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어느 날 바다에서 컨테이너 하나가 건져진다. 그 안에는 참혹하게 죽은 여러 소녀들이 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릴리는 차원 사이의 또 다른 세계에서 존을 만난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던 릴리는 존의 헌신적인 간호로 조금씩 회복되어 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녀를 자꾸 증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릴리가 깊은 잠에 빠질 때마다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여인. 그녀는 에덴동산의 이브(하와)’였다. 릴리는 그녀와 함께 오래 전 창조의 그 날을 목격했고, 이어서 인간의 창조와 범죄의 결과그 모든 과정 속에서 시종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의 증인이 된다. 그리고 점차 상처를 딛고 회복되어 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깨어난릴리.

 

   

 

 

2. 감상평 。。。。。。。

     『오두막, 갈림길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의 신작이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비참함을 겪은 주인공 소녀가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소설인데, 역시 관건은 어떤 계기로 이런 치유와 성장을 이뤄내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가는 소녀를 증인으로 불리게 함으로써 그녀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시작부터 암시한다. 그녀가 본 것은 창세기의 처음 몇 장에 실려 있는 사건들이었다. 릴리가 처음에 만난 사람은 아담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브였는데(이 부분에서 작가는 창세기의 설명에 대한 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여섯 살 때 엄마에 의해 팔려가 수많은 성적 학대를 받다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져 버림을 받은 릴리는 그런 이브에게 곧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배신의 경험을 한 이브의 선택(그녀는 아담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동산을 걸어 나온다)을 보며,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깨달음과 힘을 얻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아담이 이브의 권유에 의해 선악과를 따먹게 되었다는 성경의 원래의 기록과는 좀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후 기록들에서는 이브의 잘못보다는 아담 쪽에 거의 모든 책임을 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작가의 이런 해석은 또 아주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릴리가 목격한, 그리고 그녀가 증언하게 될 보다 핵심적인 가치는, 아담을 만들고, 그를 사랑했으며, 그가 자신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를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사실 릴리를 자신의 아픔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브의 앞선 선택도, 바로 이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상처받은 영혼은,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분에게 돌아갈 때에 온전한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상처받은 두 여자가 만나 이루는 회복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어진 헌신적인 조력자들은 상처받은 이들을 대하는 참된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을 잘 보여준다. , 그냥 적당히 읽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익숙한 이야기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되살려낸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작가의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은 좀 덜한 감이다. 우선은 작가의 책을 벌써 세 권이나 보면서 작가 자체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작품마다 거의 비슷한 얼개(상처받은 주인공, 혹은 깨어진 자아가 어떤 만남을 통해 치유된다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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