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소설을 시작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다만 예전에 느꼈던 감동이나 미진한 이해, 분명한 확신을 하고 싶어서 예전에 스쳤던 소설 중 계기가 생기면 하나씩 보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설국>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설국>은 세계문학전집 형태로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어서, 종종 페이지를 넘겨 읽고는 했지만, 나른한 남자의 시선말고는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도 <설국>이 오스카 와일드 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접점이 많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설국>과는 달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뚜렷한 줄거리와 그림을 소재로 이용한 점때문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자극이 왔고, 주인공과 같은 존재에 대한 공포나 옛날 이야기 같은 낯익음등으로 전혀 <설국>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점차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 보였다.


<설국>에 관한 책이 나왔길래, 들여다봤는데, 일본 지리에 관한 이해로 어느 면은 만족스럽고, 어느 면은 그냥 기행문 같고, 또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다가가는 방식도 어느 면은 흡족스럽지만, 어느 면은 약해 보였다. 분량으로 고려했을때 전체적으로 괜찮고, <설국>을 보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설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단순히 음양 사상이라던가, 동양의 허무주의 같은 것들로 표현하는 것은 좀 약해 보였다. 이제는 좀 더 풀어서 깊이있게 밀도있게 얘기를 해줘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 대한 얘기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기술이 약해서 좀 아쉬웠다. 그러니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등장인물과 닮아보이는 <설국>의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지루함과 나른함 같은 것들을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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