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했다. 가령 ‘도서관 가서 책 읽을까?‘라는 말은 ‘모텔에 가서콘돔을 끼고 성행위를 즐기자‘라는 뜻이었다.

책갈피라고 하자. 앞으로 그거 말할 땐 책갈피라고 해.

- 이건 좀… 
- 별로야?
- 너무 노골적이잖아.
- 난 노골적이야.

 - 점으로 이름을 지어서 그런가, 점점 점이 되어가는 것 같아.

베트남산 오징어와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면 아, 이런 게 사는 거구나, 이 밥을 위해, 이 식탁을 위해, 더 참고 견딜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배부르고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눈점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눈과 함께 먹는 게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 편

운명의 날은 이른봄의 폭우와 함께 찾아왔다. 한창 작물이 자라날 초봄에 연일 퍼부은 비로 채소와 과일 값이 치솟았다. 아무리 비싸도 삼천원을 넘지 않던 대파 한 단 값이 육천칠백원까지오르고, 조류독감으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의 여파로 한 판에 사천원 하던 달걀값이 두 배로 뛰었다. 마트와 E마트, H마트의 온라인 페이지를 띄워놓고 동네 슈퍼 전단지까지 훑으며 장을 보던눈점은 한숨을 쉬었다.

-집에 대파 키울 데가 어디 있어. 텃밭에서 키워야 하는 게아냐?
- 생수통 잘라서 물만 넣고 키워도 된대.

- 이름을 붙여서 그런가봐. 그냥 파라고 할 걸 그랬어.
눈점은 도저히 파파야를 자를 수 없었다고 했다. 

어디에도 쓰일 수 없어야 진정으로 아름답다. 쓸모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의 표현이라 추하며, 인간의 욕망은 그 비루하고 나약한 본성처럼 비열하고 역겹다.

함께 사는 커플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고, 다 먹은 다음 나란히 기대어 앉아 내일은뭐 먹을까?‘ 메뉴를 궁리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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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창비시선 472
최지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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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요즘 청년들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꼈다... 나의 청년시절을 떠오르면서 청춘은 다 어떤 계기를 잘 버텨야만 한다는 나만의 생각정리도 해보게 하는 시집이다....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보다 청춘이라 이겨낼 수 있다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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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명분 아래 뭔가를 시도

일견, 문제는 우리다. 단순해 보이는 이 명제는 실상 꽤 어지럽다. 문제‘는 답을 요구하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어떤 행동이나상태 등에 대한 가치판단의 결과로서 ‘잘못‘을 뜻할 수도 있다. 한

동기와 의도 없이 우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이른바 ‘묻지마 폭력‘ 이 기실 여성, 어린이,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민 등과 같은 약자를 겨냥하며 일어나는 ‘혐오 범죄‘와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선량함과 무결함과 같은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에 합치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다. 여성의 옷차림과 태도를 지적하며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교묘히 돌린 후 사생활까지 함부로 파헤치고 나면 사태는이윽고 피해자의 행실을 기준으로 필연성을 갖추게 된다. 나가폭행 당시의 상황을 복기할 때 몇몇 구체적 사안들을 발설하는일을 망설이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폭력의 경험을 기존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불가함을 느꼈을대 터져나온 ‘나‘의 비명은 오래된 것이었다. 

그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지나가는 여자를 무참하게 폭행하는 포악한 범죄자뿐 아니라 맞고 있는 사람을 멀찍이서 구경하는 목격자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동선을 수색하는 경찰, 그저 조심할 것을 강조하는 애인,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추고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는익명의 사람들까지

현관 앞에서부터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가 아이들과 뒤섞여

알아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고, 한 번 들어서는 제대로 이해할수도 없는 아동수당과 자립수당, 주거급여와 행복주택, 뉴딜 일자리와 공공 근로 같은 여러 정책의 세부를 두루 알고 있는 선우부부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선우와 이야기를 나눌 때

삶에 기대를 품는 것이 번번이 자신을 망친다는 결론에 이른뒤로 미애는 가능한 한 희망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욕망조차 하나의 자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희망을 가져라. 그렇게 말할 때의 확고하고 단호한 표정이 아니라,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어쨌든 한 걸음을 내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희망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일단 가봐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의변화, 그 변화가 불러오는 찰나의 활력과 활기를 붙잡고 싶었던것 같다.

나는 이 땅에서 여유를 허가받지 못한다.

그래서 종족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
지독해져야 한다.

온 세상이 어두워진 까닭.
까치집.
까치는 흉조였다.

대화는 함바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시작된다

"헛소리 좀 작작."
사이비지, 사이비. 사이비 종교의 계략입니다."
"세상 말세다."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언론 플레이를 멈춰라!"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조류 바이러스는 인간을 감염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올 것이다. 나는 변이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감염이 되면 새로 변해버린다는 괴담은 믿지 않았다.
다만,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괴담의 출처였다.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이렇게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데,
다들 집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데,
여전히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거기에 누군가 산다는 게.

새집,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같은.
이성으로 가득찬 
인간 머리통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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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 소설이 부끄러워?"

"소설일 뿐이면, 왜 써?"

"그렇게 쓰면 뭐해, 소설은 소설일 뿐인데.."

"이팝나무 꽃잎은 이- 발음할 때처럼 길쭉하게 생겼고, 조팝나무 꽃잎은 조- 발음할 때처럼 동그랗게 생겼어요."

너무 열심히 쓰지 말라던 말

"원영을 거꾸로 읽어봐. 영원, 영원이 되잖아."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
P공부든, 글쓰기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원영은 말했다. 내가 모르는, 원영은 잘 아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쓰일 수 없어야 진정으로 아름답다. 쓸모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의 표현이라 추하며, 인간의 욕망은 그 비루하고 나약한 본성처럼 비열하고 역겹다.

무쓸모의 쓸모,

 바꾸자고 바꾸자고 법 개정을 외쳐대는 바뀌벌레다.

누군가를 웃게 하는 건 그보다 더 오래 걸리지요.

소설과 삶이 서로에게 무용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소설과삶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 요즘 내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바로 이런 일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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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암벽 같은 딱딱한 것을 긁는것을 어원으로 합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긁다. 그리움, 그림 전부글에서 나온 겁니다. 책은 글입니다.
말과는 다릅니다."

"책을 책장에 쌓아두지 말고 마음속에 쌓아두라. 기억 속에집어넣어라."

"어떤 말이나 문자로 쓰인 책이 아니라 어머니의 몸인 생명의 근원에 있는, 우리가 기억할 수 없는, 기억에없는 책이 바로 디지털 시대와 연결된다는 것을 화두로 삼고 싶습니다.

사실 교과서는 책이 아닙니다. 1

그리하여 플라톤은 그의 명저 《국가론》에서 국가는 국민과국민의 재산을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진선미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사는지를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선 책을 ‘혼本‘이라고 합니다. 같은 한자를 쓰는데 일본은 ‘혼‘이고 우리는 ‘책‘입니다. 자기 남편을 서방이라하는데, 책방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남편을 책방이라고, 서점이라고 부르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공부‘ 하면 ‘study‘를 뜻합니다. 중국어로는 ‘시간 있느냐?‘ ‘여유 있느냐?‘라는 뜻입니다. 희랍어의skole‘과 같습니다. 여유, 시간, 휴가를 뜻합니다. 일본어로는 아이디어를 말합니다.

최근에 CNN에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어요. 아이패드를 놓고 툭 치면 그림 나오는 걸 아이한테 보여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엄마와 아이패드를 나란히 두고 "이리 와"
했더니 엄마한테 안 가고 아이패드로 갔습니다. 더 놀라운 아이패드에서는 가짜 소리가 나고, 장난감에서는 진짜 엄마 소리가 나게 한 후 "이리 와" 하고 재생할 때도 장난감으로 안가고 아이패드로 가는 거예요.

"종이책을 그대로 사이버 세계로 옮긴것이 전자책은 아닙니다. 어머니의몸처럼 육체가 있고, 관념이 있고, 감성이 있는 그런 책이 반드시 나올 것입니다. 인간이 육감이라고 하는 새로운미디어의 책이 생겨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제일 책을 많이 읽는지아십니까? 책을 만들거나 쓰는 사람들입니다. 책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책 만드는 세계에 있는 분들이 책을 압도적으로 많이 읽지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문화국가에서는 계속 책이 재생산되고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국가의문명을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기술을 통해 자기가 모르는 한자도 다 읽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걸 외우기 힘드니까 애들한테 한자 가르치는 걸그만두자고 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합니다. 문화의큰 흐름을 아주 작게 간략화한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 저는반성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책을 전부 지우면 기억을 말살하는 것이죠. 역사도그렇게 말살해 젊은이들이 기억할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죠. 

"책을 통해 글을 읽었을 때 모든 문제에 대해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이해의 폭은 굉장히 달라질 겁니다. 그 책을 쓴 사람들이 투입한 지적 노력의에너지, 그것이 좋은 정보를 잘 압축하는 방향으로 갔을 때 정말로 엄청나게 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정말 알고 싶어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은 안다는 것이다."

: 토씨 하나만 고쳐도
달라지는 세상

‘언어의 세계에는 인간의 창조적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절대 변화가 불가능한 자연법칙이아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언어의세계 속에서 나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선동할 수도 있고, 소동을 잠재울수도 있어요. 언어가 병들고 잘못되었을 때, 잘못된 세계에서 잘못된 정보로 사는 거예요."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창조적 언어는내 것이면서 네 것이죠. 내가 쓰기 시작하는 순간, 타인의 의미 속에 내가들어가는 거예요."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글 쓰고 말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외로운 길입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벙저벙 남들 얘기대로 따라다닐 거면 뭐하러 살아요?"

한국에는 진짜 학자가 없어요. 사회학, 철학 공부한 학자들은 "한국인에게 위기 DNA가 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일까

"우리가 태어나서 사는 것만이 내삶이 아니라 축적된 언어 속에 한국인으로서의 내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언어를 따져보면 여러분이 2천 년, 3천 년을 살 수 있어요."

"여러분 세대는 절대로, 김치가 기무치가 되고 한국의 대표적인 인삼이진생이 되는 그런 시대를 살아서는안 돼요. 나라의 땅을 지키듯이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수천 년 물려준 문화적 밈을 지켜가야 해요."

외래어가 들어오면 반드시 우리말을거기에 붙여서 흔적을 남겨요. 무수한 한자, 교활한 일본어, 압도적인 서양말 중에 그래도 눈물의 흔적처럼내 것을 간직하고 있어요. 잘못된 말이 아니라 우리의 어법이에요."

"중생 모두에게 붙이는 ‘님‘이라는 말을 갖고 있는 한, 한국은 민주주의 이전에 모든 것을 높이 받드는 사상이있었다는 거예요."

영국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새천년에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은 사상 최대의 불꽃놀이를 했어요. 모든 사람이물질, 돈 자랑을 할 때 한국만이 ‘땡‘하고 새천년이 되었을때 태어난 즈믄동이를 생명의 소리로 전 세계에 중계방송한거예요..

‘사람이 삶‘이 되는 건데, 영어는 어떻게 될까요? live‘를뒤집으면 ‘evil‘, 악이 돼요. lived‘는 ‘devil‘이 돼요. 이건 또무슨 우연일까요? "사는 게 악이고 살았다가 악마다."

"한국말에서만큼은 ‘죽다‘ ‘죽이다가같은 말이에요. 죽인다‘는 말이 없는나라는 한국뿐입니다. 말만으로는 살인자가 한 사람도 없어요. "너 죽을래?" 그러죠. 죽인다‘고 안 해요. 이말속에 놀라운 신비가 있어요."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아지랑이같은 것을 잡는 데에는 우리 한국어가 가장 적절합니다. 한국 언어의 씨앗 속에는 앞으로 천 년 뒤에도 무성하게 꽃 피울 수 있는 밈의 인자들이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이 살고 싶은 공간, 여태까지 살아온 공간, 한국인의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배산임수背山臨水예요.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물이 있는 곳. 

"100퍼센트 번역 가능한 것도 100퍼센트 번역 불가능한 것도 번역은 거부합니다. 두 언어가 접촉할 때 생기는 차이의 긴장을 먹고사는 것이 번역이라는 생명체이지요."

번역은 깨어진 항아리의 도편을 모으는 것

① 언어 내 번역 rewording: 언어 기호를 같은 언어로 해석

② 언어 간 번역translation: 언어 기호를 다른 언어로 해석

③ 기호 간 번역transmutation: 언어 기호를 언어가 아닌 다른 기호로 해석

"거시기 머시기는 탈경계를 나타내는 애매어 가운데 하나다. 동시에 그것은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이기도 하다.
이미 알고 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을 나타내는 주어가 ‘거시기‘ 이고 언어로는 줄 긋기 어려운 삶의 의미를 횡단하는 행위의 술어가 머시기‘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단지 이 두 마디 말만가지고서도 서로의 복잡한 심정과 신기한 사건들을교환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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