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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아이
크리스티안 화이트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2월
평점 :
역시나 스릴러 독자인 내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던 이 소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였지만 무엇보다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스릴러.
이 책을 읽고 나면 며칠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A. J. 핀(베스트셀러 <우먼 인 윈도> 저자)
읽기 전엔 몰랐지만 읽고 난 뒤 강한 묵직함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무의식중에 뒤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곤 하였습니다.
28년 전, 나는 지금의 가족에게 납치되었다
『어디에도 없는 아이』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22/pimg_7523781182772900.jpg)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노샘프턴 전문대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저녁에 사진을 가르치는 '킴벌리 리미'.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의를 하고 쉬는 시간.
수줍어 보이는 깔끔한 외모에 미국식 영어를 쓰는, 40대쯤 되는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알아보시겠어요?" - page 10
'제임스 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에는 짙푸른 눈에 머리칼이 검고 덥수룩한 여자애가 푸릇푸릇한 잔디밭에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는 덧붙여 남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새미 웬트입니다. 이건 새미의 두 번째 생일날 찍은 사진이에요. 3일 뒤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져요?"
"켄터키 주 맨슨에 있는 자기 집에서 사라졌습니다. 2층 침실에서요. 경찰은 침입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목격자도, 협박편지도 없었고요. 말 그대로 사라져버린 겁니다." - page 11
난데없이 그녀에게 찾아와 실종된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그 남자.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는 1990년 4월 3일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당신이 새미 웬트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새미 웬트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page 12
왠지 모를 찝찝함...
호기심에 새미 웬트 + 켄터키, 맨슨을 검색해 보는데...
기사에는 제임스 핀이 보여주었던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실려 있었고 조금 더 검색해보니 새미의 부모인 잭 웬트와 몰리 웬트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몰리의 생김새를 살피다가 자신의 얼굴과 비교를 해보니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질문이 유리 조각처럼 머릿속에 들어와 박혔다. 캐럴 리미,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 액자걸이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인사과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여자가 정말, 실제로, 그럴 수가-
나는 여기서 생각을 멈추었다. 함축된 의미가 지나치게 거대했고, 솔직히 말해 터무니없었다. - page 22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비교해 보기 위해 절반만 자매인 동생 에이미의 집으로 갑니다.
아기 때 사진도 없고, 세 살 전에 찍은 사진도 없지만 새미와 자신이 아주 많이 닮았음을 깨닫게 되고 이 모습을 바라본 에이미...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 언니가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 핸드폰에서 그 사진 지워. 그 남자 번호도 지우고. 전부 잊어버려."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해야 돼, 언니.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면 모든 게 변해버릴 거야."
"알았어." 내가 말했다.
"약속해?"
"약속해." - page 49
하지만 이미 불행의 씨앗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기에 그 사건의 진실을 좇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1990년 사라진 아이의 사건과 함께 현재를 오가며 진실을 향해 달려가고 그곳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킴벌리 리미는 새미 웬트일까...?
그렇다면 누가 이 아이를 데려간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기억들엔 저마다의 흔적을 남겨둔다고 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22/pimg_7523781182772899.jpg)
하지만 이들의 '빨간색 실'은 잡아당기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 삶이 망가진 사람들, 그동안 그들이 흘렸을 눈물이 있을 줄이야...
그럼에도 잡아당겼기에 어둠에서 서서히 빛으로 향해 갈 수 있었음을 이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 뭐가 보이는지 아니?" 아빠가 말했다. "깊고 넓은 바다야. 기억들은 물고기지. 얕은 곳을 걸어 다닐 땐 원하면 물고기를 집어 들어서 볼 수 있어. 두 손으로 기억을 붙잡고 들여다본 다음 다시 물에 던져 떠나보낼 수 있지."
아빠가 화장실 벽을 멍하니 응시했다.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물도 캄캄해지는 거야. 곧 내 발이 안 보이기 시작하지. 물고기도 안 보여. 물고기가 다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건 느껴지지. 물고기들은 저기 어딘가에, 깊은 물속에 있어. 걔네는... 상어야, 키미. 상어고 괴물이야.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니?" - page 100
아주 작은 실수를 덮기 위해 그들 나름의 최선이 결국 큰 비극을 불러왔다는 점...
그 '선택'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으로 남겨주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