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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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1장에서 신자유주의 사조에 깊이 길들여진 대한민국의 20대를 분석한다. 이들은 너는 할 수 있어라는 주문에 근거한 믿음으로 자기 자신을 끝없는 경쟁으로 스스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식으로 스펙을 쌓고 경쟁을 해봐야 좋은 날이 올리는 만무하다. 그렇게 남과 경쟁하는 데 익숙해진 그들은, 점차 고립되었고, 고립된 개인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 연봉을 대폭 깎는 뻔뻔스러운 조치가 기득권층(여기에는 보수우파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동의를 한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한다)의 협잡으로 이루어지는데도, 그 당사자인 20대는 별다른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문제는 뿔뿔이 흩어진 20대의 상황. 우석훈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을 짤 것을 제안한다. 문제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20대들이 나서서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꼭 대규모 집회나 폭력투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시민운동, 정치운동과 같은 현 법체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2. 감상평 。。。。。。。

 

     스스로를 대변할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주체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시당하고, 빼앗기고, 결국에는 존재마저 희미해지게 된다. 개인의 탐욕추구를 절대선으로 보고, 이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을 정당한 윤리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필연적으로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20대는 그 대표적인 집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박봉에, 야근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하거나, 수 천 만원이 드는 대학을 졸업하느라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채무자 신세가 되어 버린다. 3, 6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 이 나라의 20대의 상황은, 그들이 이 나라의 중심적인 위치에 서게 될 때가 필연적으로 오게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 때문에라도, 단지 그들의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20대가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지금 형성하고 있는 태도와 습관, 가치관은 어느 정도 그 자신들이 선택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나는 잘못이 없는데 모든 것은 구조 탓이라는 식의 변명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 게 옳다.

 

     하지만 굳이 책임의 비중을 계산해 본다면, 이 경우엔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구조쪽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다른 식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왜 다르게 보지 못하느냐고 책임추궁을 하는 건 공정치 못한 일이니까. 그러나 이 구조라는 것도 결국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설 때에야 바뀐다. 우석훈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아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진짜 힘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비록 5, 60대에 비해서 그 수도 적고 결속력도 약하긴 하나, 20대의 힘이 모이면 결코 약하지 않다. 배짱 있게 들이대보는 것만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중요한 건 이들을 제대로 뭉치게 해 내는 일. 흩어진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모이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물리적 세계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법칙이니까. 뭉치면 산다. 아니 뭉쳐야 산다. 이를 아는 기득권층은 어떤 수를 동원해서라도 이 젊은이들이 뭉치지 못하고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만 보도록 만들겠지만, 그래도 버텨내야 한다.

 

 

 

     아쉬운 부분은 저자의 교회에 대한 태도.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오늘날 20대는 서로에 대해 신뢰관계를 거의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집단이 있으니 ‘(강남의 대형)교회의 청년부에 소속된 20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해 신뢰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결과에 별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사교집단처럼 보인다’(112)며 무시하고 넘어가버린다. 이명박을 경멸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책은 2009년에 쓰였다)에 줄을 대 정치운동을 하려는 20대에게조차 나름의 격려와 덕담을 던지는 저자인데 말이다.

 

     교회도 여러 가지고, 목사도 다양하고, 그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의 일부는 저자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저자가 말하는 연대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 공동체가 가진 진짜 자질과 가치들이야말로 현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뭔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을 기대했다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그래도 누군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지속적으로 고민하려는 자세만큼은 좋게 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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