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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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긴급구호 현장에 먼저 달려가 있던 그녀 '한비야'.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찾아 읽곤 합니다.

그 도전과 활력을,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배우고자...


5년 만에 신작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동반자가 한 분 계셨습니다.

결혼 3년 차를 맞이하게 된 이 부부, 한비야와 남편 안톤 씨.

왠지 이 부부는 뭔가 새로움이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자유롭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2002년 그녀와 안톤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2014년 가을, 마침내 연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초빙교수로 학부 수업까지 맡으면서 방학 이외엔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안톤 역시도 터키 남부 시리아 난민촌에서 일하면서 긴박한 상황에 실시간 대응 하느라 짬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상황.

이들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구호 전문가 아닌가? 안톤과 나는 구호 현장에서 쓰는 방식을 우리 관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바로 '우선순위'와 '최소 기준' 정하기다. - page 20


그렇게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만든 최소 기준 네 가지.



비로소 이들의 '336타임'이란 기준을 세우고 1년에 3개월은 한국에,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일을 하며 따로지내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서 발췌한 이야기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로에게 배려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행복해보이는 모습에 읽는 저에게도 그대로 느껴져 부러우면서도 같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이성의 시대》에서 말한 인생의 중요한 사건은 15~ 45세에 일어나고, 그후엔 인내, 존경, 신뢰, 지혜 등이 따르는 성숙기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기중심적'인 주관을 가지고 있을텐데 이들은 조금씩 맞추어가면서 '우리 중심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나 '혼자 있는 힘'을 키워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과일 칵테일이 맛있고 보기도 좋으려면 한쪽 과일 맛이 너무 강하거나 한쪽의 양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흡수나 동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흔히 결혼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이라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불완전한 두 개의 반쪽이 모여서 비로소 하나의 완전체가 되는 게 아니라, 혼자로도 이미 완전체가 되어야 둘이 있어도 완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과일 칵테일식 결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관건은 '혼자 있는 힘'이고 그 힘을 길러야한다. - page 268 ~ 269

 

 

 

'따로 또 같이' 라이프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혼자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그녀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또다시 기다려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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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자를 읽을 시간 - 81일간의 편지
문규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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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자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책들은 시중에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공자를 비롯해 맹자, 순자, 노자 등.

솔직히 그들이 전한 말이 확! 나에게 와닿는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길목에서 노자의 지혜를 만나다


이제는 노자를 읽을 시간

 


여느 책들과는 달랐습니다.

단순히 노자 철학을 소개하거나 『노자도덕경』을 해설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노자'의 조각들을 담았기에 보다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그림과 사진들이 짧은 글과 어우러져 하나의 편지처럼 느껴져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하나씩 꺼내읽으면서 보다 잠시나마 명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유독 할아버지와 아이 사이의 대화가 많아서 참으로 정감이 갔었습니다.

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할아버지의 다정한 조언.

특히 이 이야기가 저에겐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역시도 아이에게 전하고픈 이야기 같아서였을까...


"나는 네가 언제나 민들레처럼 고만하면 좋겠는데..." - page 60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삶으로 사는 게 무엇일까...?

 


'섭생'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것.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장씩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에 억눌리며 살아왔던 것일까...


오랜만에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어느새 앙상한 나무 가지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노자의 말씀을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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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의 5대 걸작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종민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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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작가의 책에도 눈길이 간 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하... 지... 만....

그는 명성에 걸맞게도 장편소설들이었고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리도 긴지 초반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다가 포기하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꼭 읽으리란 다짐과 함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이런 저도 이젠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을 읽게 된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권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었지만 결코 내용은 묵직하였던 이 책.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첫 장편소설.


죄와 벌

 


너무나도 설레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명성을 몸소 느낄 수 있기에...

작가 스스로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칭할 정도인 이 소설의 매력에 살며시 발을 담궈봅니다.


무더위가 한창인 7월 초 어느 날 오후에 S골목 하숙집에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방에서 나와 K다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page 9


주인공 로스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는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래서 가려고 하는 목적지까지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긴장감 속에 커다란 건물로 다가갑니다.

4층에 도달한 뒤 아파트 문 앞에 매달린 줄을 당깁니다.

초인종 소리는 작게 울렸고 뒤이어 예순 살 정도 된 작고 야윈 노파가 청년을 경계하는 기색으로 바라봅니다.


"무슨 일로 온 거요?" 노파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기 전당품을 가져왔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은시계를 꺼냈다. 쇠줄이 달린 시계 뒷면에는 지구의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번 저당 잡힌 물건도 기한이 다 되어 가는데, 벌써 한 달하고 사흘이 더 지난 것은 어떻게 할 텐가?"

"한 달치 이자를 드릴 테니 조금만 연기해주세요."

"기한이 지나면 물건을 팔아버리든 다시 연기를 하든 그건 내 마음이지." - page 13 ~ 14


돈이 없어서 대학도 휴학하고 일자리마저 짤려 하루를 버티는 것마저도 힘든 그는 자신이 가진 물품들을 저당 잡으며 간간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 두냐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결국 사랑하지도 않는 루쥔이란 작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신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그는 순간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치게 됩니다.

술집에서 만났었던 마르델라도프가 했던 말이...



'선생,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든지 어디든 갈 곳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는 갑자기 몸을 떨었다. 무서운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생각은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그저 허황된 망상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망상이 아니라 전혀 새롭고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거지? 편지를 읽고 나서 바로 밖으로 나왔었는데... 아, 그래 바실리옙스키 섬에 있는 라주미힌의 집으로 가려고 했었지...' - page 31


그는 또다시 노파에게 찾아갑니다.

이번엔 그의 품에 도끼를 품은 채...

그리고는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그녀의 이복 여동생 리자베타에게 머리에 흉기를 휘두르게 되고 살인을 저지른 그는 그만 정신을 잃게 됩니다.


자신이 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를, 자신의 죄의 정당성을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꾸만 되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저 벌레 같은 한 마리의 이를 죽인 거야. 쓸모없고 추하고 해롭기만 한 이말이야."

"하지만 사람은 이가 아니잖아요!"

"그건 나도 알아. 나폴레옹이라면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을까?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난 나폴레옹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거겠지. 난 내가 한 마리 이에 불과한지, 아니면 인간인지를 알고 싶었던 거야. 벌벌 떨고 있는 피조물에 불과한지, 아니면 선을 넘을 수 있는 권리를 지녔는지를 말이야..."

"권리요? 죽이는 권리 말씀이에요?" 소냐는 다급히 물었다.

"아아, 내가 과연 노파를 죽였을까? 난 노파가 아니라 나 자신을 죽였어!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야. 내가 아니라고! 아아! 이제 그만 나를 내버려둬, 소냐!" - page 242 ~ 243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는 모습으로 그의 마지막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죄'에 대한 '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자만, 광기, 회개까지...

하지만 이런 의문도 남곤 하였습니다.

회개가 진정한 용서가 되는 것일지...


읽고 나서 좀처럼 묵직한 느낌으로 인해 답답함마저 느낀 게 사실이었습니다.

라스콜니코프의 새로운 시작이란 마지막 말이...

누군가와 겹쳐지기 때문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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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정명섭 지음 / 북오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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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서스펜스, 스릴러의 혼재


너무나도 좋아하는 장르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인 '정명섭'작가의 작품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추락

 


마지막으로 평온했던 날 '목요일'

한때는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평상 남우주연상을 싹 쓸었던 배우 '강형모'.

이제는 각종 사건사고에 휩쓸리게 되면서 그의 이름 앞에 '몰락'이란 타이틀을 붙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빚쟁이들로부터 시달리고 있던 그는 돈 많고 어리숙한 이혼녀를 만나 한 밑천을 챙길 요령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혼녀 '서미진'...


그리고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영화 동아리 모임 뒤풀이 자리.

오늘 본 구로자와 아키라의 옛날 영화를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재미없고 지루해 잠시 밖으로 나오게 된 '원준'.

그런데 이미 밖에 나와 있던 '다슬'이를 보고 불쑥 튀어나온 용기로 고백을 하게 됩니다.

고백을 받아준 다슬이는 원준이와 데이트 약속을 합니다.

 

"좋아서. 내일 내가 집으로 데리러 갈게. 목동에 있는 영화아파트 맞지?"

"응, 근데 진짜 집은 개봉동에 있어. 언덕 끝 교회 옆."

"진짜 집?"

원준의 반문에 다슬은 고개를 흔들어 댔다.

"그런 게 있어. 그냥 잠실역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응, 몇 시에 만날까?"

"두 시 어때?"

"좋아." - page 13 ~ 14


모든 일의 시작 '금요일'

오전 11시 51분.

미진이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딸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가려고 나왔다는 내용.

어제까진 아무 얘기 없었기에 화가 났는데 한술 더 떠서 집에 있는 여행용 캐리어를 마두역에 있는 상가로 갖다 달라는 부탁까지 문자로 남깁니다.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그녀의 돈이 필요했기에 형모는 그녀의 집에서 캐리어를 가지고 나옵니다.


오후 2시 11분.

약속 장소에 도착한 형모는 미진에게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고 오히려 낯익은 벨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곳엔 그와 여행 가방들뿐인데...

그 소리는 여행 가방 안에서 들려왔던 것이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 그는 여행 가방을 살펴보는데...


"빌어먹을 제대로 걸렸군. 이제 어떻게 하지?" - page 28


여행 가방 속엔 미진이와 그의 자식들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정황상 그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일요일까지만이다. 그때까지 진짜 살인범을 때려잡으면 되는 거야. 오케이?" - page 73


그렇게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한편 원준은 2시에 잠실역에서 만나기로 했던 다슬이가 두 시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바람맞았다는 분노는 초조함으로 변하게 되고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원준은 다슬이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고...


과연 누가 강형모에게 누명을 씌운 것일까?

누명을 벗기까지 그에게 주어진 72시간...

그리고 원준이는 다슬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까?

숨 막히고도 짜릿한 추격 과정을 소설을 읽으면서 즐겨보길 바랍니다.


강형모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요."

"닥쳐! 닥치란 말이야! 나 강형모야. 남들이 다 사기꾼이고, 색골에 거만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난 강형모라고. 이렇게 살다가 뻥 하고 가는 거야. 농사 지으면서 백 살, 이백 살까지 사느니 내일 죽더라고 양복 쫙 빼입고 지갑 속에 돈 빵빵하게 채워 놓고 죽을 거라고, 그게 설사 다 부도수표에 위조지폐라고 해도 말이야." - page 198


허황된 꿈을 좇으며 자신 스스로를 벼랑 끝에 내모는 그의 모습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는 한 여배우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 씁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통해 '매스컴 보도'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기사를 위해 사건을 쫓는 모습...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도리로써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반성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라는 말을...

그러니 부디 우리 모두 인간답게, 지킬 도리는 지키면서 살아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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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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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결혼한 여자가

마주한 운명의 아이러니를 그린 미스터리 소설!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의 방법이...

사랑하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에게 결혼까지 결심하다니...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열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흠칫하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에 쥐고 있던 큰 접시 두 장이 부엌 바닥에 깨져 있었다. - page 4


심플하고 새하얀 도자기로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았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아직 사흘밖에 쓰지 않았던 접시.

지금은 접시의 파편이 여기저기 넓은 범위로 흩어져 있습니다.

하얗고 반들거리는 산산조각 난 파편들.


"같네."

"응?"

"뼈 같아. 하얀 게." - page 5


접시 뒷면에 새겨진 BONE CHINA처럼 가루를 보니 마치 뼛가루처럼 느껴집니다.


새하얗게 태워진 뼈와 가루를 떠올리고 말았다.

남편의 유골.

현 남편, 히데오가 아니다.

전 남편, 다다토키를 말한다. - page 9


1년 반 전.

어지간해서는 울리지 않는 집 전화가 한밤중에 울렸습니다.

남편 다다도키의 추락사...

그런데 그토록 내가 사랑했던 남편은 내가 알던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야스마 제약 회사에 다니는 줄 알았는데 따로 집을 구해 고급스럽지만 무슨 회사인지 알 수 없는 회사명 아래 남편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사건 현장이 되고...

용의자라 의심되는 시립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구보카와치 히데오는 오히려 피해자란 이미지로 비춰지게 되는데...


"여기서 무슨 짓이죠? 우리 남편은 살해당했습니다. 나쁜 건 범인이잖아요? 왜 남편을 몰아세우는 거죠? 범인을 추궁하세요!" - page 50


서로가 너무나도 닮았던 사키코와 다다토키.

그래서 서로가 끌리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한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 음주 상태였다는 점, 그리고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여 살인이 아니라 사고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니 분하고도 허무한 마음​은 그녀의 삶의 의지를 꺾고 맙니다.

자살을 결심하던 그녀는 운 좋게 살아남게 되고...

그녀는 복수를 꿈꾸게 됩니다.

사키코가 아닌 에리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뜻밖의 사실을 마주하게 되고...


"여보...... 우린 어쩌다 이렇게...... 엇갈려서......" - page 293


'복수'라는 분노의 화염 끝엔 상실과 허무함이 남아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란 씨앗에서 비롯되어 장미처럼 수많은 가시로 뒤덮여있음에 가슴 한 켠이 아렸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작열하게 타오르던 불꽃은 어느새 그 자리에 재만이 남아 한때 존재했었음을 아련한 연기와 함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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