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에 대한 경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1991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단지 정치적 계산의 낮은 차원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단지 무엇이 이익이 되는가 뿐만 아니라

무엇이 고상한 것이며 무엇이 명예로운 것인가에 대해

서로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재간있는 서방의 법률학자들이 최근에 개발해 낸 용어는

“법적 현실주의”라는 말인데

그들은 그 말을 어떤 것의 도덕적 평가를 배제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솔제니친이라는 저자의 이름보다는, 손봉호라는 추천자의 이름 때문에 사게 된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솔제니친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솔제니친이라는 인물이 미국과 영국에서 했던 연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솔제니친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접하게 된 나로서는, 책 안에 살짝 등장하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통해서 그라는 인물을 재구성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러시아에서 반체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추방 된(강제수용소가 아니라 추방된 것은 서방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적 인물들을 러시아로서도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 이력 때문인지, 그의 논조는 대단히 공산주의에 대해 (비판을 넘어서) 적대적이다. 

        저자의 학문적인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거의 책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가 충만한데도, 책의 수준이 떨어져보이지는 않았다. 저자는 특별히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그러면서도 사회에 대한 매우 세련된 분석을 통해 공산주의가 어떤 식으로 서방을 속여 왔으며,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저자의 현실에 대한 분석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날카롭다는 데에서 저자의 관점에 대한 호의적인 의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산주의에 대항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단호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현실인식에는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든다. 어느 정도 시대적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포르투갈이 곧 공산화 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는가. 오늘날 미국 공화당의 국제정세 인식이나 우리나라의 한나라당의 수구파들의 현실 인식이 저자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에 있어서는 매우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서방 세계가 안고 있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영적인 부분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는 탁월했다. 전반적으로 기독교적인 숭고한 가치가 정치의 영역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심정적으로 유사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공산주의의 폐해를 피해 서방으로 와서 서방의 세속화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인식하게 된 저자로서는 조국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서방과 동일한 길이 아니라 영적인 가치를 회복한 새로운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저자를 통해, 오늘날 서방식의 현대주의의 문제점의 극복을 위해 무조건적인 공산사회에 대한 동경을 꿈꾸는 또 다른 극단적인 잘못 옳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좋은 반론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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