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
데이비드 보일 & 앤드류 심스 지음, 조군현 옮김 / 사군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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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들은 기존의 경제학이 모든 것을 돈으로 측정하려하고 단지 수치상의 증가에만 집중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적은 수의 특권층에만 유리한 경제 질서를 만들어버렸음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책은 경제학의 여러 분야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패들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맹점들을 드러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경제학’의 가능성과 그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2. 감상평 。。。。。。。   

 

     사람이 만든 모든 사상과 제도들이 그래왔듯이, 자본주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화되고 있다. 다윈과 그의 추종자들에 따르면 뭐든지 더 오래 살아남는 건 점점 더 진화하고 발전해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 사이의 일들은 언제나 문제점이 드러나고, 부패하고, 망가지기만 한다. 경제학, 그 중에서도 오늘날 스스로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이념이라고 주장하는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여서, 다윈의 진화론보다는 뉴턴의 엔트로피 법칙을 좀 더 따라가는 것 같다.

 

     굳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이젠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돈이 중심이 되는 이 세계관은 결국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기 시작한지 오래다.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할 수 없는 이유도, 힘들게 결혼한 이후에도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는 각자 직장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종일 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태어난 아이들이 이런저런 보육시절들로 보내지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발전했다는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걸 정상으로 여기도록 가르치는 체제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본주의 안에서의 개선책들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의 길을 찾으려는 이런 시도가 좀 탐탁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일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들의 수준이 사소한 개선책들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우선 수량화, 수치화 할 수 있는 것만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근대 이후의 오래된 착각과 오만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흔히 경제발전의 지표로 여기는 GDP는 단지 한 국가 안에서 발생된 생산량을 합한 것일 뿐, 그 자체는 지극히 허술하고 실제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성도 없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기 위해 군수회사와 사설경비업체들에게 지불한 돈도 GDP를 올리는 데 기여하고, 범죄자들이 늘어나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도 역시 GDP는 상승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류 경제학자들과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정책결정권자들은 그렇게 발표되는 수치들이 가장 중요한 것인 양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경제가 ‘성장’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질 뿐임을 보여주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또, 단지 현실의 문제점들만을 지적하고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짜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을 좀 더 높게 평가하도록 만든다.

 

 

     책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중세의 영국 농부 한 사람이 1년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했던 기간은 연간 15주 정도였다. 그런데 중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해졌다는 오늘날은 부부가 1년 내내 일하지 않고서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사람들이 좀 더 사치스러워졌다고 생각하는 건 현실의 일부만을 읽어낸 진단일 게다. 그리고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과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아쉽게도 새로운 대통령은 선거 기간을 통해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이미 그 유효성이 의심받고 있는 경제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한 번 한 약속은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시는 분이니 그 기조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의 또 5년이 결코 이제까지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순탄치 않은 시간들이 될 거라는 비관적 예측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면 ‘무슨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는 식으로 나오는 무개념 회장님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래도 뭔가 대답할 것을 갖고 정상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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