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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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결혼한 여자가

마주한 운명의 아이러니를 그린 미스터리 소설!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의 방법이...

사랑하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에게 결혼까지 결심하다니...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열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흠칫하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에 쥐고 있던 큰 접시 두 장이 부엌 바닥에 깨져 있었다. - page 4


심플하고 새하얀 도자기로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았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아직 사흘밖에 쓰지 않았던 접시.

지금은 접시의 파편이 여기저기 넓은 범위로 흩어져 있습니다.

하얗고 반들거리는 산산조각 난 파편들.


"같네."

"응?"

"뼈 같아. 하얀 게." - page 5


접시 뒷면에 새겨진 BONE CHINA처럼 가루를 보니 마치 뼛가루처럼 느껴집니다.


새하얗게 태워진 뼈와 가루를 떠올리고 말았다.

남편의 유골.

현 남편, 히데오가 아니다.

전 남편, 다다토키를 말한다. - page 9


1년 반 전.

어지간해서는 울리지 않는 집 전화가 한밤중에 울렸습니다.

남편 다다도키의 추락사...

그런데 그토록 내가 사랑했던 남편은 내가 알던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야스마 제약 회사에 다니는 줄 알았는데 따로 집을 구해 고급스럽지만 무슨 회사인지 알 수 없는 회사명 아래 남편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사건 현장이 되고...

용의자라 의심되는 시립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구보카와치 히데오는 오히려 피해자란 이미지로 비춰지게 되는데...


"여기서 무슨 짓이죠? 우리 남편은 살해당했습니다. 나쁜 건 범인이잖아요? 왜 남편을 몰아세우는 거죠? 범인을 추궁하세요!" - page 50


서로가 너무나도 닮았던 사키코와 다다토키.

그래서 서로가 끌리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한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 음주 상태였다는 점, 그리고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여 살인이 아니라 사고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니 분하고도 허무한 마음​은 그녀의 삶의 의지를 꺾고 맙니다.

자살을 결심하던 그녀는 운 좋게 살아남게 되고...

그녀는 복수를 꿈꾸게 됩니다.

사키코가 아닌 에리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뜻밖의 사실을 마주하게 되고...


"여보...... 우린 어쩌다 이렇게...... 엇갈려서......" - page 293


'복수'라는 분노의 화염 끝엔 상실과 허무함이 남아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란 씨앗에서 비롯되어 장미처럼 수많은 가시로 뒤덮여있음에 가슴 한 켠이 아렸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작열하게 타오르던 불꽃은 어느새 그 자리에 재만이 남아 한때 존재했었음을 아련한 연기와 함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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