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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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쯤이면...

어느 정도는 안정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불혹'이라 하여 무언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경지에 이른다는 뜻 역시도 지니고 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갈 길이 멀어 보여 조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더 방황하고만 있는데...

여기

"인생의 모든 순간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이루고 가진 것이 아닌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조용히 조언하는 예술가들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로부터 인생을 좀 더 의연하게 바라보고 살아낼 용기를 얻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룬 게 없다고 느껴질 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관계에 지칠 때...

위대한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마흔에 보는 그림



책은 인생에 그림이 필요한 순간들을 총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1장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권하는 그림으로 끊임없는 좌절과 시련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낸 작가들과 그 작품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2장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권하는 그림으로 불안과 타고난 결핍, 사회적 냉대와 무시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불안, 실패, 외로움 가운데 일어설 힘을 주었습니다.

3장은 '버텨야 하는 순간'에 필요한 그림으로 가장 어두운 순간, 고독과 외로움을 재료 삼아 자기만의 힘으로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들로부터 깊이와 강인함을 기르는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4장은 '홀로 서야 하는 순간'에 필요한 그림으로 지친 일상에 안식과 쉼을 권하며 다시 일어설 힘과 위로를 건네는 작품들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지키며 홀로 온전히 설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야말로 구스타프 클림트가 말했듯

"삶이 당신을 쓰러뜨릴 때,

예술이 당신을 일으켜 세운다"

를 보여주었던 이 책.

그동안 명화 관련된 책을 좋아하기에 이 책에 나온 화가들을, 명화들은 나름 친숙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명화가 적재적소에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다면 이번엔 가슴에 확! 와닿으면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다는 거...

이번에 이 그림이 제 눈길을 마음을 오랫동안 잡았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



희미하게 음영이 그려진 평면적인 묘사법.

예전의 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의 그림에 공감을 넘어 위로를 받게 되었을까...

1961년, 생의 말년을 맞은 호퍼는 <햇빛 속의 여인>을 그렸다. 그의 후기작 중 완성도가 높은 그림이자, 니비슨을 모델로 한 대표 작품이다.

그림 속 여인이 햇살 아래에 홀로 서 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창문을 바라본다. 여전히 호퍼 특유의 쓸쓸함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그보다 강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용기와 희망의 공기다.

...

아쉽게도 세상은 당분간 더 삭막해지고, 더 딱딱해지기를 반복할 듯하다. 그럴수록 호퍼의 존재감 또한 커질 게 분명하다. 공감과 위로로 공허함을 씻기 위해, 그 자리를 담담한 용기, 차분한 희망으로 채우기 위해. 그의 그림을 이제라도 품어야 할 이유이지 않을까. - page 41

그 시대에 그랬듯이 지금의 우리도 그의 그림으로부터 위로와 해소감을 넘어 '그럼에도 살아가자'는 식의 격려까지 받아보는 건 어떨지...

그리고 이 화가의, 이 명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리야 레핀'

러시아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로 꼽히는, 특히 인물과 인물 사이 감정선을 예민하게 표현하는 예술가.

주로 혁명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지만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처럼 투사와 투사의 가족 사이 복잡한 심리를 담아낸 입체적인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

사실 이 그림 또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입체적인 그림이다. 그저 엉켜버린 가족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그린 듯하지만, 그것으로 해석을 끝낼 수 없는 작품이다. 그가 특히나 공을 들인 부분은 물감으로 정성껏 펴 발라 칠한 햇살이었다. 이러한 빛은 그림의 분위기가 암울해지지 않도록 힘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광경에서 깨달은 바 있는 혁명가가 이제라도 다른 면을 보인다면, 그리고 가족들 또한 다시 한번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면, 꼬이고 막힌 관계 또한 햇빛에 눈 녹듯 풀릴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 사이 맺어진 사랑이란 또 무엇인가. 그것은 산산조각 나도 다시 꿰맞출 수 있는 끈끈한 존재가 아니던가. - page 267

가족과의 사랑도 필사적인 노력으로 가꿔야 하는 것을.

샘솟는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불행이 멀리서도 착실히 찾아오는 것을.

가까운 이에게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행동해 각별함을 전해야 함을.

저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림의 힘.

나를 멈추게 한 그림을 통해 현재 내 마음을 알게 되고

마음속 상처와 아픔을 보듬으며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되는 것.

우리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보다 나를 위해 잠시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명화 한 점 감상해 보는 건 어떨지.

저는 이 힘을 바탕으로 오늘을 나아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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