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아도 ‘노동이 곧 질병인 세상이다.
한국 사회는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지적처럼 "우리가 왜 인간적으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지 그 소중한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체제 처럼 느껴졌다.
또다른 기사는 2014년 9월 17일 『한겨레』에 게재된 「50년 전에는 ‘공순이‘… 지금은 ‘비정규 인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 40여명의 노동자가 ‘50년 전에는 공순이 인생, 50년 후에는 비정규 인생‘ 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과거 구로공단 시기 혹독했던 노동 환경이 오늘날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기사의 주인공 역시 실제 구로공단에서 일했던여공이다. 연구를 진행하며 이날 시위에 참여한 오숙자씨를 이후
여성 근로자의 열정과 헌신이라! 정말 자발적인 열정과 헌신일까. 혹은 그 같은 칭송을 발판 삼아 고위직 공무원들이 자화자찬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방』(문학동네1999)은 10대 여공의 삶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소설에서 나는 10대 여공의 삶이 강요된 헌신, 혹은 어쩔 수 없는차악의 선택 정도로 읽혔다. 소설을 읽으며 적어놓은 필드노트만보아도 생생히 느껴진다. ‘보건체조, 산업역군, 군대 내무반, 도시로 나오니 하층민, 노조 가입 안 돼, 납 중독, 저임금, 공순이, 이런게 바로 수치야, 시골은 자연이 상처이지만, 도시는 사람이 상처다남자는 아이를 떼라, 똑같은 자세로 일어난다…‘ 구로공단의
가리봉오거리 가는 공장들 담 아랜우울한 가슴들이 다 모였다. 담벼락에 달라붙어 눌은 먼지들 빈 담뱃갑썩은 나뭇잎 비닐봉지 팔다리는 물론, 머리 없는 나무들한겨울 매일같이 옷깃 세우고 지나다닌 길아무것도 보지 않고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그러려니 하면서김사이 「초록눈 부분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우리들은 타이밍 약 사다 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야근‘ (김민기 작사) 부분
생지옥과 같았던 여공의 삶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무엇일까.
"여기 콜센터에 입사해서 3년이 되었는데 여기가 진짜 흡연 천국이다. (왜 흡연 천국인가?) 여기는 흡연하기에 조건이 너무 좋다. 일반 서비스직의 경우, 예를 들면 커피숍 등과 같은 데는 직원들을 위한 흡연실이 없다. 그냥 본인들이 길거리 골목에 가서 피우지만, 콜센터는 딱 흡연 구역을 마련해준다."
손 들고 화장실 가기. "초등학생도 이렇진 않다"라며 격분하던
이 콜센터는 햇빛이 없는데도블라인드를 내려요. 콜만 열심히받으면 되지 창밖을 볼 필요없다는 거예요.
다들 처음 입사할 때는 욕을 못했는데이제는 입도 더러워지고 예민해져서서로 물고 뜯고 그래요.
따르릉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면 화면을 확인한다. 02-0000-0000 나는 통화 버튼을누르고 조용히 기다린다. 콜센터 연구자의 직업병이다. 그들이 전화기 너머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들어왔기에 이제는 모르는 번호라도 쉽게 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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