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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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을 읽고 이번엔 '남성작가'들의 한국문학 수업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작가보다는 남성작가가 조금 더 있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서로 간의 기간과 의미를 비교하기 위해서 1960년대 이후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나중에 여성작가 편과 함께 다시 읽어보면 더 풍요롭게 한국문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1960년대 최인훈에서 2000년대 김훈까지

역사의 그늘로부터 건져 올린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이번 남성작가의 첫 장을 장식하신 분은 《광장》의 '최인훈' 작가였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넘쳐 여섯 번이나 개작을 해 판본이 일곱 개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서 그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의 핵심은 두 체제를 비판하면서 어떤 체제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명준은 대타자가 부재하므로 자기 주체를 정립할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주체를 정립하는 과제는 다음 작가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문학사에서 '매개'역할을 한 것이 《광장》의 의의라 말할 수 있다. - page 43

 

그리고 바로 이어진 작가가 《관부연락선》의 '이병주' 작가였습니다.

 

"나폴레옹 앞에는 알프스가 있고, 내 앞에는 발자크가 있다."

 

한국의 발자크이고자 했고 실제로 등단 후에도 발자크와 비슷한 삶을 살고자 등단 이후 80여 권 이상을 발표했다는 그.

그의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실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었습니다.

 

이것은 약간 난센스이기도 하다. '소설'은 픽션이자 허구의 작품이고 '실록'은 실제 사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논픽션에 속하기 때문이다. '소설'과 '실록'은 서로 충동하는 면이 있어서 비평가들이 다소 난감해 했다. 그동안 한국문학사에서 볼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새로운 장르였다. - page  50

 

그 '실록소설'의 출발점이 된 《관부연락선》.

 

 

무엇보다 《관부연락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그래서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한국소설사의 어떤 공백을 채워준다. 전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한 세대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바로 전 시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를 이해하려면 해방 이전 1930년대에서 1940년대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관부연락선》이다. '관부연락선'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해서 식민지 역사 전체를 파악하고자 한다. - page 67

 

이렇게 몰랐던 작품을 알아갈 수 있기에 이 한국문학 수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김승옥, 황석영, 조세희, 이문구, 김원일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나와있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읽어는 보았지만 소설이 우리 문학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잘 몰랐기에 이번에 이 작품들이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다시 읽게 된다면 시험이 아닌, 시대와 소설과 작가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1970년대 《당신들의 천국》의 이청준 작가.

이 작품이 지닌 의미와 동시에 문학적 빈곤이란 씁쓸한 이면이 남아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국가 주도적 근대화에서 발생하는 권력 문제를 다룬 한국소설이 희소하다. 《당신들의 천국》이 이청준의 작품 중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잘 쓰인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권력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포착한 이 작품이 작가의 역량이 원숙해졌을 때 쓰인 작품보다 더 많이 읽힌다. 권력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국문학 가운데 《당신들의 천국》을 넘어서는 작품이 아직 없다.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청준의 대단한 업적인 동시에 그 이후 작가들의 문학적 빈곤이라 할 만하다. - page 140

 

솔직히 '이문열' 작가라하면 저에겐 대단한 작가라 생각하는데...

그런 그가 한국소설의 중요한 결핍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로 '리얼리즘'.

 

 

또다시 명성만으로 섣부른 판단은 옳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남성작가 편에서는 여성작가 편에서보다 보다 시대상을, 사회상을, 그리고 현대문학 조건에 대해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의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남곤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필두로 해방 이전 시기의 문학을 가리켜 '한국근대문학'에 대한 강의도 언젠가는 책으로 엮어낸다고 하였습니다.

그 시대의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현대문학보다 더 접할 기회가 없기에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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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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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인해 너무나도 먼저 성숙해진 아이들을 보면 '어른'이란 입장에서 미안함을 느낍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처럼...

『자기 앞의 생』의 모모처럼...

한창 어리광을 부리고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지내기에도 짧은 어린 시절을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애써 미소를 짓는 아이의 모습.

그 미소가 짊어지고 있을 무게에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곤 합니다.

 

이 소설 속의 '엘리'...

읽으면서 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소리없이 눈물이 맺히곤 하였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픈 아이.

그래서 '좋은 사람'의 의미를 찾고자 했고 무수히 자신에게 좋은 사람인지 물었던 아이.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그리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우주를 삼킨 소년

 

 

엘리에겐 '특별한(?) 가족'이 있습니다.

변호사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약에 빠져 인생마저 꼬인 엄마.

엄마가 마약에 빠지게 된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자인 새아빠.

하루 종일 술과 담배에 빠져 책만 읽는 아빠.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이자 엘리에게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엘리가 의지하는 건 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 역시도 여섯 살 이후로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 암호 같은 메시지를 끄적이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 빠져있습니다.

참...

나쁜 길로 빠져들어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우리의 엘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꿋꿋이 가는 모습에 기특하였습니다.

 

할아버지와 엘리 사이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눈 대목이 있었습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꼬마야?"

"물어보세요."

"네 생각에는 내가 그 사람을 죽였을 것 같으냐?"

...

"내 생각에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같아요." 내가 말한다.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할아버지는 입에서 담배를 빼고는 식탁 맞은편에서 내 쪽으로 몸을 구부린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사악하다.

"인간은 네가 생각지도 못한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마." - page 111  ~ 112

 

이때부터 저 역시도

'나는 어떤가...?'

'나는 좋은 사람인가...?'

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엘리는 자신의 엄마를 사랑합니다.

그런 엄마가 마약에 빠져 있는 모습이 마냥 안타까워 제발 정신 차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

그런 엘리에게 폭력을 쓰던 새아빠는 잠시 진정이 된 뒤 엘리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울긴 왜 울어?" 아저씨가 묻는다.

"나도 몰라요. 진짜 알 울려고 했는데 뇌가 내 말을 안 듣는 걸 어떡해요."

이 사실을 깨달으니 눈물이 더 난다. 아저씨가 조금 기다려준다. 나는 눈을 닦는다.

...

"네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궁금한 적 없었냐, 엘리?"

"왜냐하면 난 약해빠졌으니까요."

"넌 약해빠지지 않았어. 우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네가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서 우는 거야. 그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 이 세상에는 겁이 나서 못 우는 사람들 천지야. 겁쟁이라 무신경하게 구는거지." - page 139 ~ 120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모습.

그 모습이 들키기 싫어서 화를 내고 폭력을 가하고...

그런 우리의 모습이 반성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약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은 엘리.

그런 엘리에게 슬림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이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자신의 몫임을...

어른들이 선택한 삶의 모습을 보며 엘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마침내 이들은 서로를 '포옹'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비로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소년을 통해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난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예요, 슬림 할아버지. 좋은 사람은 무모하고, 용감하고, 본능적인 선택으로 움직이죠. 이게 내 선택이에요, 할아버지.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 쩌억. 도끼가 마지막 문에 박힌다. 인간다운 일을 하는 거야. 형이라면 이렇게 할 거야. 쩌억. 라일 아저씨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쩌억. 아빠라면 이렇게 할 거야. 쩌억. - page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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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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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글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슬픔으로 얼어붙은 당신의 마음을 유쾌하게 녹여 줄 단 하나의 이야기

 

슬픔으로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왠지 따뜻한 이야기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소설.

마지막에 코끝 찡한 감동까지 선사했기에 더없이 행복했던 이 소설.

 

거리의 춤추는 판다와

말하지만 말하지 않는 소년,

이들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댄싱 대디

 

 

끼익! 하는 자동차 바퀴 소리에 잠이 깬 '대니'.

지금 여기에서 난 소리가 맞나 하고 생각을 되짚다 보니 조금씩 정신이 들었습니다.

꿈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텅 빈 베개가 있는 옆자리...

 

주방으로 가 주전자에 물을 채워 불에 올리고, 빵을 토스터에 넣은 다음 라디오를 켭니다.

식탁에 앉아 지난 14개월 동안 그래 온 것처럼 벽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윌!" 그가 주방 문가에서 소리쳤다. "일어났니?" - page 13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윌은 대답하지 않고 멍든 팔을 보며 문고리에 걸린 구겨진 교복 셔츠를 가져와 찡그린 얼굴로 팔을 소매 안으로 살살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땅콩버터를 바른 두 조각의 토스트와 머그잔에 그려진 붉은 증기기관차를 보며 마지못해 한 입 해 봅니다.

 

"오늘 엄마 생일인 거 알지?" - page 14

 

대니는 노란색 안전모와 형광색 작업복 차림으로 공사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지각을 한 대니.

그런 대니에게 작업반장 알프는 새로 온 관리자가 오늘 아침에만 두 명을 해고할 정도로 인정사정 안 봐 주는, 깐깐한 사람이니 앞으로 지각하지 말라고 당부를 합니다.

 

대니는 윌과 함께 묘비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1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

여전히 윌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대니는 묘비를 바라보며 말을 건넵니다.

 

"있잖아." 대니가 잔뜩 흐린 하늘을 힐끗 쳐다보았다. "난 지금 여기 서서 돌에 대고 말하고 있어. 당신이 지금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은 거 알아. 당신은 여기 없으니까. 여기 있을 리가 없지. 햇살이 비치지 않잖아. 그러니까 내가 지금 돌에 대고 말하고 있다는 거지. 당신은 지금 생일 기념으로 놀러 나갔으니까. 재미있게 놀아. 지금 어디서 뭘 하든 웃고 있어야 해. 춤추고 있으면 좋겠다. 들어올 때 나 깨우지 말고 조용히 들어와. 알았지?"

대니는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가 묘비로 가져갔다.

"사랑해, 리즈. 생일 축하해." - page 40

 

아직 아내를,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들에게 시련이 찾아옵니다.

월세가 두 달이나 밀린 세입자 대니에게 집주인 레그는 큰 자비를 베푼다며 두 달 기간을 주어서 이자까지 갚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쫓겨나는 것은 기본이고 멀쩡한 몸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협박을 합니다.

그런데 안 좋은 일은 왜 한꺼번에 찾아오는지...

레그의 협박을 받은 지 몇 시간도, 아니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공사장에 지각을 하는 바람에 깐깐한 관리자로부터의 해고를 통보받게 됩니다.

수입이 끊기게 되고 얼마 뒤면 집까지...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모두 '경력'을 원하게 되고...

막막해진 대니는 얼마 전 공원에서 보았던 공연자들이 변장하고 바보짓을 하는 것으로 꽤 짭잘한 수입을 올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자신도 공연자가 되기로 합니다.

바로 '춤추는 판다'.

 

뭐 하나 공연할 것도 없는 판다이기에 수입은커녕 마이너스가 될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디 가냐, 윌리?" 마크가 말했다. 토니는 도토리를 윌의 뒤통수에 던졌다. "야! 윌리! 윌리 웡카! 남자친구 찾냐?"

세 명이 계속 뒤따라오자 윌은 좀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 page 136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도 마크 패거리들은 윌을 괴롭히는데 굳이 쫓아와서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만하라고 말하면 그만하지. 말만 하면 가만 놔둘게." 마크가 말했다.

윌은 말이 없었다. 넘어지거나 도망치지 못하도록 팔을 꽉 붙잡힌 몸이 축 늘어졌다. - page 137

 

어디선가 덤불에서 털북숭이 가면을 쓴 미치광이가 튀어나와 소년들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놀란 소년들은 도망가고 남은 윌.

 

"고맙습니다." - page 138

 

방금 들은 말, 들은 것 같은 말, 제발 들은 것이 맞기를 바라지만 믿어지지 않는 말.

대니는 지금 뭐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윌이 말을 하는 것을 알게 되고 대니에게 조금씩 희망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윌은 대니가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기에, 사실 자신이 판다였다고 말을 하지 못하고...

그러다 다시 윌이 판다에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왜 말을 안 하세요?"

대니는 예, 아니오가 아닌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발 옆에 놓인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이것저것 적어두는 수첩을 꺼내 뭐라고 휘갈렸다. 자신의 형편없는 필기체를 아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일부러 대문자로만 썼다.

'난 판다니까.'

윌이 미소 지었다. "저도 이해해요. 말하기 싫은 마음 말이에요. 저도 말을 안 하거든요." - page 197

 

그렇게 윌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된 대니.

그리고 알게 된 사실.

 

 

그동안 아들에 대해 몰랐던 대니는 이제라도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하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니.

과연 이 둘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동안 윌을 괴롭히던 마크에게 윌이 외친 이 이야기는 참 가슴이 찡했습니다.

 

"네가 화 난 것도 알아, 마크." 이제 윌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 인생은 망가졌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서 화나지? 너무 억울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망가뜨리고 싶을 거야. 넌 너무 불행한데 남들만 행복한 건 억울하니까. 아무도 네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을 거야. 그래,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난 이해해." 윌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난 네 마음 이해해. 얼마나 아픈지 알아. 하지만 남들을 괴롭힌다고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날 계속 때리고 놀리고 괴롭혀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왜냐하면 너희 아빠는 우리 엄마처럼 돌아가셨으니까. 어떻게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어." - page 325

 

결국 슬픔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그 슬픔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뿐이었을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춤추는 판다씨 덕분에 저 역시도 제 상처를 보듬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판다씨!

그리고 저도 제 아이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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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이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 35
우종영 지음 / 메이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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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들.

그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으로서 나약함에 부끄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와닿았습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 배웠다"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 씨가 전해주는 나무로부터의 이야기.

이 이야기에 잠시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대어봅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가 나무와 인연이 시작된 건 한없이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그만 삶을 놓아 버리고 싶었을 때였다고 합니다.

그 순간 나무가 건넨 이야기.

 

"나도 사는데, 너는 왜 아까운 생명을 포기하려 하는 거니?" - page 6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가 건넨 이 한 마디는 순간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그에게 또다시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어느덧 나무 의사로서 나무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되고 오늘도 다시금 나무로부터 인생을 배운다는 그가 한편으론 부러웠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나무들.

그런 나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값진 보석이었습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년, 합해서 삼천 년을 이어간다는 '주목나무'로부터의 '영원'의 의미를.

태백의 '소나무'로부터 긴 세월의 시련으로부터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아까시나무'로부터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은 의미가 있음을.

특히나 '회양목'으로부터의 가르침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장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 모습.

어디서 이 회양목을 보게 되면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정말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볼 수 있는 '나무'들이 가진 이야기가 마치 우리네 삶과도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난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간 것인지...

책을 읽다가 잠시 창밖에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겨울나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은행나무를 찾아보니 <얻기 위해선 잃어야 할 것도 있는 버>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노란 빛깔의 잎으로 사랑받는 은행나무이지만 그 열매는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

알고 보니 워낙 크게 자라다 보니 주변에 작은 풀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독으로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게다가 은행나무는 경우에 따라 평생 자식 한 번 못 본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 암꽃은 근처에 있는 수나무가 꽃가루를 날려 보내야만 자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 주변의 오래된 은행나무들은 대부분 암나무이다. 만일 근처에 수나무가 없다면 이 은행나무는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수정 한 번 못 해 본 채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 page 142

 

이런 속사정이 있을 줄이야...

수천 년 버티는 동안 은행나무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앞으로 더 사랑을 줘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무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함을.

인내하고 기다리는 삶을 살아감을.

그렇기에 삶에서 진정한 휴식도 필요한 것임을.

 

 

바쁘게만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우리들에게 전한 나무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바라는 대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준비해 나갈 따름이다. 그것이 내가 나무에게서 배우고 받은 것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길 바라며 말이다. - page 269

 

나무로부터 기다림을, 한결같음을, 의연함을, 그리고 생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저 역시도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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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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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타계 10주기를 맞아 대표작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부끄럽지만 이번 기회에 그녀의 작품을 만나보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국소설 중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사실 최근에서야 '정세랑' 작가에게 빠져서 여러 작품을 찾아 읽기도 하였었고 '조남주' 작가의『82년생 김지영』은 제 또래와도 같기에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들은 전부 영화나 드라마화된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여주인공 역할을 '정유미' 씨가 했다는...)

아무튼 여성작가들의 작품으로 바라본 한국문학의 흐름을 엿보고 싶어 읽게 된 이 책.

 

1960년대 강신재에서 2010년대 황정은까지

일상의 파편으로부터 건져 올린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첫 문을 열어주신 분은 1960년 대 《젊은 느티나무》의 '강신재' 작가였습니다.

유명한 첫 문장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1950년대는 그전 시대와 견줘 많은 여성작가들이 등장한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때 인기를 끌고 많이 회자되었지만 현재성을 가지고 여전히 읽히는 작가는 드문데 그 가운데 살아남은 이, 한무숙과 강신재.

그중에서도 '강신재' 작가, 《젊은 느티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었습니다.

왜 이 작품에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근대문학의 조건이기도 한데,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의 나이가 청년기이다. 다 청년이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인물들이 이전 시대와 단절하고 새로운 가치관 세계관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근대소설이다. 단편이긴 하지만 《젊은 느티나무》도 이러한 기준을 갖고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 page 30

 

그리고선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시대에 이런 작품이, 의붓아버지의 아들을 마음에 품고 이루지 못할 사랑임을 알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고 "그를 더 사랑해도 되는" 것이라며, 젊은 느티나무를 안은 숙희가 "온 하늘로 퍼져가는 웃음"을 웃는 것이 이 작품의 결말이다. - page 35

 

그저 감탄이 나왔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의 작품이 더 유명세를 탔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가능성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기에 많은 작품을 냈음에도 그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젊은 느티나무》라는 작품은 기회가 된다면 찾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후론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익히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박경리, 전혜린, 박완서 작가와 작품들.

특히 박완서 작가는 1960년대 생겨난 한국의 중산층의 일상에 대해 가장 면밀하게 담아냈기에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저자가 일러주었기에 저 역시도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완서 작가와 비교되던 오정희 작가.

《유년의 뜰》이라는 작품으로 소개가 되었었는데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현실에 대한 일탈을 보며준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여성성 또는 여성문학을 대표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1990년대부터의 작가 이야기에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시대를 살았기에, 그리고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았기에 공감을 하면서도 저자의 시선으로부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음에 보다 작품을 확장해서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바라보던 시선.

2008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던 작품.

하지만 안타깝게도 표절 파문으로 예전의 명성마저도 찾기 어려운 요즘.

저자는 《엄마를 부탁해》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설정 자체에 정치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관심은 빠져있고 가족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핵심만 빼먹은 채 변죽만 건드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쿤데라도 이야기했듯, 소설의 미덕은 인새의 본질에 대해, 실존의 비밀에 대해 뭔가 더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 작품이 무엇을 더 알게 해주는가. 이미 아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줄지는 몰라도 더 알게 해주는 것은 없어 보인다. 엄마가 이런 존재라는 것은 이 소설을 읽기 전에도 다들 알고 있다. 그저 이 소설을 통해서 한 번 더 확인할 뿐이다. 작가가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비밀이라는 것도 싱겁다. 쿤데라에 따르면 이런 소설은 부도덕하다. - page 261

 

이런 비평도 서슴없이 펼쳐지기에 한국문학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도 뚜렷한 시각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여성작가뿐만 아니라 남성작가에 대한 한국문학 수업도 있는데 거기에선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바라보게 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처럼 한국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이에게는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 문학을 접할 때 좀 더 명확한 시선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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