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마드레 - 공존을 위한 먹을거리 혁명
마이클 폴란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생태적 비용, 사회적 비용,
 그리고 시스템이 요구하는 엄청난 공적 지원금까지 고려한다면
 
산업형 농업 시스템은 결코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기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게 만들었다.

 

1. 요약 。。。。。。。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우선 그것은 충분히 경제적인가? 오늘날 대량생산을 목표로 삼아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산업적 농업 및 축산업은 일반적으로 노동집약적이었던 근대 이전 농업보다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이 책은 그런 견해에 반대를 표한다.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외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결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오히려 당장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환경적 자원들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추가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사실은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조금 멀게 느껴진다면, 조금 더 쉬운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우리가 대형 마트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플로리다 산 오렌지와 칠레산 포도, 그리고 하루에도 수백 명이 사다 먹는 삼겹살은 호주나 캐나다에서 들어왔을 수도 있다. 그렇게 멀리서 왔는데 왜 이런 것들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것들보다 쌀까? 자유로운 국제무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일 뿐일까? 이 책은 말한다. ‘식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질도 함께 낮아져야 한다’고. 식품을 싸게 팔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경비를 절약하기 위한 많은 작업들(그리고 그 ‘작업들’ 중에는 인체와 자연에 해로운 많은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의 몸에 독성을 쌓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식량생산 방식이 인체에 유익할리 만무하다. 당장은 조금이라도 싼 ‘가짜 식품’들에만 손이 갈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당신은 물론 당신의 가족들, 당신의 2세, 3세 후손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통장잔고 늘이기 그 이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책에는 대규모 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종자들을 끊임없이 구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재생산 능력을 인공적으로 제거한 씨앗들(터미네이터 종자)을 만들어 내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GMO 작물들을 대규모로 재배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소규모 농업 종사자들을 일거에 실업자로 만들어 버리고,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생산된 작물들을 소비하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또 다른 식품을 만들어 결국 국민 건강을 해치는 미국 정부의 농업정책과 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추가적으로 실려 있다. 

  

2. 감상평 。。。。。。。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소규모 자영농들의 모임에서 비롯된 ‘테라 마드레’라는 운동은 그 이름부터가 ‘어머니, 땅’을 의미하는 의미심장한 공동체이다. 그 시작은 대규모의 기업적 농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핍박받는 자들의 모임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규모를 늘려 전 지구적으로 아무런 회의(懷疑) 없이 널리 퍼져가고 있는 ‘자유무역이야말로 정의’라는 신앙에 대항하려는 정치적인 제스처(혹은 혁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사실 테라 마드레라는 이름 자체도 이른바 ‘가이아’나 ‘모신(母神) 신앙’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대중에 기반한 사회 혁명, 혹은 개량은 필연적으로 대중에 대한 교육이라는 쉽지 않은 난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거다. 아무리 공정무역이 어떻고, ‘좋은 음식’이 어떻고 해도, 정의보다는 당장의 주머니를 더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오늘날에 그런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가 쉽게 먹혀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업이 의미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럼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약간의 방황을 보여준다. 물론 대중에게 이 운동에 대해 소개를 하기 위해 전반적인 내용을 다양하게 설명하려는 취지가 엿보이긴 하지만, 덕분에 책을 보면 이 운동의 사상적 자리를 잡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소개를 위한 것인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책 속에도 잠깐 언급되었듯이 이것은 단순히 무엇을 먹을지를 선택하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기호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훨씬 쉽게 이 문제는 해결되었으리라.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경제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관의 왜곡(바른 것 → 개인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좀 더 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은 질이 떨어지더라도 값싼 생산품을 만드는 생산자를 낳고, 이 모든 과정을 묵인, 혹은 지지하는 정부의 정책은 다시 이런 악순환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쉽게 말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고민이 되는 상황인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리고 이 운동의 지도자들은 소비자들의 의식구조 개선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시작점을 찾고자 하는 듯하다. 물론 그 시작으로서는 매우 훌륭한 태도이지만, 그 이상을 정말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는 작업에까지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될 지에 대해서는 쉽게 낙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걱정은 걱정대로 하더라도, 당장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하는 수많은 선택들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장을 보는 것은 단순히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은 어떤 경제구조를 지지하느냐를 표현하는 매우 정치적이면서 사회참여적인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이 (꽤나 더 비싼) 지역 사회 생산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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