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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게 길을 묻다 - 희망 더 아름다운 삶을 찾는 당신을 위한 생태적 자기경영법
김용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생각이 많아져 가슴이 답답하거나 멍해질 때면 뒷 산에 혼자 올라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한 없이 바라보고 가슴을 진정시키곤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숲 속의 저녁은 나른하지만 하루를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날을 준비하기 위한 휴식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렇게 하염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어둠이 어둑어둑 내릴 때쯤 산을 내려오다보면 산에서의 해지는 시간은 왜 그리도 빠른지 삽시간에 어두워지는 산 속을 어둠에 대한 두려움에 조금 짖눌린 가슴을 부여안고 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나무를 의지한 채 바위를 내려와 산 속의 좁은 오솔길을 종종 걸음으로 달 빛을 불빛 삼아 내려오게 된다.
그럴때마다 나는 숲 속엔 나 이외엔 사람이 없음을 감지하곤 큰 소리로 나무들에게 내 안의 질문을 쏟아붓곤 한다.
내 안의 고통스런 질문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소통의 문제들, 현실의 문제, 삶에 대한 의문들을 큰 소리로 묻다보면 그들은 나에게 답해주곤 했다.
때론 내 안의 눈물로 나를 정화시켜주며 답해주기도 하고, 때론 기쁨의 눈물로 화답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언젠간 큰 소리로 내 안의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것들도 모두 나에겐 보석같은 소중함이라고.
내 안의 보석을 더욱 더 빛나게 해주는 것들이라고.
김용규의 『숲에게 길을 묻다』!
이 책은 한 편의 클래식방송을 들은 듯한 느낌이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과 함께 읽는 책 속의 텍스트는 음악과 함께하는 낮게 울리는 DJ의 중저음같다고 할까.
아마도 George Skaroulis의 Walk with Me를 들으며 이 책을 읽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 음악과 이 책은 참 잘 어울린다. 명상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저자의 숲을 보며 깨달아가고 터득한 삶에대한 성찰이 텍스트를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서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은 나 또한 내가 가야 할 길은 진정 무엇일까? 진정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걸까? 라는 혼자만의 독백에 대한 진지한 화답을 준다.
내가 가야 하는 그 길은 '내가 많이 걷는 그 길, 내가 많이 생각하고 자주 가는 그 길이 내 마음이 닿는 그 길이 진정한 나의 길일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출발점이 각자 다른 길에서 시작한다.
환한 길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가 오는 길에서 걷기를 처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서로 만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혼자서 걷다가 사람들은 함께 걷기 시작한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들에게 "우리 좀 걸을까요?"라고 말을 걸었을 때 거절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어쩌면 혼자서 걸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통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혼자서는 잘 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손을 먼저 내밀기를 기다리는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상의 온갖 고통을 바라보더라도 정작 자신만의 고통만을 바라볼 뿐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이건 내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이 감내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나'로서 살고자 하는 이라면 '나'라는 씨앗 안에 이미 담겨 있는 놀라운 힘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본래의 나를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우리가 본래의 나를 찾아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만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에 가득 찬 사람들은 하늘이 생명체 모두에게 넣어주신 그 신비로운 능력을 믿지 못합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우리 또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이미 우리 스스로의 씨앗 안에 지니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믿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을 졸졸 따르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로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길을 잃을까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생명 모두는 언제나 길을 잃음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길을 찾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처럼 "길을 잃어 보기 전에는, 다시 말해서 세상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자기 자신을 찾아내지도,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위치와 자신이 맺고 있는 무한한 관계를 깨닫지도 못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아는 것, 내가 태어난 때와 그 여건을 아는 것, 그리고 생명체로서 내게 주어진 놀라운 힘을 믿고 끝까지 힘차게 살아내는 것! 이것이 생명이 주어진 자들이 할 일입니다.(50p)
김용규의 『숲에게 길을 묻다』는 우리에게 탄생과 성장, 사랑, 죽음 등 숲이라는 위대한 유기체의 생태를 통해 숲 속 생명체들의 나무와 들풀, 새와 곤충, 해와 달, 바람과 물 등을 통해 '나고 살고 이루고 죽는 것'에 관한 지혜를 우리에게 마음으로 들여다보길 권하고 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닌 그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그들의 삶을 바라보길.
오늘 나에게 묻고 싶어진다.
나의 삶의 패러다임이 무엇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