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편견
랜돌프 리처즈.브랜든 오브라이언 지음, 홍병룡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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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아무런 편견 없이 중립적으로 읽을 수 없다. 자신이 타고난 문화와 역사, 지리와 환경으로부터 온 온갖 관점들이 성경을 읽는 우리의 눈에 안경이 되어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결코 맨눈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편견들은 다양하다. 관습과 인종, 언어, 개인 문화 대 집단문화, 명예-수치 관념 대 옳고 그름, 시간의 흐름에 대한 다른 감각, 규칙을 지키는 것과 관계를 세워가는 것 사이의 중요도 문제, 미덕과 악덕에 대한 다른 기준, 자기 중심적 읽기 등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이것들을 수면 위’, ‘수면 바로 아래’, ‘수면 아래 깊숙한 곳이라는 소제목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알아채기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를 배열한다.

 

     결론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적 편견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지에 관한 몇 가지 조언들이 덧붙여져 있다. (물론 이 내용은 각 챕터마다 이미 길게 설명되어 있기도 하다.)

 

  

2. 감상평 。。。。。。。

 

     기독교의 시작은 동양의(정확히는 동방) 한 작은 도시에서부터였다. 오랫동안 신학의 중심지 역시 소아시아를 비롯한 동방이었다. 하지만 중세가 되면서 동방은 이슬람교의 무대로 변했고, 자연히 신학의 중심지도 서방으로 옮겨갔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신학은 서방 중심, 나아가 서양 중심으로 연구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신학연구의 방법은 물론 목적과 방향까지도 서양인들의 사고를 따라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와 환경의 영향력 아래서 이루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기독교가 서양인들의 종교였을 동안에야 딱히 불편함이 없었을지 모르지만(물론 이건 틀리지 않았다는 말과는 다르다), 신의 미래라는 훌륭한 연구서에서 저자인 필립 젠킨스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기독교는 서구사회 이외의 지역에서 훨씬 더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양 중심의 신학적 사고, 성경의 이해 역시 도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하나인 랜돌프 리처즈는 이런 지역적 편견에 근거한 성경읽기에 대한 도전을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인도네시아에서 8년 동안 신학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런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자신의 편견을 편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으니까. 여러모로 이 책의 기획과 내용은 저자 자신의 특징과 성품이 많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책은 성경을 대하면서 흔히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편견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물론 목차에 나온 순서가 이 문제들이 우리의 내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전체적으로 읽기기 편한데, 그건 경험에서 나온 적절한 실제 예가 자주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직접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예들은, 그 당시 당황했을 저자의 심정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한국교회는 분명 아시아의 한 부분이지만, 그 시작부터 미국교회의 영향을 깊이 받아왔다.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서양적 편견을 상당부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종종 보수성을 자랑하는 일부 기독교 단체가 성조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물론 동시에 동양적 정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기에 또 어떤 부분에서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서양적) 편견도 있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묘한 재미가 느껴진다.

 

 

     결국 기독교는 성경 중심의 종교다. 그렇다면 성경을 제대로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게다. 그런데 종교적 권위라는 것은 사람들을 쉽게 독선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자신의 관점과 해석이 모든 것을 꿰뚫는 절대적인 진리인 양 주장하고 나서는 것.(대개 이단이라는 단체들이 그런 식이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이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식이 없이 성경을 읽으면, 그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망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도구가 된다. 때문에 무엇보다 성경을 읽으며 겸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교훈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물론 세세한 지적들도 그냥 넘기지 말자.)

 

     성경을 아예 처음 읽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읽어보았고, 좀 더 깊이 읽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 책 말미에 붙어 있는 미주는 본문을 읽으면서 그냥 넘어가기엔 아까울 정도로 꽤나 알차다. 바로 앞 추천도서 목록도 마찬가지다.

 

     2. 홍병룡 선생님의 좋은 번역에 늘 감사하고 있다. 다만 고대 로마 인물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것도 바로 윗줄에는 라틴어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말이다. 220페이지에는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투스와 싸운 앤소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앤쏘니는 '안토니우스'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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