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기억
최인석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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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삶과 죽음의 경계가 ‘미농지처럼 얇아지거나 희미해지는 순간’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다섯 편의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자살을 하려던 순간 이미 죽은 친구와 4년 후 죽을 친구들이 나타나 그 어리석은 행동을 막아주었다는 이야기(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조부모에 의해 양육된 한 사내가 어느 날 접하게 된 잃어버린 아버지에 관한 기억들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목숨의 기억), 자신을 버린 줄로말 알았던 아버지와 함께 쪽방으로 갔다가 결국 앵벌이로 살아가게 된 어떤 소년의 이야기(미미와 찌찌), 동네에 살고 있는 어떤 미친 아저씨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달팽이가 있는 별), 갑작스런 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의 이야기(내 님의 당나귀)가 실려 있다.

 

 

 

 

2. 감상평 。。。。。。。               

 

     어떤 이들은 이 세상에서 천년만년 영원히 살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지만, 살다보면 작가가 책 속에 쓴 것처럼, 사는 것과 죽는 것 사이의 경계가 그다지 두껍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할 때이기도 하고, 수년간 공들여 쌓아놓은 무엇(어떤 과업이든, 관계이든)이 무너질 때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는 그런 특별한 경우만이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면 또 그게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만 명이 죽어가고 있는 이 땅에서, 다들 자신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는 것일 뿐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직접 죽음의 문턱 앞에 서지 않더라도, 사는 것 자체가 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절망과 열악한 상황에 시달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삶은 고통과 번민으로 가득하다는 말은 비단 어느 종교의 가르침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해설에는 여전히 이 책에 희망과 유토피아의 메시지가 옅기는 하지만 남아 있다고 말하지만, 딱히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인물들은 그저 상상 속에서, 혹은 내적인 독백으로 무엇인가를 희구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게 그들을 짓누른다.

 

     안타까운 건 현실을 깊고 철저하게 탐구한 작가의 소설 속 세계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딱히 다른 희망의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열한 탐구지만, 동시에 이것이 신을 죽여 버린 현대인들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환상 속으로 도피하거나, 그냥 절망하거나.(뭐 둘이 딱히 다른 것 같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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