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도올의 노자 책<노자가 옳았다>이 출간되었다. 최근까지 고전읽기의 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그의 책들은, 풍부한 고전읽기와 최신 논문까지 섭렵하여 간혹 과한 부분도 있지만 언제나 그의 박식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넋놓고 읽고 있기 일쑤였다. 이 책도 그러리라 짐작되지만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다.

노자 해석도 방향성을 잘 설정하고 의미를 붙여야 훨씬 설득력있고, 내용도 풍부해 보이는 거 같다. 노자를 불교시선으로 해석한 성현영의 <노자의소>, 기수련 관점으로 본 하상공주 도덕경, 왕필의 도덕경 모두 도의 의미를 설정한 방향대로 잘 보여준다.
















방향설정을 해야 좀더 깊이있고 제대로된 해석이 나오는 거 같다. 성현영의 해석을 보면 불교와 도교가 공유하는 지점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공유되고 그리고 유교의 영역까지 어떻게 확장되는지가 잘 보인다.

<기수련으로 보는 도덕경>,<노자도덕경과 왕필의 주> 모두 김학목님의 번역인데, 전자는 다른 분과 공역이다. 후자를 너무 재밌게 읽고서 전자를 주문했는데, 후자는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함께해서 번역자가 관련해서 연구해 놓은 논문도 같이 수록할 정도지만, 전자는 서두에 간단한 소개만 올리고 본문에 하상공 주석을 딱 번역하고 더는 없어 서운할 정도였다.

하상공주를 모를 때는 도서관에서 기에 관련된 도덕경 책들을 보고는 어이없어 냉소를 지었지만, 뒤늦게 그 중에 멀쩡한 책도 있었겠다 싶었다.

이러한 하상공주를 포함해, 한의사도 겸하는 도올의 해석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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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적용으로 본 자폐에 관한 책 <나는 자폐아들을 둔 과학자입니다>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자폐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기술한 학술서나 대중서는 아니고, 자폐아들을 둔 뇌신경학자의 삶을 이야기 형태로 가독성있게 정리한 책이다. 연구과정에서 반전과 자폐아들의 아버지에 관한 반전덕분에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음이나 뇌의 기능을 인간만큼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이 최첨단의 문제로 인식될만큼 어려운 문제이니, 발상을 바꿔보면, 일반인과 다른 뇌기능 장애를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이 책에서는 자폐가 일어나는 이유가 원활치 않은 뇌기능때문이라고 흔히들 하는 생각과는 달리, 그와는 반대로 성능이 좋아서 외부 자극에 예민하고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좀 더 빈번하고, 그에 대한 안좋은 기억도 오래 간직하는 경향들이, 자폐아들을 더욱더 안좋은 수렁으로 악순환시킨다.


글읽기는 좀 다른 관점을 필요로 한다. 메리언 울프는 전작<책 읽는 뇌>에서 매우 훌륭하고 명확하게 글읽기에 필요한 많은 뇌기능들을 밝혀놓고, 난독중은 이들 글읽기에 필요한 뇌기능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일부는 복잡한 패턴인식에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작<다시, 책으로>에서는 글읽기세대와 영상세대 간의 뇌활성영역의 차이를 강조하며, 글읽기가 인류에게 선물한 풍부한 뇌활용이, 영상세대에서는 퇴색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이스라엘에 너무 치우치는 몇몇 언급들은 눈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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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주역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기호 를 이용하고 기호들간 관계를 다각도로 점검하고 의미부여하는데 있다.


그래서 흥미로운 지점은, 어떻게 그 기호들이 그런 용도로 이용되었고, 이 이용에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를 음미하는 것이다.


주역은 역경과 역전으로 구성되는데 특히 역전 중 '계사'가 점치는 방법, 점치는 행위의 타당성 등등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거의 글로 쓴 최초의 제대로된 점치는법 이기 때문에, 후대 주역해석과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어휘와 개념을 품고 있다.

이 계사의 최초의 개념들을 더할나위 없이 샅샅이 살피는 책이 나와 즐겁게 보고 있다.















주역대가들의 해석과 이해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인용하여 중국철학의 시작을 하나씩 하나씩 음미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사주는 오행이론의 다양하고 철저한 응용이다. 중국철학의 시작과는 이미 멀리 떨어져서, 음양오행이론으로 밝혀진 다양한 관계로 사주팔자를 드러낸다. 개념음미보다는 사주가 팔자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같은 실용성 측면에 집중한다.


중국 점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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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소설을 시작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다만 예전에 느꼈던 감동이나 미진한 이해, 분명한 확신을 하고 싶어서 예전에 스쳤던 소설 중 계기가 생기면 하나씩 보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설국>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설국>은 세계문학전집 형태로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어서, 종종 페이지를 넘겨 읽고는 했지만, 나른한 남자의 시선말고는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도 <설국>이 오스카 와일드 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접점이 많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설국>과는 달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뚜렷한 줄거리와 그림을 소재로 이용한 점때문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자극이 왔고, 주인공과 같은 존재에 대한 공포나 옛날 이야기 같은 낯익음등으로 전혀 <설국>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점차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 보였다.


<설국>에 관한 책이 나왔길래, 들여다봤는데, 일본 지리에 관한 이해로 어느 면은 만족스럽고, 어느 면은 그냥 기행문 같고, 또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다가가는 방식도 어느 면은 흡족스럽지만, 어느 면은 약해 보였다. 분량으로 고려했을때 전체적으로 괜찮고, <설국>을 보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설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단순히 음양 사상이라던가, 동양의 허무주의 같은 것들로 표현하는 것은 좀 약해 보였다. 이제는 좀 더 풀어서 깊이있게 밀도있게 얘기를 해줘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 대한 얘기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기술이 약해서 좀 아쉬웠다. 그러니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등장인물과 닮아보이는 <설국>의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지루함과 나른함 같은 것들을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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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실제 할 기회나 접근가능한 모임이 있었으면 바라기도 하고, 초기불교의 명상이나 인도불교의 유식, 우리 전통 불교의 선 명상, 요가 등에도 관심은 있었다. 이 분야에 대한 내 관심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동서양 문화차이의 토대와 변화양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융책도 그랬지만, 종교색이 돌면서 본격적인 책들은 항상 내 마음을 끌었다.

이런 방향, 즉 종교가 본래 태어나 발전된 곳에서 나오는 명상에 관한 얘기도 있지만, 오늘날 20세기 21세기 현대인들의 필요나 수요에 맞춘 명상 이야기는 미국에서 유래하거나 통합된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간간히 우리나라에 수용된 미국문화를 통해 접했던 명상얘기들은, 비틀즈의 인도음악, 일본의 젠, 달라이라마의 티베트불교, 요가운동 등이 기억난다. 

미국의 이런 흐름은 명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예를들어 우울증에 관한 접근, 뉴에이지 운동같은 문화적 접근까지 있다. 미국의 흐름속에 시도된 접근방식들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우울증을 예를 들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어떻게 하면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에서 시작한 의문들에 차례로 적당한 답을 제시하며 우울증 극복을 시도한다. 무작정 긍정적 마음이면 해결할 수 있다, 열을 올리면 괜찮다, 차분해지면 좋다...지금보면 엉뚱하고 의미없는 시도들도 있었지만 전진과 깊은 이해는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거 같다. 

















우리나라 불교전통은 국사 시간이나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어, 어떤 흐름이었는지 간략하게는 알지만, 되려 수행하는 스님들의 매일매일의 본 모습들과 생각들은 접하기 쉽지 않았고, 그렇게 형성된 우리의 수행문화가 전체 명상문화에서 어떤 모습과 위치를 점하는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우리 선전통은 주로해서 자주해서 능숙한 영역이 있는 거 같다. 


명상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스님이 되어 수행생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거나, 유마경에서 본 것처럼 스님이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일상생활속에서 추구해야 하는가? 이 입장들은 본격적인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을 전제로 삼는 거 같다. 


왜 명상을 하는 걸까?


이러한 명상의 전체 시야를 자신의 삶속에서 엮어내, 종교적 전통을 어느정도 보존하면서, 20세기 21세기 현대인 중 한명으로 명상에 어떻게 접근하고 명상을 어떻게 겪었는지, 다른 명상방식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참선1>, <참선2>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재미교포인 저자가 어느날 한국인 스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국내에 들어와 스님생활을 시작하고 명상과 관련된 많은 것을 겪고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당연하지만 재밌게도 이 분은 재미교포 작가와 비슷한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문화에 일부는 익숙하지만 일부는 낯설어 그 문화를 겪지 않은 자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스님생활 중 다른 스님들을 보는 시선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을 가리쳐줄 때 우리 대학생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간간히 자신의 미국생활과 인간관계를 얘기해줘, 참선에 몰두한 종교인외에 보통 사람으로서 모습이 글의 강약을 잘 잡아주었다.

미국에 들어온 요가문화의 다양한 입장과 어떤 요가가 수용되었는지 한 눈에 쏙 들어오도록 정리도 해주고, 스님생활을 마치고 여러 해동안 실행한 요가에 대한 얘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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