명왕성의 아름다움이 공개되고, 극적인 지형과 기묘한 표면은 물론 밝게 빛나는 하트까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자 관심은 몇 배로 증폭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우리는 도전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탐사계획을 처음부터 만들어낸 사람들은 자신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심히 좇으면서 단 한 번도 꿈을 놓아버리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여기에 쏟아 마침내 하고자 했던 일을 성취했다. 우주선이 명왕성 뒤편까지 나아간 뒤 푸르스름한 태양빛을 받은 명왕성을 뒤돌아보며 찍은 사진은 우리에게 명왕성 탐사의 성취를 상징한다.

다시 그 사진을 본다. 우리는 해냈다. 정말로 해냈다. 거기에 도달했다. - page 510


뉴호라이즌스 호는 2021년 4월에 명왕성 궤도의 끝에 도착한 뒤, 지구에서 보낸 명령을 받아 전원이 꺼질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보여준 신비와 명왕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탐사 가능성은 또다시 과학자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대장정의 명왕성 탐사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저 역시도 마치 '탐험단'으로 살짝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습니다.

과학자이기에, 자신의 신념을 다해 집념과 끈기로 쌓아올린 그들의 열정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명왕성'을 알게 되었고 저에겐 진정한 '행성'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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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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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 모든 영역의 집합체와도 같았습니다.

인물, 역사, 과학, 예술, 인문학 등.

하나의 그림으로도 다양하게 읽어갈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엔 '의학'의 시선으로 미술을 바라본다고 하였습니다.

조금은 의아하였습니다.

미술과 의학이 어우러질지는 이 책을 읽어봐야 알 것 같았습니다.


히포크라테스미술관』 

 


본문으로 들어가기 앞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미술과 의학이 조화를 이루는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머리말>부터 차근히 읽어내려갔습니다.


사람의 얼굴의 빛 '낯빛'과 안색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슬플 때 등 여러 감정이 얼굴에 표현되는 것처럼 그림에도 표현되는 색과 빛이 의학적 코드와도 닮아있었습니다.


맨 처음 '죽음의 빛'을 의학적으로 관찰해 기록한 이는 히포크라테스입니다. 2000여 년 전 그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낯빛'을 사려 깊게 관찰한 기록을 후대에 남겼습니다. 혈색이 극도로 창백하고 안모가 매우 야위었으며, 협골은 돌출하고 안광이 무뎌져 의식을 거의 소실한 상태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죽음의 징후를 간파했습니다. 의학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그 옛날, 죽음에 임박한 사람을 이처럼 세세하게 관찰해 기록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의학에서는 그의 뜻을 기려 임종을 맞은 사람의 얼굴을 '히포크라테스 안모'라고 부릅니다.


모네의 <임종을 맞이한 카미유>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안모'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림에는 흥미로운 의학적 코드들이 참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 page 5 ~ 6


그렇게 그림 속 의학 코드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첫 장을 열었던 고흐의 <영원의 문>.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하기 두 달 전에 완성한 유화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예술가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깊은 절망감에 극심한 궁핍까지 겹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그의 심정을 표현한 작품을 묘한 데자뷰를 이룬 어느 음악가의 황망하기 그지없는 부음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비창>.

그가 죽기 아흐레 전 <비창> 초연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달리 지휘할 때 팔을 힘차게 휘두르지 않고 또 시종일관 매우 무기력하고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는 진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처절한 슬픔과 고독을 겪어내야 했는지를 고흐의 작품과 함께 번갈아 보면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고흐의 그림 속 노인이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가혹한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 그건 바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저 깊은 절망의 터널'입니다. - page 32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제 눈길을 사로잡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마담 퐁파두르 후작'

 


무능하지만 바람막이 남편이 있었고, 두 아이가 있었던(하지만 어린 나이에 사망하게 됩니다.) 에티올르.

하지만 타고난 미모에 지식과 교양까지 겸비되어 있었기에 한 남자의 평범한 아내로 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루이 15세의 측근이 되고 후작의 신분을 얻게 된 그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그녀를 탐탁잖게 여겼던 왕족들에 의해 서서히 저물어가게 됩니다.


그녀에겐 말 못할 아픔과 고통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이 15세의 비정상적인 호색 행위로 인해 감염된 성병과 극심한 편두통.

이로 인해 마흔셋 젊은 나이로 영면하게 되는데 그런 그녀의 죽음에도 막말을 내뱉는 이들은 정말이지...


퐁파두르 주변에는 따뜻한 지지자들 또한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과 아픔을 진심을 다해 챙겨줄 주치의는 없었던 걸까요? 그녀의 죽음이 못내 아쉬워 부질없는 하소연으로 그녀를 보내드립니다. - page 198


그녀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과도 비슷하게 엿보여서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의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옛날엔 무거운 왕진가방을 챙겨들고 의사가 병원을 나와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진료하였었는데 20세기 이후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의해 사람들은 의사라는 직업을 선호하고 선망할수록, 의사들로부터 외면받는 가난한 환자들이 늘어만 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최첨단 의료기기와 바이오산업으로 의사 대신 AI가 약을 처방하고, 환자는 원격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음에 '의사'란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가운데 이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의사는 우리 가슴에 직접 청진기를 대고 환자의 고통을 속속들이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환자가 필요로 할 때면 왕진가방을 챙겨들고 그의 곁으로 달려갈 수 있는 의사 말입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건 그 어떤 첨단의술도 아닌, '진심'과 '정성'이라는 것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 page 89 ~ 90


이 그림을 보면서 지금도 K-방역 전선에서 뛰고 있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다시 한 번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명화를 의학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거의 모든 인문학이 읽힌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건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음에 표현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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