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루이스의 위험한 생각
빅터 레퍼트 지음, 이규원 옮김 / 사랑플러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이 책은 C. S. 루이스가 그의 책 기적에서 제시했던 유신논증의 하나인 이성으로부터의 논증’(이 책에선 이성논증이라고 부른다)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쓰였다.

 

     이성논증이란, 아주 간략히 설명하자면, 자연적이고 우연한 발생과 발전을 기조로 하는 자연주의에서는 합리적인 이성이라는 것이 나올 수 없으며(어떤 것이 온전히 우연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 주장을 고수하면 이성적 탐색의 결과로 제시되는 자연주의의 타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 (물론 이 이론은 좀 더 정교하므로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자)

 

 

     루이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위 책을 냈다. 그런데 1년 후 루이스가 회장을 맡고 있던 일종의 교내 학술동아리인 소크라테스클럽’(이 클럽은 유신론자나 무신론자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논리성에 기초한 논문이나 주장을 발표하고 서로 자유롭게 비평을 하는 모임이었다)에서 스물아홉 살의 젊은 철학강사였던 앤스컴이 그 책에 담긴 루이스의 주장에 대한 비평을 발표한다. 이것이 일명 앤스컴 논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앤스컴 논쟁의 정확한 내용을 재구성하면서, 이 논쟁이후 루이스가 자신의 일부 주장을 수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철회되지 않았으며, 이는 기적의 개정판에서 보완되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루이스의 이 주장이 현대철학의 논의에서도 상당한 타당성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타당한지에 관한 내용을 발전시켜 이 책에 담았다.

 

 

2. 감상평 。。。。。。。

 

     책의 서문에 실려 있는 한 부분이 재미있다. 저자인 빅터 레퍼트는 C. S. 루이스가 보여주었던 이성 논증이 자연주의에 대한 반론으로서 가치가 있으며, 충분히 실제로 철학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자연주의(그 범위나 강도는 다양하지만)가 상식으로 여겨지는 학계에서 그의 논문은 어떻게 되었을까?

 

     ​심사위원들은 레퍼트의 결론(루이스의 이성논증은 자연주의에 대한 적절한 반론이다)에는 단호하게 반대했지만, 그 논문 자체는 통과시켜주었다고 한다. 이게 적당히 논리만 맞으면 그만인 학부 졸업논문이나 석사논문도 아니고 학계의 공동연구자 중 하나로 인정하는 의미의 박사논문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적어도 이 논문의 주요 논증이 학문적인 가치가 있다는 뜻일 테니까.

 

 

     ​C. S. 루이스는 기본적으로 영문학자이다. 그가 받은 학위도, 평생 대학에서 가르쳤던 내용도 문학이었다. 하지만 그가 낸 수많은 책들과 그의 강연, 편지, 다양한 원고들을 통해,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가, 나아가 일종의 기독교 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는데, 이 책은 그런 루이스의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저작이다. 전에 기적을 읽으면서 느꼈던 흥미로운 지적 자극이, 학문세계에서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 책이고.(물론 루이스가 프로페셔널한 철학자였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철학논증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책장이 술술 넘어갔던 것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니 어떤 내용인지가 생각보다 명확하게 머리에 들어온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지나치게 나이브한 이해그들이 오직 비합리적인 동기 때문에 신앙을 갖고 있다는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이 책을 보면 좀 생각이 달라질까? (물론 자연주의에 대한 신앙적 헌신을 하기로 작정한 이들은 이런 반증에 쉽게 흔들리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루이스에 관한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책이다. 루이스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만 기록된 내용이 아닌, 그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과 반대의견(때로는 공격적인 견해까지)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내 루이스 컬렉션의 독특한 맛을 더해 주게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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