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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즐기다
이자와 고타로 지음, 고성미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사진을 즐기다 책을 읽고.
사진에 대해 유독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싫어해 카메라만 보면 슬슬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못생긴 내 얼굴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싫었고, 풍경사진 등을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뷰파인더로 보는 시각과 내 눈으로 본 피사체 느낌이 확연히 달라 렌즈를 통해 본 이미지가 내 눈으로 본 느낌이 살려지지 않아 사진을 찍지 않았다. 차라리 그림으로 그렸으면 그렸지 네모 박스 안에 담긴 풍경이미지는 영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한 때 사진에 관심이 많아 슬라이드 필름을 장착한 135mm 펜탁스 카메라를 들고 동료들과 새벽부터 경기도 양수리 춘천 등에 나가 새벽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강가와 낮게 깔린 구름에 걸쳐진 산봉우리, 초겨울 서리가 깔린 누런 넓은 들판 등 자연 경관이 너무 예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기분이 좋아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찾으러 가면 여지없이 그때의 그 느낌은 다 사라지고 기분만 취해 좋아보이던 풍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뿌옇고 밍밍한 사진만 필름에 담겨 어이없어 하며 아까운 현상비만 날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그 다음부터는 사진을 더 안 찍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진을 찍는 재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전시나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집 등을 구입해서 보는 즐거움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관심과 사진집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우게 되었는데 아쉬운 것은 아직 우리나라는 예전 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사진전시가 다른 문화적 관람이나 그림 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유명작가 위주로만 기획된 사진전을 볼 수밖에 없고 사진집도 작가와 지인들 간의 자화자찬식의 출판밖엔 되지 않아 대형출판사에선 뿌연 먼지만 쌓인 사진집이 많다는 아쉬움이다. 또한 인쇄도 사진의 섬세한 디테일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본래의 사진을 본 후 사진집을 구입하려하면 그 느낌이 살지 않아 팜플릿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더 하다.
『사진을 즐기다』는 일본의 유명한 사진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이자와고타로씨가 사진을 보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 찍는 즐거움, 수집하는 즐거움 등 4부에 걸쳐 사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아마추어 혹은 프로 사진가가 되기 위한 과정과 필수요건들을 일반인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게 쉽게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일반인들은 사진 전시회는 전문가들만이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시를 한다든가 공모전 등에 응모를 하지 않는 등 단지 취미로만 사진을 찍고 자신의 사진을 장롱 속에 고이 모셔 놓기만 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을 쓴 저자 이자와고타로씨는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도 사진 전시회를 충분히 개최 가능하다고 긍정적인 의미의 조언으로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사진전을 권하는 그 이유는 그곳에서 사진가들의 '살아 있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고 사진전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또 하나는 바로 작가의 얼굴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어 사진을 통한 작가의 생각도 들어볼 좋은 기회도 만날 수 있고 작품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에 가는 일은 '사진을 본다'는 체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그곳에서의 만남으로부터 사진의 여러 가지 즐거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갤러리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사진가들이 지인들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자체 운영 갤러리와 전시전용 갤러리, 작품판매 갤러리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시전용 갤러리는 대부분의 경우 아마추어 사진전이 중심으로 갤러리의 전시 경향과 참여하는 사진가들에 대해 전시회에 가기 전에 카메라 잡지나 인터넷 등에서 미리 체크하여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고 작품 판매 갤러리는 주인과 디렉터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경우가 많아 개성 있는 작가의 전시가 많으며 갤러리에 따라서 자신의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 곳도 많아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거나 혹은 고정 사진가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들의 이름을 체크하여 어떤 경향의 전시회를 갖는지 파악해두면 좋다. 하지만 말은 그렇지만 실제로 전시회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점도 많다.
자체 운영 갤러리는 개성이 확실하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전시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작품의 경향이 서로 비슷하다.
장래성 넘치는 신인 사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도 자체 운영 갤러리로 의욕에 넘치는 사진가가 많고 작풍이 굳어지기 전,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도 많다.
또한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오프라인 전시도 있지만 온라인 전시도 많아 블로그 기능을 이용해서 매일 새로운 작품을 올리고 기간을 정해서 작품을 공개하기도 하고 몇몇 사이트들은 서로 링크하여 같은 테마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블로그나 웹사이트는 집에서 언제라도 편한 시간에 접속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 어디라도 연결되므로 잠재적인 관객의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갤러리나 미술관의 사진전은 그 기간이 끝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웹사이트는 과거의 작품을 그대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아 언제든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자와고타로씨의『사진을 즐기다』는 사진을 잘 찍는 테크닉이라든가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한 책이 아니다. 사진에 발을 들여놓으면 누구든 꿈꾸게 되는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전시라든가, 사진집, 자신의 포트폴리오 등에 관한 관심이 생기는 데 이 책은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갤러리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화시킬만한 역량을 갖춘 곳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아직까지도 유명작가들만 선호하는 곳이 많고 아니면 끼리끼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요즘은 카페 등에서 이름 없는 작가들의 작은 전시도 개최하긴 하는데 아직까지는 지인들끼리의 북 치고 장구 치는 정도다. 서울도 그러할 진데 지방은 그런 공간이 더 부족하다고 들었다.
또한 사진집 등의 발간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고 발간한다고 해도 어설픈 책으로만 남기 쉬워 이것 또한 아마추어들에겐 쉽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을 '선택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한 장의 사진에는 사진가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한 진행이 확실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을 볼 때에도 바로 그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사진에 무엇이 찍혀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진가가 어떤 시각으로 임했는지, 조금 거창하게 말해서 그 사람의 세계관에 대한 고찰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피사체를 촬영했더라도 백 명의 사진가가 있다면 백 가지의 사진이 존재하듯 사진을 보면 그것에 대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의 참된 매력과 즐거움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문화적 공간, 그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뿐 아니라 감상하고 독서하고 발표하고 수집이 같이 되는 그런 지식의 공간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꿈꾸어 보게 된다.
이 밖에도 이자와고타로씨의『사진을 즐기다』는 사진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사진집 8권 가이드와 참고도서, 일본의 사진 갤러리들에 대한 정보를 실어 사진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