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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정명섭 지음 / 북오션 / 2020년 11월
평점 :
추리, 서스펜스, 스릴러의 혼재
너무나도 좋아하는 장르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인 '정명섭'작가의 작품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추락』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9/pimg_7523781182736532.jpg)
마지막으로 평온했던 날 '목요일'
한때는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평상 남우주연상을 싹 쓸었던 배우 '강형모'.
이제는 각종 사건사고에 휩쓸리게 되면서 그의 이름 앞에 '몰락'이란 타이틀을 붙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빚쟁이들로부터 시달리고 있던 그는 돈 많고 어리숙한 이혼녀를 만나 한 밑천을 챙길 요령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혼녀 '서미진'...
그리고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영화 동아리 모임 뒤풀이 자리.
오늘 본 구로자와 아키라의 옛날 영화를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재미없고 지루해 잠시 밖으로 나오게 된 '원준'.
그런데 이미 밖에 나와 있던 '다슬'이를 보고 불쑥 튀어나온 용기로 고백을 하게 됩니다.
고백을 받아준 다슬이는 원준이와 데이트 약속을 합니다.
"좋아서. 내일 내가 집으로 데리러 갈게. 목동에 있는 영화아파트 맞지?"
"응, 근데 진짜 집은 개봉동에 있어. 언덕 끝 교회 옆."
"진짜 집?"
원준의 반문에 다슬은 고개를 흔들어 댔다.
"그런 게 있어. 그냥 잠실역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응, 몇 시에 만날까?"
"두 시 어때?"
"좋아." - page 13 ~ 14
모든 일의 시작 '금요일'
오전 11시 51분.
미진이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딸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가려고 나왔다는 내용.
어제까진 아무 얘기 없었기에 화가 났는데 한술 더 떠서 집에 있는 여행용 캐리어를 마두역에 있는 상가로 갖다 달라는 부탁까지 문자로 남깁니다.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그녀의 돈이 필요했기에 형모는 그녀의 집에서 캐리어를 가지고 나옵니다.
오후 2시 11분.
약속 장소에 도착한 형모는 미진에게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고 오히려 낯익은 벨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곳엔 그와 여행 가방들뿐인데...
그 소리는 여행 가방 안에서 들려왔던 것이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 그는 여행 가방을 살펴보는데...
"빌어먹을 제대로 걸렸군. 이제 어떻게 하지?" - page 28
여행 가방 속엔 미진이와 그의 자식들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정황상 그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일요일까지만이다. 그때까지 진짜 살인범을 때려잡으면 되는 거야. 오케이?" - page 73
그렇게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한편 원준은 2시에 잠실역에서 만나기로 했던 다슬이가 두 시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바람맞았다는 분노는 초조함으로 변하게 되고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원준은 다슬이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고...
과연 누가 강형모에게 누명을 씌운 것일까?
누명을 벗기까지 그에게 주어진 72시간...
그리고 원준이는 다슬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까?
숨 막히고도 짜릿한 추격 과정을 소설을 읽으면서 즐겨보길 바랍니다.
강형모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요."
"닥쳐! 닥치란 말이야! 나 강형모야. 남들이 다 사기꾼이고, 색골에 거만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난 강형모라고. 이렇게 살다가 뻥 하고 가는 거야. 농사 지으면서 백 살, 이백 살까지 사느니 내일 죽더라고 양복 쫙 빼입고 지갑 속에 돈 빵빵하게 채워 놓고 죽을 거라고, 그게 설사 다 부도수표에 위조지폐라고 해도 말이야." - page 198
허황된 꿈을 좇으며 자신 스스로를 벼랑 끝에 내모는 그의 모습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는 한 여배우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 씁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통해 '매스컴 보도'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9/pimg_7523781182736529.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9/pimg_7523781182736530.jpg)
사람의 목숨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기사를 위해 사건을 쫓는 모습...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도리로써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반성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라는 말을...
그러니 부디 우리 모두 인간답게, 지킬 도리는 지키면서 살아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