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바렐라 의 <윤리적 노하우> 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드물게 만나는 이런 책들은, 내가 읽어온 여러 책들에 새로운 의미와 깊이를 부여하고, 내가 놓친 부분 을 건들여 주고 인식시켜준다.
<윤리적 노하우>는 117p 분량의 3강의로 이루어졌다. 세번째 강의부터 거꾸로 정리를 해보려한다. 분량은 적지만, 담긴 내용은 빽빽하다.
세번째 강의는 '비어있음의 체화'다. 이 비어있음은 물론, 자아에 관한 것이다. 자아가 가상적인 자아 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기가막히게 드러낸 것이 이 강의의 묘미다.
일반적인 서구 전통이 굳건하게 구축된 자아를 전제로 기술하는데 반하여, 아시아전통인 유교, 도가, 불교 에서는 성인, 현자, 보살, 수행, 무위 등 굳건한 자아를 무색케하는 여러 전통들이 있다. 이에 대응할만한 서구전통은 정신분석의 전이 정도다.
시각이나 후각에, 감각적인 인지외에 문화정서적인 인지가 적지 않게 포함된다는 말은 무척 흔하게 접하는 상식이다. 이 감각적 주체처럼 자아라는 주체도
곤충 무리에서 자아 없는 자아
가상 자아이기 때문에 새롭게 체화시킬 수 있다.
신체화한 마음, 은유에 관한 마크 존슨의 유명한 책, 정대현 님의 <심성내용의 신체성>, <fire...> .
이들 책들을 접했을때의 감상은, 언어와 연관된 마음이 우리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신체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그정도였는데, 이책 <윤리적 노하우>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언어 자체도 시각이나 후각처럼 어떤 추상성이 기본토대라기 보다는, 신체화한 것이 보다 기본토대가 되어, 그후에 이들을 추상적으로 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추상성은 생각보다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시각, 후각, 자아, 언어 등등, 모두 추상에서 시작이나 기원하기 보다는, 거꾸로 현상,상황,현실에서 시작하거나 기원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계산주의자들이나 인공지능 연구의 한 방향인, 순수추상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인지능력까지 다다르려는 노력들은 거의 실패로 판정되었다. 오히려 현실에 접할 단순한 몇몇 행위들이 복잡한 인지능력을 생성하는데 성공할 확률이 높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