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 미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가치 있는 가정들 라면 교양 1
김준형 지음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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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1. 줄거리 。。。。。。。

 

     책의 서두에 실려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나가던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내기를 했던 해와 바람. 결국 해가 이겼다는 결론은 다 알고 있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제보다는 부드러움이 이기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 게임의 규칙을 해가 정했기 때문이라고. 만약 나그네의 옷을 입히기 내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해가 이겼겠느냐고.

 

     저자가 미국을 보는 시각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절대 선’으로, 세계의 경찰국가(사실은 패권국가)로 자처하고 있는 미국이 정말로 그러하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는 미국 역사의 주요 순간들 - 건국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1장), 냉전 체제의 지속(2장), 9․11테러(3장) -에서 미국이 결정한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들의 기초에는 사실상 자국의 이익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4장에서는 이러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한 조명을 하는데, 저자는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을 지나오는 데 있어서 미국의 막대한 공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끼친 잘못들을 ‘일곱 가지 배신’이라는 항목으로 묶어놓았다. 그러면서 달라진 안보환경에 맞춰 기존의 미국중심의 한미관계에 대한 적절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2. 감상평 。。。。。。。

 

     역사를 뒤집어 상상해 보는 일은 대개 재미있다. 많은 경우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는 내용들은 동시에 ‘강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관념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두뇌는 꽤나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기 마련. 더구나 그 ‘역사적 사실’이 현재와 연관이 되는 일이라면, 이 작업은 단지 ‘흥미꺼리’의 수준을 넘어 ‘행동을 촉구’하는 데까지 이르니 이 또한 재미있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어이없게도 스스로가 가장 강하게 믿고 있는) 고정관념 중 하나인 ‘미국은 선하다’, 혹은 ‘미국은 정의로운 나라다’라는 고정관념을 이 책은 비판한다. 역사상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을 뿐이며, 사실상 기존의 이미지와는 반대의 여러 행동들 - 무력을 동원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세상을 재단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꽤나 불편한 진실을 저자는 나름 맛깔나게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내뱉는 ‘감정적 반미(反美)’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들과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꽤나 ‘논리적 반미’이다.

     다만 이 ‘논리’는 사건에 대한 해석이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결론까지 완전히 논리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예컨대 세계대전 이전의 미국의 고립주의는 훗날 힘을 키워 패권국가가 되려는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이라는 논조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고립주의와 패권국가로의 발돋움 사이에는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백 여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일인데, 미국이 정말로 그런 긴 안목과 정책적 일관성을 지닌 나라일까.

 

     저자의 말처럼 미국은 다른 여러 나라와 같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미국이 하는 모든 일은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미국의 이익’이라는 말도 ‘모든 미국인들의 이익’이라는 말과는 또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 ‘균형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처리되는 일은 당연히 균형 잡히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서는 아무리 똑바로 걸어가려고 하더라도 삐뚤게 갈 수밖에 없으니까. 극좌나 극우가 위험한 것은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만이 전부인 양 주장하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폭력까지도 동원하기 때문이다.

     비단 미국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진로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외적인 측면에서 책의 시리즈 제목이 ‘라면 교양’인데, 이 책도 그런 기획의도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각 장을 시작하는 부분마다, 알려진 것과는 반대의 가정을 한 가상 역사로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그 가상역사 부분이 그다지 본문의 진행과 밀접한 연관이 없는 내용이라는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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