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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가끔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인해 너무나도 먼저 성숙해진 아이들을 보면 '어른'이란 입장에서 미안함을 느낍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처럼...
『자기 앞의 생』의 모모처럼...
한창 어리광을 부리고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지내기에도 짧은 어린 시절을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애써 미소를 짓는 아이의 모습.
그 미소가 짊어지고 있을 무게에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곤 합니다.
이 소설 속의 '엘리'...
읽으면서 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소리없이 눈물이 맺히곤 하였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픈 아이.
그래서 '좋은 사람'의 의미를 찾고자 했고 무수히 자신에게 좋은 사람인지 물었던 아이.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그리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우주를 삼킨 소년』

엘리에겐 '특별한(?) 가족'이 있습니다.
변호사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약에 빠져 인생마저 꼬인 엄마.
엄마가 마약에 빠지게 된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자인 새아빠.
하루 종일 술과 담배에 빠져 책만 읽는 아빠.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이자 엘리에게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엘리가 의지하는 건 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 역시도 여섯 살 이후로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 암호 같은 메시지를 끄적이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 빠져있습니다.
참...
나쁜 길로 빠져들어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우리의 엘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꿋꿋이 가는 모습에 기특하였습니다.
할아버지와 엘리 사이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눈 대목이 있었습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꼬마야?"
"물어보세요."
"네 생각에는 내가 그 사람을 죽였을 것 같으냐?"
...
"내 생각에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같아요." 내가 말한다.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할아버지는 입에서 담배를 빼고는 식탁 맞은편에서 내 쪽으로 몸을 구부린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사악하다.
"인간은 네가 생각지도 못한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마." - page 111 ~ 112
이때부터 저 역시도
'나는 어떤가...?'
'나는 좋은 사람인가...?'
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엘리는 자신의 엄마를 사랑합니다.
그런 엄마가 마약에 빠져 있는 모습이 마냥 안타까워 제발 정신 차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
그런 엘리에게 폭력을 쓰던 새아빠는 잠시 진정이 된 뒤 엘리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울긴 왜 울어?" 아저씨가 묻는다.
"나도 몰라요. 진짜 알 울려고 했는데 뇌가 내 말을 안 듣는 걸 어떡해요."
이 사실을 깨달으니 눈물이 더 난다. 아저씨가 조금 기다려준다. 나는 눈을 닦는다.
...
"네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궁금한 적 없었냐, 엘리?"
"왜냐하면 난 약해빠졌으니까요."
"넌 약해빠지지 않았어. 우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네가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서 우는 거야. 그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 이 세상에는 겁이 나서 못 우는 사람들 천지야. 겁쟁이라 무신경하게 구는거지." - page 139 ~ 120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모습.
그 모습이 들키기 싫어서 화를 내고 폭력을 가하고...
그런 우리의 모습이 반성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약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은 엘리.
그런 엘리에게 슬림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이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자신의 몫임을...
어른들이 선택한 삶의 모습을 보며 엘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마침내 이들은 서로를 '포옹'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비로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소년을 통해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난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예요, 슬림 할아버지. 좋은 사람은 무모하고, 용감하고, 본능적인 선택으로 움직이죠. 이게 내 선택이에요, 할아버지.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 쩌억. 도끼가 마지막 문에 박힌다. 인간다운 일을 하는 거야. 형이라면 이렇게 할 거야. 쩌억. 라일 아저씨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쩌억. 아빠라면 이렇게 할 거야. 쩌억. - page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