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인간 - 고통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
손봉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므로 ‘最大 多數의 最大 快樂’보다는

‘最小 數의 最少 苦痛’이 윤리적 당위성의 근거가 되어야 하고,

이런 목적론적 윤리는 의무주의 이론보다 더 설득력이 있고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데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은

쾌락의 추구보다는 고통의 기피일 것이기 때문이다.

 


 

1. 줄거리 。。。。。。。

 

     ‘고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철학책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주제들 - 소위 거대담론들(세계의 기원이나 구조 등) -이 아니라 한 가지 주제에 집중을 하며 내용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독특한 점이 발견된다.

     저자는 고통이라는 경험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 지를 언급하고, 고통이 지니는 원초성과 긴박성에 근거해 하나의 윤리관이 나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최소 수의 최소 고통’이라는 목적론적 윤리를 제시한다.

     나아가 저자는 고통이 갖는 의미를 찾아나가고자 하는데, 제 종교들 - 불교와 기독교, 과학주의 -의 견해를 살피면서 여전히 고통의 본질은 인간에게 불가해한 영역으로 남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고통은 인간 사회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는 부분이 있음을 주장한다. 예컨대 아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라면 누구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안하거나 발전시키고자(고통을 줄이고 편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작업으로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론부에서 논의는 반 발자국 쯤 더 나가는데, 아마도 저자는 고통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한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고통은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는 어떤 ‘의미’도 존재하기에, 고통을 당할 때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선한 무엇’을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고통을 주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말로 내용을 맺는다. 하지만 이 주장이 니체의 ‘초인(超人)’의 개념과 정확히 어떻게 같은 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2. 감상평 。。。。。。。 

 

     저자에 따르면 고통은 단순히 쾌락의 반대가 아니다. 쾌락은 시간이 지나면 그 것을 느끼는 정도가 떨어지지만 고통은 그렇지 않으며, 약간의 쾌락이 증가할 때보다는 약간의 고통이 증가할 때 더 긴박한 상황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최소 수의 최소 고통’이 윤리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생각해 볼만 했다. 형벌이 단지 ‘행복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고통을 늘리는’ 방식이 된다면 그것이 갖는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해, 예전처럼 ‘채찍질’이 부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엔 자연스레 공감을 하게 된다. 갈수록 끔찍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강력범죄들을 보면서, 좀 더 강한 범죄방지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을 하지만,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 방법들에 대한 ‘약간의 경계’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마취제나 진통제 등의 약품까지도 경계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흥미로운 깊은 내용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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