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에서의 실험 동문선 현대신서 103
C.S. 루이스 지음, 허종 옮김 / 동문선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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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 책은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문학비평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비유컨대 오늘날의 소위 전문화된 비평은 대상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환원시킴으로써, 그 문학이 원래 가지고 있는 중요한 모든 향기들을 날려버린 채 남아 있는 시체들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다. 루이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학적인 청교도들은 안타깝게도 어김없이 실패하는데, “그들은 진지하게 수용적인 독자가 되기에는 한 인간으로서 너무 지나치게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20).

 

     이런 비평적 태도는 다양한 부분에서 비문학적인 태도를 고양시킴으로써 독자가 문학을 수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들은 종종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비평이론을 속에 작품을 재단해 억지로 끼워넣거나, 작품 자체에서 무슨 주의, 어떤 학파의 경향이니 하는 것들을 과장해 끌어내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루이스는 그들이 렌즈 너머로 꿰뚫어보는대신 렌즈를 쳐다보고 난 뒤 렌즈를 비판하곤 한다며 못마땅하게 여긴다.(46)

 

     루이스는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특수한 이야기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52) 또 비록 허구의 이야기라도 그것이 개연성이 있거나 인생에 진실할 때 내용의 측면에서의 리얼리스틱(73)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는 문학에 대한 루이스의 기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어떤 것을 뜯어보다고 해서 그것을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꽃잎을 잘라 현미경으로 분석한다고 해서 꽃을 모두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문학 역시 분석에 앞서 우선 그 자체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판단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침묵하며 작가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110)

 

 

 

2. 감상평 。。。。。。。

 

     지금까지 읽어본 수십 권의 루이스 책들 중에 가장 이질적인 느낌의 저작이다. 홍성사에서 출판된 다양한 장르(소설과 변증서, 강연원고, 편지 등)의 루이스 책들은 그 자체로도 물론 아름답지만 대부분 그의 신앙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하던 글들이고, 다른 몇 개의 출판사들에서 낸 책들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영문학자로서의 루이스의 면모가 훨씬 더 두드러진다. 그래, 생각해 보니 루이스는 일생의 대부분을 영문학자로서 일했었다!

 

 

     책은 위에서 정리한 것처럼 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관한 비판과 조언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문학을 대하는 자세에 관해 논하고 있지만, 비평이라는 차원에서 훨씬 더 넓은 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젠가부터 비평가라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고 있다. 물론 그들이 비평하는 대상들은 천차만별이지만 고전적인 문학이나 문화비평가들부터 시작해 요새는 음식평론가들이 다수 얼굴을 알리고 있고, 심지어 섹스에 관한 평론가를 자부하는 사람들까지 설쳐댄다 많은 경우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 이 책에서 루이스가 비판하고 있는 정확히 그것과 일치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말을 한다. 어려운 용어와 각종 수치들을 잔뜩 인용하며 내뱉는 그들의 말들은 일견 현상을 보는 전문적인 시각을 제공해주는 듯하지만, 사실 대개는 그냥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과장되게 꾸며대는 것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자신이 꾸며낸 이론이 그 자신을 사로잡아 버리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최근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건을 둘러싸고 일부 평론가들(특히 그녀의 남편을 포함한)이 내놓은 전문가적 비평을 들여다보면 정확하게 이런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어려운 말들과 이론을 잔뜩 사용해 베끼는 것도 예술일 수 있으며, 그 판정은 자신들 같은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아무 부끄러움 없이 내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언론이나 대중매체에 나와 떠드는 그들의 의견은 훨씬 더 파급력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인 양 착각하고, 어느새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이나 감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퇴보해버리고 있는 듯하고.

 

 

     책의 내용 중 문학적인 사람과 비문학적인 사람을 대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서자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문학적 운율과 같은 감각이 떨어지며, 과도하게 의미를 이끌어 내거나 부여하려는 태도 등이 루이스가 꼽는 전형적인 비문학적인 사람의 특징인데, 의외로 책 많이 읽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관찰되는 걸 보면 재미있다.(사실 가끔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꼭 평론과 관련되지 않았더라도, (특히 문학작품)을 읽는 자신의 자세를 점검해 보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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