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 이자익을 섬긴 조덕삼 장로 이야기
김수진 지음 / 진흥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 요약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되기 시작할 무렵인 조선 말, 전라도 지방에서 신앙으로 살아갔던 조덕삼 장로의 일생을 간추린 글이다.

 

     반상의 구별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던 당시, 조덕삼은 자신의 마부였던 이자익과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자익이 먼저 장로가 되는 상황에서도 겸손하게 그를 섬기며 교회의 일꾼이 되었다. 당시 비슷한 일이 발생하자 교회를 분열시키며 나가 자신들만의 교회를 만들었던 양반들의 모습과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후에도 이자익이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후에는 그를 담임목사로 모시고 사역을 돕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아들과 손자가 이어서 장로로 세워지는 등 믿음의 일가(一家)를 이룬 조덕삼 장로의 생애를, 자료를 바탕으로 큰 과장 없이 담아냈다.

 

 

2. 감상평 。。。。。。。   

 

     무엇이 자신의 노비(마부)를 섬기게 만들 수 있었을까. 족히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신분제 질서를 깨뜨리는 파격은, 민중의 혁명이나, 계몽군주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인과 종의 벽을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 책은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 신앙의 선배 한 명의 삶을 담백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교회 안에서 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는 것을 일반 기업의 승진처럼 여기는 잘못된 문화가 한국 교회 안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장로선거에서 탈락하면 교회를 옮기고, 누가 자신에게 한 마디 하려면 자존심 상해한다. 결국 안타깝게도 우리는 조덕삼 장로의 신앙을 이어받기 보다는, 천민이 장로가 되었다고 뛰쳐나가 분열을 조장하던 양반들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십자가의 길보다는 권력자들의 길을 따라가는 게 더 쉬운 우리들의 모습인 게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또 반성하게 만드는 책. 적어도 한국 교회의 시작은 이런 분들의 헌신과 섬김 위에 세워졌던 것인데,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또 그것이 이해가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지 부끄러워진다.

 

 

     전반적으로 많은 자료 조사와 과장 없는 문체가 마음에 들었지만, 명성왕후를 일제가 부르던 ‘민비’라고 서술하거나(23), 교인 숫자가 많은 교회의 담임 목사를 ‘목회에 성공한’ 목사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르는 부분(145) 등은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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